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원곡동 쌩닭집-36화-그림자들 ⑦바리케이드
운전을 하는 도윤은 미호를 보면서 물었다.
“어디를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게 좋을까요?”
“음. 인간 세상을 확인하기에 앞서서, 얼마 전 [전래동화 나라]에서 발생했던 사건부터 확인해 보는 게 어떨까요? 갑자기 그곳에서 일하던 선량한 요괴들이 태곳적 모습으로 변경된 것이 좀 이상해요. 그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안 있어서 일이 생긴 거 같아요. 지금 인간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일반적인 사람이 한 짓은 아닌 거 같습니다.”
“좋아요. 저도 그게 좀 수상합니다.”
도윤과 미호가 탄 차는 [전래동화 나라]로 향했다. 미호를 보면서 도윤이 물었다.
“[전래동화 나라]는 해태라는 신이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다는 말이 있던데. 그 커다란 놀이공원을 만들고 운영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하시네요.”
“어린이를 위한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죠.”
미호는 운전하는 도윤을 바라봤다.
“저 궁금한 게 있는데,”
“말씀하세요.”
“요괴 차사를 은퇴하신 후, 왜 극락으로 안 가시고, 이곳에 남겠다고 하신 거예요?”
“왠지 이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거 같아서요.”
“그거 일 중독이에요. 극락에서 편히 쉬지 못하고 평생 일만 하는.”
“그런가요. “
***
도윤과 미호가 탄 차는 전래동화나라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차에서 내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도윤이 미호를 보면서 물었다.
“처음 와보는데 생각보다 꽤 넓군요, 여기에 와 보신 적 있으세요?”
“해태 아저씨는 본 적이 있지만, 저도 여기에 온 건 처음이에요.”
둘은 입구에 있는 약도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
“어이~ 거기 누구요? 그렇게 맘대로 막 들어가면 안 돼요. 여기 사유지입니다.”
공원 안으로 들어간 도윤과 미호를 향해 저 멀리서 누군가 뛰어오고 있었다. 도윤이 미호에게 물었다.
“혹시 저분 누군지 아세요?”
“이곳을 설립하신 해태 선생님이신 거 같아요, 안녕하세요. 아저씨.”
미호가 반갑게 인사를 하자, 해태 아저씨도 긴장을 풀고 미호를 향해 인사를 했다.
“이게 누구야? 미호 아닌가? 여기는 어쩐 일로?”
“저희 지금 교도소장님이 지시하신 업무 때문에 여기를 좀 확인하려고 하는데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교도소장님 업무 차 확인? 무슨? 이 사람은 누구?”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요괴 차사에서 은퇴를 한 박도윤이라고 합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곳 놀이공원을 설립하셔서 운영하고 계신다고요. 얼마 전 발생한 사건 때문에 소장님께서 이곳을 한 번만 더 확인하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반가워요. 그나저나 얼마 전에 싸그리 다 조사하고 사무실 캐비닛에 있는 먼지까지 다 털어서 가져갔는데, 더 조사를 할 게 남아있으려나 모르겠네?”
해태 아저씨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도윤과 미호를 바라봤다. 해태아저씨는 뭔가 생각난 듯 무릎을 치면서 미호에게 말했다.
“마침 지금 시간 나는데, 내가 안내해 줄까?”
“아유, 그럼 너무 좋죠. 바쁘실 텐데 감사합니다.”
“감사는 내가 해야지. 이게 빨리 해결되어야 다시 이곳을 개장하고 어린이들이 놀러 오는 것을 내가 볼 텐데 말이야. 내가 아는 거 다 말해주고 도와줄 테니 빠르게 이번 사건 좀 해결해 줘. 이곳에 놀러 오는 우리 아이들을 보고 싶어 아주 그냥 내가 죽겠네.”
“아저씨는 정말 아이들을 좋아하시는구나. 저희가 최대한 빠르게 해결해 볼게요.”
“그러면 먼저 어디를 가 볼까?”
“음.. 사건이 일어난 ‘전래동화 귀신과 요괴의 집’으로 먼저 가볼 수 있을까요?”
“거기는 한참 걸어가야 하니까, 이거를 타고 가자고, 내가 운전해 줄게. 기다려.”
해태 아저씨는 입구 옆에 주차된 꼬마 도깨비 열차의 운전석에 타더니, 시동을 걸고 도윤과 미호가 있는 곳으로 열차를 몰고 왔다.
“어서 타요.”
“저희 걸어가도 되는데.”
“아이고, 무슨, 여기 생각보다 넓다니까. 걷다가 지쳐. 어서 타, 태워줄게.”
세 명이 탄 도깨비열차는 ‘전래동화 귀신과 요괴의 집’으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용도라 그런지 일반 성인들이 걷는 속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보였다.
“이 기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다닐 때 행복했는데.”
운전을 하는 해태 아저씨가 눈물을 글썽이면서 한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열차 안을 두리번거리던 도윤의 눈에 차량 위에 걸린 손전등이 들어왔다. 그는 손전등 두 개를 몰래 빼서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최대한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열차를 운전하는 해태 아저씨는 도윤이 빠르게 해결해 주겠다고 말하자 신이 났는지 크게 답변했다.
“두 분 모두 고마워요. 우리 모두 함께 꼬마 도깨비열차를 타고 달려볼까요?”
삐이이익!!!!
경적소리를 내면서 달린 도깨비열차는 ‘전래동화 귀신과 요괴의 집’ 앞에 도착했다
***
해태 아저씨는 입구에서 미호를 보면서 말했다.
“그날 이후 여기는 내가 24시간 환하게 불을 켜놓고 있어. 나는 여기 안으로 같이 안 들어가도 되지? 나 그날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말이야.”
“그럼요. 저희만 들어가서 확인해도 돼요.”
“고마워, 나는 출구 쪽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입구에서 출구까지 길은 하나니까 헷갈릴 일은 없을 거야. 천천히 잘 살펴보고 나와. 아! 맞다. 동굴 안 바리케이드를 쳐 놓은 곳은 들어가면 안 돼. 거기는 소장님이 아무도 들어가지 말라고 한 곳이거든.”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뒤에 봬요.”
해태 아저씨가 탄 꼬마 도깨비 열차는 동굴의 출구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윤과 미호는 동굴 입구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
“동굴이 환하기는 하는데 뭔가 좀 음침하네요.”
도윤이 두리번거리면서 말하자 동굴 안에서 도윤의 말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아까 해태아저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조사가 끝나서 그런 건지 바닥이 먼지하나 없이 깨끗하네요.”
도윤과 미호는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덧 둘은 커다란 바리케이드를 쳐 놓은 또 다른 동굴 앞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