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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j mahal Sep 10. 2023

스스로 하는 공부

#엄마 공부아이 공부

  큰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습니다. 하루는 저녁 8시쯤 아이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늦은 저녁시간에 집으로 전화하신 일이 처음이었기에 의아해하던 와중, 수화기 건너편에서 경쾌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머니, 아이가 이번 중간고사에서 올100을 받아 반에서 1등 했습니다”  

“어머,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집에서 아이 공부를 어떻게 시키고 있는지, 학원은 얼마나 다니고 있는지에 등에 대해 궁금해 하셨습니다.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아파트 단지 내 수학 공부방에서 선생님과 함께 수학 문제집 진도를 나가고 있었던 게 전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말을 들으시고는 그렇다면 남는 시간에는 아이가 뭘 하냐고 물으셨습니다. 책도 읽고 동생이 어려서 언니에게 매일 소꿉놀이하자고 졸라, 같이 놀아 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에 많이 다녀 공부에 지쳐 있지 않아 시험을 잘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진단(?)하셨습니다. 그때 처음 큰 아이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3년 전인 초등 1학년 때는 학교 수학시험에서 63점을 받아온 적이 있었던지라, 공부를 썩 잘 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크게 안했습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습에 흥미를 느껴 하는 모습을 보였고 4학년부터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 대열에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초등 고학년이 되면 엄마가 시켜서 공부하는 아이와 자신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간의 성적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늘 아이의 과목별 진도를 체크하며 옆에 앉혀 놓고 수학 문제를 풀리고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면, 또 이 역할을 엄마 대신 해주는 학원에 지나치게 많이 보내 아이가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헉헉되어야 한다면, 그 아이는 자연스럽게 공부에 있어 수동적인 태도로 임하게 되고 공부를 좋아하지 않게 되니까요. 내용이 쉬운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이런 방식으로 해도 효과가 있는 듯 보이지만, 교과 내용이 복잡해지기 시작하는 4.5학년이 되면서부터는 본인이 직접 의지를 갖고 스스로 공부를 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더 이상은 엄마의 의지만으로는 아이 공부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희 집은 아이들이 어릴 때, 수학 문제집을 한 권 다 풀면 아이가 가고 싶은 음식점에 가서 온가족이 책거리 외식을 했습니다. 이 때 수학 문제집을 열심히 풀어줘서 엄마.아빠도 이런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게 돼서 너무 좋다, 네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고, 아이는 우쭐해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문제집 진도를 엄마가 체크하지 않았고 아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풀게 한 후 이런 식으로 보상해준 방법이 아이가 능동적으로 공부해 나가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의지와 공부의 능률 

  수동적인 공부와 능동적인 공부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엄마는 항상 아이가 능동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끔 잘 살펴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가 능동적. 주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될까요? 간단합니다. 엄마가 아이를 좀 내버려 두면 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공부는 스스로 해야만  능률이 오르는 작업이므로, 엄마가 아무리 아이를 붙잡고 온 정성을 대해서 아이의 머리 속에 지식을 넣어주려고 해봐도 그건 원천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아이가 스스로 궁금해서 찾아보고 아이 본인이 의지를 갖고 책상에 앉아 책을 파고 들기 시작해야만 공부의 능률이 오릅니다.  


   중.고등학교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의 내용이 초등학교에 비해 더욱 많아지고 복잡다단해지기 때문에, 아이 혼자서 배운 내용을 정리하면서 완벽하게 구조화한 후 정리한 내용을 읽고 외워야만 시험을 잘 볼 수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또한 공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인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 보입니다. 마치 엄마를 위해 공부를 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드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엄마, 나 숙제하면 뭐 해줄 건데?” 와 같은 아이의 질문에 “그래, 숙제 다 하면 1시간 게임 하게 해줄게” 등의 아이와 엄마간의 대화는 자연스럽게까지 들리는 일상적인 내용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위 내용은 숙제를 시키는 엄마와 이를 수동적으로 따라하는 아이 간에 오고 가는 대화입니다. 이와 같이 아이에게 공부가 해치워야 할 의무로 느껴지게 한다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학원을 가야하는 이유, 그리고 숙제를 해야 하는 하는 이유는 모두 아이 자신을 위한 것이지 엄마.아빠를 위한 것이 아님을 아이가 어릴 때부터 알아듣도록 얘기해주고 또 이해시켜야 합니다.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어를 구사하지 않으므로 우리가 만국 공용어인 영어를 배워 더 폭넓게 소통하기 위해서이고, 수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수학을 통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임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어야합니다. 잘 못 알아듣거나 못 알아듣는 척을 하면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예시를 들어가며 계속 이야기해 주면 좋습니다. 따라서, 너의 공부와 너의 숙제는 엄마.아빠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너 자신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이라고요.   


  아울러, 아이가 학원을 그만 가고 싶다고 하면, 한 두 번 정도는 계속 다니면 좋은 이유를 들어가며 설명해 준 다음, 그럼에도 정 그만 가고 싶다고 하면 아이 의견을 받아들여 학원을 끊도록 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학원을 새롭게 가는 것도 끊는 것도 최종적으로는 본인이 선택하게 하는 것이, 설사 진도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좀 뒤쳐지더라도, 아이가 주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꼼꼼하고 완벽하게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하고 공부 계획을 세우다 보면 본인에게 맞는 공부 기준을 세우게 됩니다. 아이 본인에게 가장 효율적인 공부 방법은 엄마나 선생님이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 본인이, 자신의 강점을 이용하는 공부 방법을 스스로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아이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공부에 크게 관심이 없다가 고학년이 되면서 점차 열심히 공부에 임하였고 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올라갔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부터는 자신에게 맞는 공부 습관을 찾아 갔고,  특히 수학 과목은 고등학교 때까지 늘 상위권을 유지했습니다. 첫째 아이는 늘 자기 자신에 대한 기준을 높게 세워 근성 있게 공부했는데, 원체 꼼꼼한 성격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수학 문제집을 풀 때도 빠르게 여러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한 문제집의 문제들을 완벽하게 풀 수 있을 때까지 오답 풀이를 반복했습니다. 기본과 응용 수준의 문제를 완벽하게 익힌 후에 심화 문제집을 골라 풀기까지의 과정을 거치면서 빈틈없이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심화 난이도의 문제집을 풀다가도 생각날 때마다 응용 단계 문제들의 오답풀이를 다시 하면서 기억을 되새겼습니다. (따로 오답노트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지난 오답을 여러 번 훑으면서 완전히 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일부러 외우지 않더라도 답지의 정형화된 풀이들을 모두 머릿속에 기억할 수 있었고, 결국 수학 서술형 문제에서도 강점을 보였습니다.


  아이가 처음에는 이 방법을 수학에서만 이용했지만, 점차 과학이나 국어 등의 과목에까지 확장해 나갔습니다. 개념을 완벽히 숙지한 후에 난이도별 문제를 풀어보면서 실력을 쌓은 것입니다. 헷갈렸던 개념들과 문제들을 체크한 후 여러 번 반복하면서 보는 것이 첫째 아이가 가장 잘 이용한 공부 방법이었습니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면서 그 학원에서 학습하는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또 다시 개인 과외를 받는 아이들을 종종 보았습니다. 학원에서 수동적으로 수업을 듣고 다시 유사한 설명을 과외 선생님으로부터 반복해서 듣는다고 해서 공부가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 스스로, 아이의 의지로 직접 꼼꼼하고 완벽하게 공부를 해야만  비로소 시험 점수로 증명되는 제대로 된 공부를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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