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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j mahal Sep 10. 2023

선행학습 독일까 약일까?

#선행학습의 목적        

선행학습을 하는 목적이 무엇일까요? 고등학교 진학 후 보다 탄탄히 다져진 실력으로 공부 시간도 절약하고 내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이 아이는 선행이 하나도 안 되어 있어 저희 학원에 다니시려면 초등 2학년들과 함께 공부해야 합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대치동에 있는 유명 수학학원에 가서 레벨 테스트를 본 후 돌아온 학원 측 답변이었습니다. 선행을 시작하지 않았던 터라 당연히 6학년 레벨이 나왔고, 학원에서는 선행이 안 된 아이들에게는 의례적으로 이런 식의 으름장을 놓아 공포 마케팅을 하곤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대치동으로 이사 오는 건 포기하고 아이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되지, 아이 기를 죽여 가며 이런 곳으로 이사 올 필요가 없다고 말은 했지만 내심 불안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지나놓고 생각해보면 섣불리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선행학습은 독이 된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공부하는 아이에게 있어서는 선행학습이 약이 되는 경우가 있고, 그 시작 시점이 남들보다 좀 더 늦다고 해서 크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공부 의지가 있는 아이는 다소 늦게 시작해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아이의 선행학습을 시작하기에 앞서, 아이가 해당 학년 내용을 충분히 숙지했는지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본 후, 선행학습을 해도 괜찮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선행 진도를 나가는 것이 맞습니다. 


#과목별 선행학습 

  과목별로 살펴보면 일단 수학의 경우, 타고난 수학 영재라면 당연히 수학 선행학습을 나가는 것이 맞습니다만, 일반적인 두뇌를 가진 보통 아이라면, 대략 6개월에서 1년 정도 선행 진도를 나가는 것이 적합합니다. 만약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1년 이상 선행진도를 더 나갈 수 있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탄탄히 실력을 쌓아가고 있는지 살펴가면서 무리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명심해야 하는 점은, 선행학습은 진도를 더 빨리 나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얼마나 공부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지가 관건입니다. 즉, 가장 안 좋은 선행학습의 형태는 진도만을 빼는 보여주기식 선행입니다. 쉬운 문제 위주로 수박 겉핥기 식의 진도 나가기는 전혀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첫째 아이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 여름 방학 때 처음 수학 선행학습을 시작했습니다. 이 때, 다닌 학원은 강의식 학원이 아닌 자습식 학원이었습니다. 처음에  강의식 학원에 보냈더니 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계속 칠판 앞에서 혼자 문제를 푸시는데, 너무 빨리 넘어가셔서 이해가 잘 안 돼. 질문을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야” 아이가 이해가 안 된다니, 질문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니, 빨리 다른 학원을 찾아봤습니다. 그렇게 해서 찾은 학원이 자습식 학원이었습니다. 아이는 이 학원에 잘 적응하고 다녔습니다. 단원별로 새로 소개되는 개념을 확실히 외우게 한 후, 쉬운 문제부터 난이도 있는 문제까지를 모두 아이의 힘으로 직접 풀도록 시키는 구조였습니다. 수학은 직접 자기 손으로 풀어보아야 자기 것이 됩니다. 누군가 앞에서 풀이를 해주면 이해한 것 같다고 착각하지만, 막상 동일한 문제를 자기 손으로 풀려고 할 때는 쉽게 안 풀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정리하자면, 수학 선행에서 주의할 점은 쉬운 내용으로 진도만 나가는 보여주기식 선행이 아닌, 원리를 깊이 이해하고 쉬운 문제부터 고난도 문제까지 아이가 직접 풀어서 익히는 제대로 된 선행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음은 영어입니다. 영어는 과목이기 이전에 또 하나의 언어이므로 하루 아침에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꾸준하고 지속적인 시간투자가 필요합니다. 미리 공부해 놓으면 고등학교 때 시간을 가장 아낄 수 있는 과목이 영어이기도 합니다. 영어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책읽기를 꾸준히 한다면 공부의 90% 이상이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단어의 의미를 찾아서 익히고, 영문법을 공부한다면 문장 구조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말해, 영어 선행학습이라면 교과 과정보다 더 어려운 문장구조와 단어로 구성된 책을 읽는 것입니다. 어차피 수능 영어시험도 지문을 읽고 그 내용을 잘 파악했는지 확인하는 문제풀이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지문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연습이 필요하겠고, 그 기초가 되는 것이 다양한 문장을 접하고 읽어나가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영어 일기쓰기, 타임 포 키즈(Time for Kids)나 영자신문 기사 읽기 등을 공부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국어를 선행하는 방법은 장문의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또 한글에는 한자어가 많으므로 한자 뜻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자어 의미를 알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어릴 때부터 다양한 주제의 책 읽기를 생활화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나아가 한자어를 익히고 배경지식을 쌓는데 있어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신문기사를 많이 읽는 것입니다. 신문 사설을 읽고 필자가 주장하는 바를 파악하려고 노력해보며 전체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해보는 작업, 내지는 가족과 함께 읽은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엄마가 시간적 여력이 된다면 학원의 도움 없이 집에서도 충분히 아이와 할 수 있습니다.     

  과학은 아이가 좋아한다면 초등학교 때 학원 또는 방과 후 수업을 통해 생물이나 화학 실험을 접할 수 있게 해주면 좋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폭넓은 경험과 창의력 발달 차원에서 유익한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아이가 과학학원에서 화학 주기율표를 배우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해를 바탕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미리 앞당겨서 암기하는 차원이라면 시간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본격적인 과학 선행은 중학교에 진학 한 후, 만약 이과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면, 물리학과 화학 1의 기본 개념을 고등학교 입학 전 미리 한 번 봐두는 것이 시간 활용 면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선행학습이 독이 되는 경우는 아이들이 이미 학원에서 배웠다는 이유로 학교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 아이들은 실상 학원에서도 전적으로 이해하지 못했으면서 학교에서도 집중하지 않으니 선행학습을 한 것이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아니함만 못한 결과가 빚어집니다. 엄마들이 알아야 하는 진실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께서 시험문제를 출제하신다는 점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학교수업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학교 선생님의 말씀을 토시 하나 빠뜨리지 않고 집중해서 듣고 적어서 완벽한 이해와 암기로 공부에 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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