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이 공부 시켜주지 않는다
공부를 하는 주체는 아이이고 아이가 의지를 가지고 할 때 효과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고 해서 공부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학원 다니는 시간과 공부 능률이 비례하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엄마들은 눈앞에서 공부 안하고 빈둥거리는 아이를 보면 답답하고 불안해하다가도, 아이를 학원에 보내 놓고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겠지 생각하며 안도하곤 합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아이는 학원 선생님이 열정적으로 강의하시는 내용을 들으며 마치 전체 내용을 섭렵한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그러나 학원 수업도 학교 수업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배운 내용을 혼자서 공부하고 익혀야만 비로소 자기 것이 된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학원숙제를 통해서든 아니든,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최악의 경우가, 과목별로 좋다는 학원을 모조리 다녀 자기 혼자 학습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지는 경우입니다. 학교 끝나고 곧바로 학원에 다녀와 몸이 피곤하고 잠이 쏟아져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한 번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잠들기 바쁘다면 그건 올바른 학원 활용법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무게중심은 반드시 아이에게 두고, 아이가 공부하는데 있어 보조 수단으로 학원을 활용하는 것이 유익한 학원 활용법입니다.
#내 아이에게 맞는 학원 선택법
학원은 아이 수준에 맞는 곳에 보내야 합니다. 물론 아이에게 완벽한 맞춤형 학원은 없겠지만, 아이가 강의 내용의 30% 넘게 이해하지 못하는 학원이라면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수업입니다. 제아무리 좋은 강사라 해도, 아이 친구들이 대거 다니는 학원이라고 해도 우리 아이는 그만 다니게 하는 게 맞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맞춤형 학원을 찾다가 잘 못 찾겠어서 과외를 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과외보다는 학원을 보내는 쪽이 더 낫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학원 선생님보다 더 잘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1:1 과외로는 아이가 나태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학원에서 다른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받아 함께 나아가는 쪽이 대개 효율이 더 좋습니다.
아울러, 아이들 영어 학원을 보낼 때 (물론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책의 개수가 쓸데없이 많고 내용 또한 아이 수준에 비해 턱없이 어려운 학원은 보내지 않았습니다. 왜 아이 수준에 비해 어려운 교재를 써야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영어단어를 외우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이 단어를 활용해 문장을 써보는 방법이라고 늘 생각해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 단어로 문장 써보기를 시켰던 기억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단어 공부를 시키는 학원을 찾았습니다. 단어란 문장 속에서 비로소 그 역할을 찾기 때문에, 아이가 직접 문장에 해당 단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써볼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그 단어가 기억에 남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영어 학원들이 단어를 50개씩 100개씩 무작정 외우는 숙제를 내주어 마음에 들지 않던 와중, 약 20개의 단어를 문장으로 만들어 오게 하는 학원을 찾아 주저 없이 바로 등록했었습니다.
#학원 숙제에 임하는 아이의 자세
공부할 의지가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는 학원 숙제에 임하는 태도 역시 극과 극입니다. 공부할 의지가 있는 아이는 학원을 가는 목적이 자신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임을 뼈 속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숙제 한 문제 한 문제를 풀 때 정성스럽게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합니다. 더 어릴 때에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중학교 2학년 정도가 된 후에는 공부에, 그리고 학원숙제에 임하는 자세를 잡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공부할 의지가 없는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숙제가 하기 싫어 책상에 앉아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다 밤 12시가 되어서야 겨우 시작합니다. 이때는 이미 숙제를 끝내는 게 유일한 목표가 되어버립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다음날 학원에서 혼나지 않기 위해 숙제를 위한 숙제를 합니다. 위의 두 아이가 동일하게 숙제를 끝마쳤다 해도 첫 번째 아이가 숙제를 통해 공부한 효율이 100이라면 두 번째 아이가 숙제를 통해 공부한 효율은 30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숙제를 하고 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학원숙제를 너무 버거워하면 숙제 양이 더 적은 학원으로 옮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희 집 같은 경우는, 아이들이 중학교 2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수학학원과 영어학원을 동시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두 과목의 학원을 모두 보내면 숙제가 많아 아이들이 힘들어 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한 과목에 집중해서 성의 있게 공부 하는 쪽이 더 좋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영어 학원을 약 6개월 정도 보내다가 영어와 수학을 함께 보내 봤다가, 중간에 약 2개월 정도 오버랩하는 기간에 아이가 힘들어 하면, 영어학원은 끊고 수학학원만 계속 보내는 식이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선택과 집중이었고, 사실상 열심히 하는 다른 아이들보다 느슨하게 공부했던 것이 맞습니다. 대신 숙제를 끝내고 남는 시간에는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숙제는 공부였고 책은 여가 활동으로 인식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가장 근본적인 것은 아이에게 공부할 의지를 불어넣어줄 방법, 다시 말해, 공부 습관을 다지고 동기부여를 해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쉽진 않지만, 엄마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단연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와 산책을 하며 아이가 부담 갖지 않도록 아이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나누면서 공부 의지를 갖도록 북돋아 주곤 했습니다. 많은 경우, 아이의 이야기를 단지 경청해 주는 것이 그 어떠한 말보다도 효과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인강의 장단점과 활용법
아이들이 줄임말로 현강(현장 강의). 인강(인터넷 강의) 이렇게 얘기하는데, 현강에 비해 인강이 전혀 수준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일타 강사로 구성된 인강의 수준이 현강보다 높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학원에 오고 가는 시간을 아끼고 학원에서 부대끼며 강의를 들어야하는 수고로움을 줄여주는 점이 인강의 장점입니다. 인강 중에 특히 추천드리는 인강은, 일타 강사 선생님들이 본인의 현강을 직접 촬영한 버전을 거의 실시간으로 인강으로 올리는 강의입니다. 현강 강의실에 직접 가서 듣는 것과 다를 바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도 없을 뿐 아니라, 선생님이 아이들과 농담하는 내용을 편집한 후 인강으로 올리므로 수업은 엑기스 그 자체입니다.
둘째 아이의 경우는, 고3 때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라, 수능대비 국어 수업을 전적으로 인강으로 들었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현강을 거의 실시간으로 온라인상에 올리는 인강이었으므로 현강과 100% 동일한 내용이었고, 또 현강처럼 반드시 시간 맞춰 학원에 가야 하는 것이 아인, 아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단, 당시 아이가 약간 답답해했던 부분이 있다면, 질문이 있을 경우 온라인으로 올린 후 약 24시간 이후에 답을 받아 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질문을 온라인으로 세세하게 적어서 올려야 하는 번거러움, 그리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오가는 소위 티키타카가 어렵다는 점을 인강 수강의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새 문제집을 사서 앞부분만 열심히 풀다가 뒷부분은 새 책처럼 하얗게 풀지 않고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강도 자칫 이렇게 되기 쉽다는 것이 또 하나의 단점입니다. 일단 현강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거니와 강제성이 없으니 아이가 인강 앞부분만 듣고 바쁘다는 핑계로 뒷부분은 안 듣게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강을 심심풀이로 남는 시간에 듣는 수업이 아닌, 현강과 동일한 중요도를 두어 따로 시간을 배치해서 듣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치동 일타 강사의 수업을 집에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데, 시간을 따로 정해놓지 않고 들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인강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가 어려워하는 단원만을 골라서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생물2 과목에서 유전 파트를 유독 힘들어했던 첫째 아이같은 경우, 유전 파트만 인강으로 들었습니다. 그것도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은 스킵해가며 필요한 부분만 선택해서 들었습니다.
끝으로 현강이 되었건 인강이 되었건 강의를 들었다고 해서 공부를 다 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공부는 아이 스스로 중심을 잡고 해나가면서 학원 강의를 통해 보충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아이의 현재 상태이므로, 아이와 끊임없는 상의를 통해 아이에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학원을 선택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 주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