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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Aug 29. 2024

#38 익숙한 그 냄새

[소설] 원곡동 쌩닭집-38화-그림자들 ⑨익숙한 냄새

다음 날 새벽,      


“아니,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우리 잠도 안 자고 지금 몇 시간 째인 줄 아세요?”   

  

미호는 도윤과 함께 강남 청담동에 있는 마회장 저택 인근에 주차된 차에 앉아 있었다.  마회장의 저택은 10 미터도 넘어보이는 높은 담장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도윤은 미호를 보면서 말했다.     


“쓰레기 속에 뭔가 단서가 있을지도 몰라요. 재벌가들은 쓰레기도 아무 데나 막 버리지 않는 거 아시죠? 잠시 후에 쓰레기 수거 차량이 올 거예요. 그때 시간 맞춰서 일하는 아줌마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올 겁니다.”      

“어떻게 이렇게 재벌가들의 삶의 패턴을 잘 아세요? 전생에 재벌도 아니었으면서.”     

“그러게 말입니다.”     


도윤은 한동안 말없이 정문을 쳐다봤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한 아주머니가 커다란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오더니 대문 옆에 두고 다시 들어갔다.      


아줌마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저 멀리 쓰레기 수거 차량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도윤이 차 문을 열고 나가더니 아줌마가 놓고 간 쓰레기봉투를 재빠르게 들고 와서 미호의 옆에 탔다. 마 회장의 집 대문 앞에 잠시 주차를 한 수거 차량에서 내린 청소원은 쓰레기봉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탕탕탕 차를 치면서 말했다.


“오늘은 없어, 가자고,”     


쓰레기 수거 차량은 반대 방향으로 이내 사라졌다.     

 

도윤은 들고 있는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툭툭 치면서 미호를 보며 이야기했다.    

  

“이러면 쓰레기봉투가 사라진 것도 모를 겁니다.”      

“재벌들은 명품도 막 버린다던데, 왜요? 쓰레기 안에서 명품가방 하나 건지시게요?”     

“혹시 압니까? 명품가방보다 더 좋은 게 있을지.”      

“아니, 대체 이 냄새는 뭐예요?”     


미호가 코를 막고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음식물쓰레기도 같이 버렸는데요? 음식물은 별도 분리해서 버려야지. 있는 것들이 더 하네. 진짜.”     

“갑시다. 뒤지러. 저기 저쪽에 CCTV 없는 빈 공터 있는데 그쪽에 주차 좀 해봐요.”     


잠시 후 인근의 한 공터에서 도윤은 차에서 내린 후 쓰레기봉투를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봉투를 뒤적거린 도윤이 비닐 같은 투명한 막을 들어서 미호에게 보여줬다. 막 끝으로는 작은 고깃덩어리 같은 장기가 하나 보였다. 도윤은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그것들을 들어서 멀리서 보고 있는 미호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조그만 장기 같은 거에 달린 이 비닐은 건 뭘까요? 얇은 막 같기도 하고. 이 조그만 건 새끼돼지 쓸개인가? 큰 돼지는 아닌 것 같아요, 작은 걸 보면,”     

”돼지 쓸개요? 재벌들은 고기를 직접 손질해서 먹나 봐요?”

“아무래도요, 오래전부터 일하던 믿을만한 분들이 집에 상주해서 밥을 해주니까요.”     


미호는 고개를 돌리면서 헛구역질을 하면서 성질을 내기 시작했다.     


“으웩,,, 쓰레기 고만 좀 뒤적거려요. 옷에 냄새 다 배겠어요,”     

“알겠습니다. 여기 쓰레기봉투에는 뭐가 없네. 그나저나 여기에 이거를 놓고 가면 안 될 거 같으니 저기 보이는 공용 쓰레기통에 버리고 올게요. 차에 시동 거세요.”   

  

도윤은 쓰레기들을 봉투에 다시 집어넣고 약 20미터 앞에 보이는 공용 쓰레기통에 버리고 차가 주차된 방향으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미호는 시동을 걸고 기다리고 있었다. 도윤이 차에 탔지만 미호는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해요 안 가고.”     


멍하니 밖을 보던 미호는 갑자기 차의 시동을 끈 후, 도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생각났어요.”     

“뭐가요?”     

“이거 그 냄새인데.. 익숙한 그 냄새예요.”     

“네? 무슨 냄새요?”     


도윤은 킁킁거리면서 자신의 옷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제 몸에 쓰레기 냄새 안 배었어요, 아니, 이거 너무 예민한 거 아닙니까?”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오래전에 매일 맡았던, 우리 구미호들의 몸에 밴 익숙한 그 냄새요.”     

 

도윤은 놀란 눈으로 미호를 바라봤다. 미호는 작은 목소리로 도윤을 보면서 말했다. 미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배를 갈라서 쏟아져 나온 간과 인간의 피 냄새.... 그 정도로 작은 크기라면..”


두 눈이 커진 도윤은 미호를 바라봤다.   

   

***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오늘 밤은 여기서 가까운 곳에서 묵으면서 마회장의 집을 외부에서 살펴보는 걸로 하시죠. 이 정도 증거를 가지고 저희가 바로 보고하기에는 좀 부족해요.”      


둘은 마 회장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호텔로 향했다. 호텔 리셉션에 도착한 도윤이 크게 이야기했다.


“저희 하루 자고 갈 건데, 북쪽창이 있는 가장 고층 방으로 주세요.”     

“북쪽 고층은 로열 스위트룸밖에 없습니다,”     

“얼마인데요?”     

“1박에 58만 원입니다,”     

“주세요.”    

 

도윤은 미호를 바라봤다. 미호는 도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네?”     

“아까 받으신 카드 주셔야죠.”      

“아,”     


미호가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건네자 도윤이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일시불이요. 내일 조식 포함된 가격 맞죠? 그리고 이따가 1시간 뒤에 룸서비스로 아메리카노 두 잔 부탁드릴게요. 그것도 미리 포함해서 지금 다 카드 긁어주세요. 아메리카노는 샷 추가해서.”     

“아주 뽕을 뽑으시는군요.”     


미호가 혀를 차면서 도윤을 바라봤다.      


***     


방으로 들어온 도윤은 주머니에서 작은 소형망원경을 꺼내더니 창문을 열어 망원경으로 보기 시작했다. 저 멀리 마회장의 저택과 정원이 보였다.  

   

“망원경도 가지고 다니세요?”     

“혹시 몰라 이것저것 가지고 다니고 있습니다.”      


한참 동안 창문으로 망원경을 가지고 보던 도윤이 미호를 향해 손짓했다. 미호가 다가가니 북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구미호들은 시력이 좋으니 필요 없으시죠?"

"스마트폰을 많이 봐서 시력 안 좋습니다. 마이너스에요."


도윤의 손에 있던 망원경을 빼앗은 미호는 망원경을 이용해서 마 회장의 저택을 바라봤다.     

 

“역시 재벌가의 집이네요. 정원도 잘 꾸며져 있고, 멋진 돌로 만든 엄청나게 오래되어 보이는 작은 석탑도 있군요, 저런 집에서 나는 언제 살아보나.”     

“오래된 석탑이 있는 정원 말고 집 안을 봐야죠.”     

“그래요?”      


미호는 다시 망원경으로 마 회장의 집 안을 바라봤다. 집 안에는 지안 혼자 거실에 서 있었다. 잠시 지켜보던 미호가 깜짝 놀라면서 망원경을 건네면서 도윤을 바라봤다. 도윤은 미호의 손에 있는 망원경을 받아서 마 회장의 집안을 보면서 말했다.      


“젊은 여성분이 혼자 거실에 있는데요? 얼굴은 잘 안 보이고요. 멀 보고 그렇게 놀란 거예요?”      

“잘 보세요.”      

“뭘요? 특별한 거 없는데? 젊은 여자 혼자 거실에 서 있는 거 말고는.”     

“그 여자 그림자를 보세요.”     

“그림자요?”     


“여자의 그림자가 두 개예요. 이상하지 않아요?”     


미호의 말에 놀란 도윤은 망원경으로 젊은 여자의 뒤에 비치는 그림자를 바라봤다. 거실에 서 있는 젊은 여자의 뒤로 비치는 그림자는 여성의 절반정도 사이즈의 작은 그림자 두 개였다.      


잠시 뒤, 아까 쓰레기를 버렸던 가정부가 거실로 들어오자 젊은 여성의 두 개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합쳐지더니 하나의 커다란 그림자가 되었다.      


놀란 도윤은 미호를 바라봤다.     

 

“젊은 여성의 그림자가 두 개군요. 순식간에 하나로 합쳐졌어요.”     

“이제 어떻게 하죠?”     

“음.. 일단 저는 여기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테니, 미호 씨는 원곡동으로 돌아가서 소장님에게 상황보고를 해주시는 게 어떨까요? 아이의 장기가 들어있는 쓰레기봉투에 그림자가 두 개인 여성이면 소장님과 요괴차사팀에서 관심을 가지실 충분한 증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미호는 고개를 끄덕인 후, 원곡동으로 돌아가 상황보고를 하기 위해서 호텔방을 나섰다.  

  

“그럼, 조심하세요.”     

“제 걱정 말고 운전이나 조심하세요. 호텔방에서 나가지 않고 있을 건데 저에게 일이 생길 리가 있겠습니까? 아, 이거 가져가세요.”     


도윤은 주머니에 들어있는 자신의 지갑을 꺼내더니 미호에게 건넸다.      


“미호 씨 올 때까지 이 방에서 안 나갈 거니까요. 그 지갑 안에 방 키도 들어있어요. 벨 같은 거 누르지 마시고 문 열고 조용히 들어오세요.”    

 

미호가 지갑을 받은 후, 호텔방을 나가자 도윤은 망원경을 들고 계속해서 마 회장의 집 이곳저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    

 

띵동    

 

미호가 나간 지 약 30분 후, 누군가 도윤 혼자 있는 호텔의 벨을 눌렀다. 망원경으로 밖을 보던 도윤이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물었다.    

  

“누구세요?”     

“룸서비스입니다. 주문하신 커피 두 잔 가지고 왔습니다.”     

“아.. 괜히 두 잔 시켰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잔만 시키는 건데.”     


구시렁거리면서 도윤이 방 문을 열자 그곳에는 모자를 눌러쓴 커다란 붉은 얼굴의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들고 있던 전기총을 도윤에게 쐈다. 지이이잉 소리와 함께 전기총을 맞은 도윤이 호텔 바닥으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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