코로나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2월 신천지로부터 비롯되어 코로나가 확산되었고 4월 말이 되어가면서 점차 확진자 수가 줄어들었지만 황금연휴라고 불리던 4월 30일부터 5월 5일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이태원의 클럽을 중심으로 전국구의 많은 청년들이 모였고 약 일주일이 지난 지금 시점에 다시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확산이 신천지 때보다 더 클 것이라고도 말하기도 하는데, 클럽 내에서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클럽 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은 기본,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고 서로 몸을 부딪히며 춤을 추기도 합니다. 개인 방역 수칙인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 사람과 사람 사이 두 팔 간격 건강거리 두기, 30초 손 씻기, 기침은 옷소매, 매일 2번 이상 환기, 주기적 소독,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등이 지켜지지 않는 환경이란 거죠.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지킨 사람들의 비난의 화살이 이들에게 향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누구는 수칙을 잘 지키며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피해 끼칠까 어디 다니지도 못하는데, 누구는 수칙을 어겨가며 개인의 욕심과 욕망을 채우느라 바쁘다는 생각에 분통이 터지죠.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지 못하는 부모님의 마음도 무척 쓰릴 것입니다. 오죽하면 한 아파트에는 학부모가 확진자를 비난하는 글을 써서 붙여뒀을까요.
그리고 이번 사태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클럽뿐 아니라 게이라는 성소수자들의 문제도 함께 있습니다. 확진자들의 이동 동선에 게이들이 이용한다는 ‘블랙 수면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비난의 화살이 클럽을 방문한 사람들에게서 성소수자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대개 부정과 편견이 기저에 깔려 있고 좋지 못한 시선으로 보는 것은 누구나 아는 현실입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웃팅을 당할 수 있는 성소수자들이 스스로 검사를 받으러 진료소를 찾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중대본은 이들의 검사를 유도하기 위해 브리핑에서 검사 과정에서 개인의 신상정보는 엄격히 보호되고 존중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성소수자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치료를 받으러 가자는 쪽도 있습니다만 존버하거나 차라리 죽겠다는 등 극단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난 신천지 사태에서도 봤듯 정체를 드러내면 사회적으로 쏟아지는 비난과 사회적인 위치 등이 흔들릴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 명으로 인해 비난과 편견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는 건 어려운 법입니다. 집단 내에서 이를 용인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도 모든 구성원이 그럴 수는 없을 테고 이후 어떤 식으로든 관계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 모든 상황을 가정해본다면 분명 나서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둔다면 팬데믹이 찾아오게 될 겁니다. 지역감염으로 검사를 받게 되면 역학조사가 힘들고 최초 확진자의 감염 이유와 경로 등을 파악하는 건 요원한 일이 되겠죠. 그러면 지금과는 다른 더욱더 강력해진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잃어버린 일상을 찾기 위해선 끝까지 추격하고 감염의 확산 고리를 끊어내야 합니다. 신천지 이전의 최초 감염 원인도 아직 확실하게 밝혀내지 못했고 이태원 사태의 최초 감염 원인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지역 감염 사례가 더 많아진다면 최초 감염 원인은 고사하고 숨죽여 살아가는 미래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은 무엇일까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비난과 감염자들을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분위기, 코로나로 인해 쌓인 분노를 특정 대상에게 풀어내면 절대 안 됩니다. 차별과 분노는 감염자들이 양지로 나오는 걸 방해만 할 뿐 전혀 도움되지 않는 감정이고 행동이니까요. 안 그래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분위기에 위축되어 있는데, 죽일 듯이 비난하고 욕을 한다면 그 누가 나올 수 있을까요? 그리고 기껏 나왔는데 그의 신상이 전국에 퍼지고 자신이 속한 집단에 퍼진다면 개인이 그 모든 걸 감내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확진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고, 확진자의 외할머니가 감염되었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2차, 3차 감염의 위험이 산재해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빠르게 1차 감염원의 차단이 필요하기에 클럽과 그 주변을 방문한 사람들의 검사가 빠르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회가, 우리가 이들을 용인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수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전국에서 지역 감염의 원인이 되어 지금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
코로나라는 유례없는 위기가 닥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분노와 차별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 포용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아웃팅: 본인은 원하지 않는데,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 의하여 강제로 밝혀지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