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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Aug 29. 2024

#43 아랄해 가이드

[소설] 원곡동 쌩닭집-43화-아랄해 투어 ④ 아랄해 가이드 핫산

아저씨는 길동과 인사를 한 후, 반대편 문으로 사라졌다. 아저씨가 전해준 지도를 펼쳐보니 커다란 가죽으로 만든 지도였다. 꽤나 정확하게 그려진 지도 위에는 메말라진 커다란 호수가 보였고, 그 호수의 이름은 ARAL Sea이었다. Aral 호수 남서 방향 아래에 X 표시가 보였고 그 아래에는 여러 도시 이름이 적혀 있었다.    

  


철이 누나의 위치가 있는 지도를 확보한 우리는 박물관을 나와서 택시를 탄 후, 호텔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 나는 길동을 보면서 물었다.    

 

“아까 그 고려인 3세로 보이는 아저씨는 누구야? 그분이 고구려 사신이었다고?”     

"아, 그분 온달왕자예요.”     

"고구려의 그 바보 온달왕자? 저분이 여기 사마르칸트에 지금 왜 있는 거야?”     

“왜긴요, 고구려가 나당 연합군에 의해서 망한 후,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 갔겠어요? 그나마 다시 세운 발해도 예상치 못한 백두산 폭발로 망하고, 그 이후에 다들 뿔뿔이 흩어졌죠. 온달 왕자의 혼은 자신의 고향인 이곳 사마르칸트로 와서 고구려를 도울 지원군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죠, 그 후 온달의 혼은 고구려가 망한 게 억울했는지 저렇게 고향에 와서 살고 있네요.”     


“온달왕자의 고향이 이곳 사마르칸트라고?”     


“저분이 왜 바보라는 별명이 붙었겠어요? 이곳의 왕족이었던 아버지 사마르칸트 핫산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죽고, 온달왕자는 엄마와 함께 고구려로 도망쳤죠. 고구려에 온 지 얼마 안 된 어린아이가 말을 몰라서 어버버 했을 텐데, 주변 애들한테 바보라는 별명이 붙을 만했지 않겠어요?”     

“아.. 바보 온달이 그래서 나온 별명이었구나.”      

“그 후 몇 개월 만에 고구려 말을 완벽하게 익힌 거 보면 온달형이 얼마나 똑똑한데요. 물론 온달형의 비범함을 알아본 평강공주가 잘 가르쳐 줬지만요. 어쨌거나, 이제 철이누나의 정확한 위치가 있는 아랄해 지도를 받았으니, 호텔에서 푹 쉬고 내일 새벽에 부하라로 출발해요.”

 

***     


박물관에서 돌아온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편안하게 소파에 누워 있었다. 달이 누나는 따로 방을 썼고, 나는 길동이, 용이형과 같은 방을 사용했다. 갑자기 천정의 샹들리에가 흔들리면서 내가 누운 묵직한 소파까지 진동이 느껴졌다. 우리는 재빠르게 TV 뉴스를 틀었다.     


"속보입니다! 아랄해 인근에서 규모 6.5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당국은 아랄해에서 시작된 지진의 발생원인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진이 그 후로도 여러 번 지속되자 재빠르게 식탁 밑으로 숨은 길동이 말했다.  

    

“우리가 내일 아랄해를 가는 목적은 철이누나를 만나서 저 지진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멈출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원래 아랄해 지역은 지진이 없는 곳이었거든요. 내일 부하라에서 우리는 예약해 둔 고급 RV를 타고 누쿠스를 거쳐 아랄해로 갈 거예요. 내일 새벽 5시에 출발해야 하니까 일찍 자요.”  


길동이와 용이형은 안대를 하더니 침대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지진이 멈춘 것을 확인한 나도 바로 침대로 가서 잠을 청했다.    


***     


새벽에 일어난 우리는 열차를 타고 두 시간 후 부하라에 도착했다. 길동이 우리를 보면서 말했다.      


“먼저 돔 바자르로 가서 학가위를 산 후 바로 아랄해로 가야 해요. 빨리 움직이죠?”     


우리는 돔 바자르 방향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저 멀리 둥글둥글하게 위로 보이는 돔 바자르의 지붕과 부하라 올드타운이 보였다.      


“돔 바자르에는 환전과 보석, 금시장 등이 밀집해 있다네. 저기 보이는 칼론 미나렛의 불빛을 등대 삼아 실크로드를 통해 낙타에 실어 온 수많은 물건들을 이곳에서 거래를 했었지.”      



용이형의 설명을 들으면서, 온갖 물건을 팔고 있는 돔 바자르를 지나 반대편으로 나가니 한쪽으로 대장간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었다. 대장간에서는 쇠를 두들기면서 장인들이 무언가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가까이 보니 그들 모두 학 모양으로 된 다양한 사이즈의 학가위를 직접 만들어 팔고 있었다. 나는 커다란 학가위 하나를 집어 들고 길동이에게 말했다.    

 

“길동아, 그런데 아랄해를 가기 전에 학가위는 왜 사서 가야 하는 거야?”

“저도 몰라요, 용왕님이 부하라 학가위 사서 아랄해에 있는 철이누님을 찾아가라고 하셨거든요.”     


길동은 학가위를 사기 위해서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그 순간 현지인처럼 보이는 누군가가 등을 툭툭 치면서 유창한 한국말로 말하기 시작했다.     


"혹시 오늘부터 2박 3일 아랄해 RV 투어 예약하지 않으셨어요?”     

“어, 맞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저 잘해요 한국말. 여러분들 한국말로 아랄해 투어 말하는 거 내가 다 들었어요. 내 이름 핫산. 오늘 출발하는 아랄해 투어 공식 가이드예요. 반가워요. 만나서. 그리고 이 집 말고 저 집. 학가위 사야 해요.”


핫산은 길동에게 말하면서 우리를 다른 학가위 대장간으로 데리고 갔다. 대장간 안에서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오더니 핫산과 악수를 하고 이슬람식 포옹을 했다. 핫산은 길동을 보면서 크게 말했다.     



“여기서 사야 해요. 학가위.”      

“아, 그래요? 얼마인데요?”     

“제일 사요. 여기가 제일 싸요.”     

“죄송한데 저희 다른데 가격도 알아보고 올게요.”     


내가 의심을 하면서 물어보자, 핫산은 길동에게 다가가더니 다시 크게 말했다.     


“여기 이곳 학가위 주머니 가죽, 특별해요. 아주, 그리고 여기 제일 사요. 싸요.”      

“그래도 다른 데서 가격을 먼저 알아봐야...”     

“어머 색깔 이쁘다, 이거랑 이거, 이거 이거 해서 다섯 개 주세요. 카드 되죠?”     

 


어느새 가게 안으로 들어간 달이 누나가 선물용으로 제작된 작은 학가위 다섯 개를 집어 들고 카드로 결제를 하고 있었다. 달이 누나는 방금 산 작은 학가위를 들고 흔들면서 말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다 가격 비슷할 거야. 그냥 여기서 사자. 아랄해 멀다면서? 빨리 사고 출발하는 게 어때?”     


핫산이 달이 누나를 보면서 엄지 척을 하면서 크게 말했다.      


“우리 예쁜 누나, 탁월한 선택이에요. 여기 이 집 학가위 가격 제일 싸요. 가위 주머니 가죽 아주아주 특별해요.”     


***     


결국 길동은 그 집에서 가장 큰 학가위 하나를 고른 후 카드로 결제했다. 핫산은 커다란 가죽으로 된 가위 지갑에 학가위를 넣어주면서 말했다.      


“이 학가위 지갑 가죽, 좋아요. 사막에서 길 잃고 헤매는 사람들 위치 알려줘요.”  


달이 누나가 나를 보면서 작게 말했다.      


“무슨 말이야? 사막에서 길 잃고 헤매는 사람들 위치를 알려준다니?”     

“낸들 알겠습니까? 그나저나 다른 가게에서 가격 확인 안 하고 이렇게 사도 되나?”     

“야야, 여행 와서 이렇게 살 때도 있는 거지. 해외 나와서 가격 비교하다가 아까운 시간 다 간다. 용왕님이 주신 한도 없는 법인카드라매? 용궁에서 일하는 직장인인 길동이가 이럴 때 플렉스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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