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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Aug 29. 2024

#37 넥타이핀

[소설] 원곡동 쌩닭집-37화-그림자들 ⑧ 넥타이핀

미호가 도윤을 보면서 말했다.      


“여기 안이 해태 아저씨가 들어가지 말라고 한 동굴 같아요.”     


도윤이 바리케이드 옆으로 가더니 미호를 보면서 말했다.      


“이런데도 다시 뒤져보라고 소장님이 우리를 보낸 겁니다.”   

   

도윤은 주머니에서 몰래 챙긴 손전등 두 개를 꺼내더니 하나를 미호에게 건넸다. 그러나 미호는 받아든 손전등을 켜지 않고 말했다.


“저는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보여요.”


빛이 나는 미호의 눈동자를 본 도윤은 아~ 하는 소리를 냈다. 둘은 바리케이드 뒤편의 또 다른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덧 둘은 마 회장이 더듬고 밀고 들어간 벽까지 도착했다. 그곳은 동굴의 막다른 곳이었다. 미호가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여기가 끝인가 봐요.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쳐 놓은 것 치고는 이 안에는 너무 뭐가 없는데요? 대체 바리케이드는 왜 있는 건지 궁금할 정도네요.”     


동굴의 벽을 손전등으로 비추던 도윤은 손을 들어서 벽을 만지기 시작했다.    

 


“여기 동굴의 벽은 물기가 많군요, 축축하네요. 어? 바닥에 저건 뭐죠?”    

 

도윤은 무언가 발견했는지 허리를 숙여서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집었다. 그때 미호도 손을 들어서 동굴의 벽을 만지기 시작했다. 한참 벽을 만지던 미호가 도윤을 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도윤 씨. 여기서 빨리 나가야 할 거 같아요.”     


바닥에서 무언가 주운 후 몸을 일으킨 도윤은 미호를 바라봤다. 미호의 얼굴에서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동굴 벽이 마치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도윤과 미호는 그곳을 빠져나와 동굴의 출구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우우 우우웅

우우 우우웅     


뛰는 그들 뒤로 마치 동굴이 살아서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출구의 불빛이 보이자 미호는 뛰는 것을 멈추고는 숨을 헐떡이면서 도윤에게 물었다.    

  

“우리 뒤로 무언가 그르렁 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비명소리 같기도 한 소리가 들렸어요. 저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죠?”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방금 전 동굴에서 주운 물건을 미호에게 보여줬다. 도윤의 주머니에서 나온 그것은 남성용 넥타이핀이었는데, 넥타이핀의 끝에 달린 보석은 늑대 모양의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커다란 보석이었다.     

“이건 어디서 발견하신 거예요?”     

“아까 동굴 바닥에서 주웠습니다. 누구 걸까요?”     


미호는 넥타이핀을 받아서 자세히 살펴봤다.    

  

“이곳의 물건이 아닌 것 같아요,”     

“네? 그걸 어떻게 아세요?”     

“여기에 있는 보석에 브랜드가 있어요. 보세요.”     


놀란 도윤이 미호에게서 받아서 손전등으로 자세히 살폈다. 늑대의 모양으로 된 보석의 구석에는 영어로 쓰인 글씨가 선명하게 보였다. 미호가 보석을 들고 있는 도윤을 보면서 말했다.  


“그건 이곳 원곡동이 아닌, 인간 세계의 물건이에요. 세계적인 주얼리 회사의 제품이거든요. 이 정도 크기면 거의 주문제작일 가능성이 높아요. 가격도 일반 사람들이 하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울 거고요.”     

“미호 씨가 인간들이 만든 명품 브랜드에 능통한 건 몰랐네요. 일단, 이건 우리만 알고 있도록 하죠. 우선 여기 어린이월드를 나가서 이야기해요.”     


도윤은 고개를 들어서 얼굴로 말없이 동굴 벽 위를 가리켰다, 그곳뿐만 아니라 동굴 곳곳에는 수많은 CCTV가 달려 있었다.      


도윤은 손전등을 끈 후, 보석과 손전등을 주머니에 넣었다. 둘은 출구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출구를 나오자 해태 아저씨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하도 안 나오길래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지. 들어가 보려는 참이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     

“네, 진짜 아무것도 없네요.”      

“그래요? 근데..”     


아저씨가 도윤의 불룩 튀어나온 주머니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안에서 뭔가 발견했나 봐? 동굴에서 돌멩이 하나라도 가지고 나가면 안 되거든.”  

   

***   

  

“아. 이거요? 아까 꼬마열차에서 보이길래 혹시 몰라서 가지고 왔어요. 잘 사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윤은 주머니에서 손전등 하나를 꺼내더니 미호를 보면서 말했다.     

 

“미호 씨 손전등 가져가시게요? 구미호에게 필요 없는 물건 같던데...”


“아, 맞다. 아저씨, 여기요. 동굴 안에는 진짜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미호도 주머니에서 작은 손전등을 꺼내 해태 아저씨에게 전달했다.  해태 아저씨는 도윤과 미호의 손에 들려있는 손전등을 보면서 크게 웃었다.

     

“그렇지? 내가 뭐랬어. 이미 다 싹 뒤졌다니까. 아무것도 없지?”      


해태 아저씨는 열차의 시동을 걸면서 말했다.     


“어서 타. 손전등은 다시 걸어 놓고, 이제 어디를 볼 거지? 내가 데려다줄게.”     

“저희는 더 안 봐도 될 거 같습니다, 주차장으로 데려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 더 안 봐도 되겠어? 오케이. 출구 방향으로 우리 함께 출발~ 고고고!”     


꼬마 어린이 열차는 다시 주차장 방향으로 향했다.    

  

***     


주차장에 도착한 열차에서 내린 미호가 해태 아저씨를 보면서 말했다.      


“덕분에 빠르게 보고 가요. 저희는 이만 가 볼게요.”     

“뭘, 내가 도와준 것도 없는데. 이제 어디 갈려고?”     

“저희는 이제..”     

“퇴근해야죠!!!! 오늘 같은 날은 땡땡이를 쳐야 제맛이지 않겠습니까? 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윤이 미호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크게 말했다.      


“아 그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그래그래. 피곤할 텐데 어서 돌아가서 쉬어. 나도 이제 집으로 가야겠어. 우리 집은 저기 입구 옆에 있어. 나중에 심심할 때 한번 우리 집으로 놀러 와.”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들어가세요.”    

 

해태 아저씨는 종종걸음으로 자신의 집 방향으로 향했다. 도윤과 미호도 차에 탄 후, 주차장을 벗어나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도윤이 주머니에서 넥타이핀을 꺼내면서 미호에게 말했다.     


“제가 오버한 건가요?”     

“아니요. 잘하신 거 같아요. 사실 교도소장님이 아무도 믿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아까 몰래 속삭이시더니 그 말씀하신 거군요. 좋아요. 저희 이제 밥이나 먹으러 가죠. 어디 갈까요?”     

“삼성역에 중앙해장이라고 선지 해장국 정말 잘하는 데 있어요. 소 선지랑 내장 같은 거 안드시면 다른거 먹을까요?“

“콜. 갑시다.”      


도윤과 미호가 탄 차는 인근의 터널로 들어갔다. 잠시 후, 터널을 나온 차는 대한민국 서울의 강남 삼성역으로 향했다.      

***     


삼성동 인근의 한 해장국집에서 도윤과 미호가 밥을 먹고 있었다. 이들 뒤로 TV뉴스가 진행 중이었다.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에 신화그룹 마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드린 바 있는데요, 이번 한 주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죠?     

- 네 그렇습니다. 30년간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던 마회장의 막내딸 지안씨가 기적같이 깨어난 후, 그동안 신화그룹에 많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 지난주에, 신화그룹의 주주총회를 거쳐 이사회가 열렸고 그 결과 마 회장의 막내딸인 지안 씨가 신화백화점의 대표이사로 선출되었습니다. 신화그룹 마회장의 인터뷰를 들어보겠습니다.    


TV에서는 신화그룹 마 회장이 기자들 앞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었다. 도윤은 밥을 먹다 말고 한참이나 TV를 보고 있었다. 그를 보고 미호가 이야기했다.


“뭘 그렇게 넋을 놓고 보고 있어요? 밥 다 식어요.”     


미호는 웃으면서 해장국 위에 깍두기 하나를 올린 후, 숟가락으로 퍼서 입으로 넣었다. 그리고는 TV를 바라보던 미호도 아무 말 못 하고 TV 속 화면을 바라봤다. 도윤은 미호의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저한테 뭐라 하더니 그쪽도 넋 놓고 TV 보시네.”     

“그게 아니라, 도윤 씨, 저기 좀 보세요.”     

“재벌들이 TV에 나오는 거 한두 번도 아니고, 여기 선지 해장국 맛있는데요?”     

“그거 말고요.”     


도윤은 선지해장국을 크게 한 술 떠서 입에 넣어 우물거리면서 말했다.      


“그럼 뭐요?”     

“저가 보이는 마 회장이라는 사람의 가슴에 달린 넥타이핀을 보세요.”     


도윤은 다시 고개를 돌려 TV에 나오는 마 회장이 입은 옷에 달린 넥타이핀을 바라봤다. 어딘가 낯이 익은 넥타이핀은 오늘 도윤이 동굴에서 발견한 늑대 모양의 다이아몬드 넥타이핀이었다. 깜짝 놀란 도윤이 주머니에서 넥타이핀을 꺼내며 말했다.   

 

“일반 사람들은 사기 힘든, 특별제작 해야 하는 명품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TV속의 마회장은 도윤의 손에 들린 넥타이핀에 달린 것과 완벽하게 같은 늑대모양의 넥타이핀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둘은 밥을 먹다 말고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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