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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j mahal Sep 10. 2023

공부보다 인성

   엄마는 왜 아이가 공부 잘하기를 바랄까요? 치열하고 예측 불가능한 경쟁사 회 속에서 그나마 상위권 대학을 졸업해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갖게 될 확률이 높고, 아이가 보다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한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조화롭고 평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성, 즉, 사람 됨됨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건 어른들은 알고 있습니다.  단지 당장은 아이가 공부를 해야 하니, 공부 외적인 요소로 아이 기분을 상하게 해 공부에 방해가 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일단은 대학부터 잘 보내고 봐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매번 이런 식으로 넘어가고 또 넘어간다면, 아이는 점차 이기적이고 버릇없는 모습으로 변해가게 될 겁니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아무런 지적도 받지 못한다면, 아이 스스로 은연중에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그릇된 믿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공부하느라 힘들어서 짜증내는 거니 엄마인 내가 받아줘야지 어쩌겠나, 대학 가면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은 큰 오산입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아이의 잘못을 그때 그때 지적해주고 무엇이 어떻게 잘못인지를 알려줘야 합니다. 그것이 오히려 아이를 심리적으로 안정되게 이끄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공부가 중요하다지만 부모는 아이의 능력을 그 아이가 받는  시험점수로만 판단하는 학원 선생님도 아니고 학습 코치도 아닙니다. 부모 말고는 이 세상 그 누가 아이에게 신경 써서 싫은 소리를 해줄까요? 이는 부모가 반드시 맡아야 하는 역할이자 책임입니다. 인사성 바른 아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않는 아이, 친구들을 존중할 줄 아는 반듯한 아이로 키우면 아이도 편하고 엄마도 편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일관성 있는 부모의 양육 태도와 아이의 잘잘못을 끊임없이 알려주고 이야기 나누는 아이와의 관계 형성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잘못을 소리쳐 혼내는 것은 자칫 아이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쉽지 않아도 부모의 욱하는 마음은 최대한 자제하면 좋겠지요. 한 독일인 아버지는 13살 아들이 친척들 앞에서 버릇없게 굴자, 아이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 30분간 가량 그러한 행동이 왜 잘못되었는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아이의 인생에 어떻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 길게 설명해주고 나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목적은 아이에게 잘못을 뉘우치고 그릇된 행동을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것이므로, 소리치고 혼내는 것이 필요할지 상담을 하듯 이야기해 주는 것이 더 나을지 생각해서, 더 효과적인 방법을 채택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훈육이라는 미명으로 허용되는 부모의 강압적인 태도로 아이의 말문을 막아 버리는 것보다는 아이의 입장도 들어주는 편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듣고 배운 아이, 사회성이 부족하고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반드시 부딪히게 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품고 있는 성향은 제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친구들 앞에서 어느 순간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의 교육과정이 엄마 세대 때와는 완전히 달라져 아이들 간의 다양한 협업을 요구합니다. 각 과목별로 진행되는 팀 수업이나 조별활동에서 아이는 계속적으로 친구들과 토론을 통해 역할을 분담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때로는 미묘한 감정싸움, 때로는 반 아이들 모두가 알아버리는 큰 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친구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고 자기 입장만 고수하는 아이는 당연히 친구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없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 관계는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친구들과의 불협화음으로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상처를 받고, 불안해서 공부조차 손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친구들과의 다툼은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이기도 하고 아이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하는 부분이지만, 가정에서부터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윈윈하는 소통 방법을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익힌 아이라면 친구들과 빚어지는 약간의 마찰은 극복할 힘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소위 사회성 훈련이 덜 되어 있는 아이는 친구관계의 문제로 전학까지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면 공부만을 위해 아이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지적은 일체 삼가해 왔던 부모의 심정은 참담 그 자체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이 스스로 상황에 따라 양보할 줄 알고, 자기주장도 할 줄 아는 기본적인 소통 능력을 가정에서 알려주어야 합니다. 학교생활을 원만하게 해나가는 아이라면 공부역시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할 수 있는 심리적 안녕감이 형성되리라 생각합니다.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서 “인성”이 주요한 평가 요인 중 하나입니다. 대학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학종을 실시하는 대학들은 대부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인성 

이렇게 4가지 평가를 통해 입학생을 선발합니다. 인성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대학은 다름 아닌 서울대학교인데, 서울대학교 입학안내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면, 서울대학교 인재상에 “배려심과 공동체의식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고자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사실상 학교생활기록부와 면접을 통해 판단되는데 (2024년 입시부터 자기소개서가 완전히 폐지된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3년간의 기록이 깨알같이 수록된 학교생활기록부를 읽어보면 어느 정도 아이의 성향이 읽을 수 있습니다. 또 면접관들이 면접장에 들어선 아이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보면 학교생활기록부에 쓰여 진 전체적인 내용이 이 아이를 올바르게 설명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어느 정도 선까지는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서울대학교의 입학사정관들은 자주 바뀌지 않고 10년 이상씩 그 자리에서 근무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해당 고등학교의 생활기록부를 수없이 많이 봐 왔을 것이기 때문에 “행간의 의미”까지 웬만큼 읽을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 됩니다.    


   아이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성적이 가장 중요한 건 맞고, 요즘 청소년들이 공부하느라 힘든 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평생을 행복하고 조화롭게 살아가길 희망한다면 공부만 잘하는 아이보다는 공부도 잘하는 인성 바른 아이로 키우는 것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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