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과제나 발표를 위한 자료 준비를 제외하고 나의 생각을 긴 호흡으로 써본 적이 없었다. 글을 쓰면서도 내내 부족한 표현력이 읽는 이에게 어렵게 다가가지 않을까, 근거가 부족해서 이해를 못하거나 공감을 못하지 않을까, 내 글이 너무 위압적이고 다름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처럼 비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등 쓰면서 늘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
확실히 글을 쓰는 건 어렵다. 더군다나 정보 글이 아니라 내 생각을 풀어내는 글은 더더욱 어렵다. 파편적으로 떠오르는 감정이나 생각을 키워드처럼 기록하는 게 아니고 읽는 이에게 설득을 못 시키더라도 내가 가진 생각을 이해라도 시킬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그러다 보니 논리의 비약이나 생각을 완전히 표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들지만 짧게나마 이어졌던 여정이 나에겐 무척 소중하다.
글을 길게 이어나가지 못하는 한계는 챕터를 구분 지음으로써 짧은 호흡의 글을 이어 붙여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처음부터 챕터를 정하고 목차로 제작하는 게 어렵기도 했으나 글을 써가면서 목차도 몇 차례 수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주제에 맞게 구성해야 하는 내용과 생각 그리고 글의 근거를 풀어내며 한계를 참 많이 느끼기도 했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단 것 자체가 나에겐 기적 같은 일이다. 늘 긴 글을 써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지만 원체 혼자 잘 못하는 성격이라 금세 한계에 부딪히곤 했다. 마침 기회가 있었고 함께 글을 쓰는 분들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고, 부족하나마 글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한 권의 소설이라도 쓴 것 마냥 말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한계를 넘어 하나의 마침표를 찍어냈다는 점이 중요하다.
‘21세기 감성인간’은 내가 쓴 최초의 책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책이다. 글을 쓰면서 어렵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매주 글을 쓰면서 목표를 달성했다는 기쁨이 더 컸던 것 같다. 마침내 이렇게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결과가 그 무엇보다 만족감을 준다. 10개의 챕터를 끝으로 맺음말을 쓰고 있는 지금 기분이 굉장히 싱숭생숭하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글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뭐든지 끝은 늘 아쉬운 법 아닐까.
이 글을 읽으시는 분에게 글이 도움과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21세기에서 감성인간으로 살아가시는 모든 분들과 감성인간이 되려고 하시는 분들, 그렇지 않은 분들까지 모두 앞으로의 삶이 감성으로 충만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