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보다는 학교
최근들어 사립초등학교가 공립초등학교에 비해 코로나19 상황에 더 잘 대응하면서 사립초등학교의 학부모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하는데요.
아이들이 어릴 때 살던 동네가 마포였는데, 그 인근에는 경기초. 추계초, 홍대부초. 신광초 등 사립초등학교가 많이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마포 일대의 학구열 높은 엄마들은 사립초에 일단 원서를 내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워킹맘인 제 입장에서는 두 아이를 사립초에 보낸 가장 큰 이유는 공립초에 비해 늦게까지 학교에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출근해서 저녁 7시는 되어야 집에 돌아오는 엄마였기에, 학교라는 공적인 울타리 안에서 다른 아이들과 더불어 학습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좋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공립초는 당시에도 지금도 유치원 하교시간보다도 2-3시간 빠른 12시 30분 하교입니다. 아이들이 이 시간에 집에 오게 되면, 엄마 없이 보내는 오후시간이 무려 6시간도 더 되어서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보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공립초의 돌봄 교실을 신청하면 학교에 더 머무를 수 있다고는 들었지만, 다른 아이들이 모두 집에 돌아간 이후 일부 아이들만 남는다는 점에서 썩 내키지 않았습니다. 이에 반해, 사립초는 전체 아이들의 공식적인 하교시간이 2시 30분경이므로, 집에 오면 3시가 됩니다. 책가방을 집에 놓고 피아노학원 등 한 군데의 학원만 다녀오면 곧 엄마의 퇴근시간이 된다는 점에서 안심이 되었습습니다. 학원보다는 학교를 선택한 셈입니다. 물론, 멀리 떨어진 학교에 다니게 됨으로서 동네 친구들과 못 어울리게 된다는 단점이 있었고, 공립초를 보내면 내지 않아도 될 비싼 학비 역시 감당해야 했습니다.
#평생친구 바이올린과 스케이트
사립초등학교는 아이들에게 악기와 운동 등 예체능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켜준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만약 공립초에 보냈더라면 바쁘다는 핑계로 절대 챙겨서 가르치지 못 했을 텐데, 두 아이 모두 운 좋게 사립초 추첨이 되어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바이올린, 수영과 스케이트를 배웠습니다. 각종 예체능을 수업시간에도 진행하고 심지어 경연대회까지 개최하니, 대략 중간이라도 가려면 열심히 안 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지나놓고 보니 어릴 때 예체능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일은 아이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수영과 스케이트의 기본 자세를 익히면서 체력 발달과 지구력을 키울 수 있었고요, 바이올린을 배우며 오케스트라 활동에 참여함으로서 자신의 소리만 내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소리에 자신의 소리를 맞추어 하모니를 이루면서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큰 아이의 경우 초등학교 때 열심히 연습한 바이올린 실력을 바탕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학업 스트레스로 힘들 때마다 바이올린 연주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고등학교 때 큰 아이가 제게 이렇게 푸념하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시간 많았을 때 바이올린 좀 그만하고 수학 선행을 더 했으면 지금 이렇게 힘들지 않을텐데...그때 쓸데없이 바이올린 연습만 많이 했어” 그렇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물론 그때 수학에 시간을 더 할애했다면 수학 점수에는 좀 더 유리했을 수도 있지만, 무엇인가에 몰두에 열심히 해 본 경험이 알게 모르게 아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었다고 믿습니다.
#공립초로 전학 와보니
첫째 아이가 멀리 떨어진 중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고심 끝에 첫째 아이 학교 근처로 이사를 해와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둘째 아이를 새로 이사 온 동네의 공립초로 전학시켰습니다. 공립초로 전학을 와보니 좋은 점도 많았습니다. 일단 학교에 가기 위해 매일 같이 타야 했던 스쿨버스를 타지 않아도 되었고, 동네 친구들과 함께 걸어서 등하교를 할 수 있어진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5학년이다 보니 하교 후 엄마 없이도 혼자 씩씩하게 학원도 잘 다녀왔고, 공립초는 사립초에 비해 학교 의존도가 낮아 학원을 더 많이 다닐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초등 1학년 때 사립초를 선택한 이유가 학원보다는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해주고자 였는데, 5학년이 되어 아이가 크다 보니 완전 반대로 적용된 겁니다.
아이가 6학년에 올라가자 상황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6학년 담임 선생님과 마음이 맞지 않자 아이는 힘들어 했습니다. 아마 사춘기의 시작이었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립초라고 해서 모든 선생님들이 다 좋으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립초는 학교에서 어느 정도 관리가 되어 담임 선생님에 따라 반 분위기기 절대적으로 좌우되지 않았던데 비해, 공립초는 담임 선생님에 따라 학급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담임 선생님에 따라 아이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긴 1년간의 생활이 크게 좌우된다는 점, 즉, 전체적인 관리 시스템이 약해 교육의 질이 균등하게 유지되지 못한다는 점이 공립초의 단점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