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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j mahal Sep 10. 2023

책을 아이의 베프로 만들자

#책 읽는 습관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 한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셨을 겁니다. 저 역시 책 읽기의 장점은 무궁무진하다고 믿었기에, 아이들이 돌이 되기도 전부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책을 접해주고 시간 날 때마다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게 읽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떤 책은 마치 노래하는 것처럼 감미롭게 읽어주었고 어떤 책은 마치 연극하는 것처럼 다이내믹하게 읽어주었습니다. 특히 어린 나이에는 아이가 책을 직접 고를 수 없고, 엄마가 접해주는 책을 보게 되므로 아이들 그림책 고르는 일이 저의 새로운 취미가 되었습니다. 이른 점심을 먹고 남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사무실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책을 검색해 2-3권씩 구매하곤 했는데, 아이들은 새로 배송되어 오는 책 포장을 엄마와 함께 열어보는 순간을 엄청 즐거워했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첫 동화책 중 아이들이 애정해서 몇 백번도 더 읽어준 책으로 <사과가 쿵>, <달님 안녕>, <곰 잡으로 갑시다> 등이 기억납니다. 아주 어린 나이에는 색이 선명하고 구겨지지 않는 보드 북을 사다가, 아이가 커가면서 점차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있고 한 페이지에 있는 글자 수도 많은 동화책 종류로 발전해 나갔습니다. 

  아이들에게 사준 유일한 전집은 한국 전래동화 전집이 다였고, 책은 주로 서점에서 낱권으로 구입하거나 가까운 구립도서관에 가서 대여해서 읽혔습니다. 전집을 지양한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째는 전집 책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손도 대지 않고 방치되고 전집 중에서 아이들이 읽는 책만 반복해서 읽었기 때문이었으며 두 번째는, 몫돈을 들여 구매한 전집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꾸 아이들에게 책 읽으라는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책읽기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이 되어야지 의무감이나 강요에 의해 읽는 것은 안 좋다는 신념을 갖고 아이가 책을 즐기며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매주 찾은 구립도서관  

  구립도서관에서 가족 모두 연간 회원권을 만들면 1인당 4권씩 총 16권을 대여할 수 있었고 대여기간은 2주였습니다. 약 6-7살부터는 아이들이 직접 책을 고르기고 하고 제가 아이들 수준에 적합하고 최근의 관심사와 맞겠다고 생각되는 몇 권은 골라서 함께 넣어주곤 했습니다. 엄마가 골라준 책은 재미있다고 읽기도 했지만 아예 안 읽고 반납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어떤 경우는 아이가 고른 책이 너무 구성이 안 좋아 보이면 유사한 내용의 다른 출판사 책을 빌릴 것을 권유해 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에 대한 책을 빌리려고 할 때 있어, 아이가 고른 책의 목차나 내용이 좀 엉성해 보일 경우, 해당 코너로 함께 가서 르네상스 관련 책 가운데 좀 더 내용 구성이 알찬 책을 골라주는 식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대여하는 책에 대해서는 읽었는지 확인을 한다거나 읽으라고 강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2주차 수요일 정도 되면, ‘얘들아, 이번주 토요일이 반납일이다’ 정도로 반납 일자를 사전에 알려 주어 암묵적으로 안 읽은 책이 있다면 반납일 전에 읽으면 좋겠다고 넌지시 권유했습니다. 총 16권 중에서 보통 13-14권 정도는 읽었던 것 같고 자신들이 선택해서 대여한 책은 대부분 읽었습니다. 안 읽은 책을 다시 연장대여할지 아니면 안하고 그냥 반납할지 여부도 아이들이 결정했습니다. 둘째는 만화책도 대여하곤 했는데, 고르는 책 모두가 만화책이 아니고 1-2권 정도 섞여 있는 건 별 얘기 하지 않고 허용해 주였습니다. 대신 모두 만화책으로 골라오면 “이 중에서 너가 정말 보고 싶은 1권만 고르고 만화책 아닌 줄글 책을 좀 더 빌리자”라는 식으로 얘기했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무렵은, 책 편식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 배달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독해력을 사전에 테스트한 후, 아이들 수준에 적합한 책을 매주 5권씩 집으로 배달해주는 시스템이었는데, 아이들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과학책 종류가 포함되어 와, 책 읽는 장르를 다변화할 수 있었던 점에서 좋았습니다.  


#좋아하는 책 반복해서 읽는 습관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반복해서 읽곤 합니다. 이런 경우, 엄마들은 그 시간에 다른 새로운 책을 읽는 게 나을 텐데 왜 이미 읽은 책을 다시 읽을까 못마땅해 하는데,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게 전혀 시간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읽을 때는 첫 번째 읽었을 때 건성으로 넘어갔던 문장들을 다시 자세히 읽기도 하고, 문단의 맥락이나 구조도 좀 더 관심 있게 파악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첫 번째 읽을 때 내용 파악에 급급해 생각지 못했던 전체적인 문맥과 스토리라인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유익합니다. 좋아하는 책들은 단순히 책을 읽었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책을 소화하는 수준까지 반복해 읽으면서 독서 습관을 형성했습니다.


때로는 수개월간 아이들이 특정 분야에 편중해서 책을 읽곤 했는데, 책을 읽는 패턴에 대해서는 전혀 간섭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읽고 싶은 대로 읽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첫째 아이는 역사와 세계사 책을, 둘째 아이는 위인전을 즐겨 읽곤 했습니다. 한 번은 둘째 아이가 모든 출판사에서 나온 마리아 몬테소리 위인전을 샅샅이 찾아 읽는 모습을 보고, 서점에 함께 가서 아이 수준보다 다소 어려운 내용의 몬테소리 교육론에 대한 책을 사주기도 했었습니다. 아이가 특정 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관심을 보이는 경우에는 아이 수준에서 읽기 어려 책도 읽어낼 수 있게 됩니다. 아이를 잘 관찰하다가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이가 자신의 수준보다 좀 더 어려운 책에 도전해볼 수 있도록 엄마가 도와주면 좋습니다.    


#사유의 깊이를 더해주는 책 

  첫째 아이는 다독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반해 둘째는 첫째보다는 책을 덜 읽었지만, 읽은 내용 중 감명 깊은 부분을 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한 번은 유치원에 다니던 둘째 아이와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를 함께 거닐다가 단지 내 놀이터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계신 모습을 모고 “엄마도 나이 들면 저렇게 할머니가 되고 또 계속 늙다 보면 저 세상으로 떠나게 되는 거겠다” 라고 별 뜻 없이 혼잣말처럼 얘기했는데 이를 들은 둘째의 대답이 압권이었습니다. 

“엄마, 죽음도 삶의 일부야”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대답이 너무 의외여서 “그게 무슨 뜻이야?”라고 물으니, “소크라테스 위인전을 읽었는데 소크라테스가 그렇게 얘기했어. 죽음도 삶의 일부라고”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책은 사유의 깊이를 더해주고 시야를 넓혀줍니다. 책을 통해 다양한 지식도 얻을 수 있고, 책이란 꾸준히 인내심을 갖고 읽어나가야 하므로 지구력 또한 키워 줍니다. 요즘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의 영향으로 게임과 유튜브에 빠져 있는 아이들이 많고, 또 게임을 하지 않으면 친구들과 말이 안 통한다고 하지요. 게임을 완전히 못하게 할 수 없다면, 시간 제한을 두고 최소한으로만 허용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 양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하루 24시간 중 가장 소중하고 유익한 책 읽는 시간을 게임이나 유튜브 시청으로 빼앗기는 건 절대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빠른 동영상의 세계에 빠져버리면 전개가 느리고 본인이 힘들여 읽어 나가야 하는 책에 대해서 ‘고리타분하고 귀찮은 존재’로 생각해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해력의 중요성 

  한 가지 분명한 건 긴 호흡의 글, 즉, 책을 읽어야만 문맥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합니다. 소위 문해력이라는 용어로 일컬어지는데, 문해력은 국어뿐 아니라 영어나 사회 등 글을 읽는 모든 시험의 기본 바탕입니다. 수학 문제풀이에 있어서도 문제가 뜻하는 바를 이해해야 풀 수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문해력은 수학 문제풀이에도 필요한 기본 자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해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아이는 공부를 잘 하기가 어려우므로, 문해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내신과 수능 준비로 책을 읽을 시간이 많이 부족해집니다. 그러므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책을 많이 읽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중학생 때 고등학교 선행학습으로 아이가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안 읽힌다면 이는 큰 오산입니다. 초등학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책과 중학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책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수준의 책을 초등학생 아이가 읽어낼 수가 없기 때문에,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입학 전 겨울방학까지 많은 책을 읽어 두는 것이 입시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생각했을 때, 책읽기의 중요성을 두 가지로 요약하자면, 첫째는 위에서 언급한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이고 둘째는 교과공부의 배경지식을 쌓기 위함입니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과목별 교과서는 설명이 간결하고 정제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배경지식 없이도 이해가 되지만, 경우에 따라 관련된 책을 읽어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을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훨씬 이해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초등학교 4학년 이종 사촌 동생이 학교 수업을 빠지고 체험학습을 가면서, 학교 수업은 어차피 너무 쉬우니 몇 일 정도는 빠져도 괜찮지 않겠냐는 이모의 이야기에 대해 저희 둘째 아이가 이모에게 해준 조언입니다. 


“이모, 지금 당장은 학교 공부가 너무 쉬워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초등학교 때 배운 내용이 좀 더 심화 돼서 중학교 때 다시 나오고 고등학교 때 좀 더 내용이 심화 돼서 또 나와요. 그러니까 쉬운 내용이라도 지금 반복 학습해서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놓아야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돼요. 그리고 지금 시간 많을 때 교과서에 나온 내용과 관련된 책을 찾아서 많이 읽어 놓으면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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