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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까 Dec 13. 2024

겨울 단상

시#4

겨울에 내리는 건 눈송이뿐만이 아니다

누군가의 깊은 상념도
누군가의 젖은 기억도
누군가의 얼어붙은 마음도 함께 내린다


바람에 씻긴 나목 위로 흑백의 그림이 드리운다
지나는 이들의 고독을 머금은 눈발은 조용히 흩어진다
저마다 품은 이야기는 무음(無音)의 장면 속에 잠긴다
누군가 그랬다 멀리서 보면 고요도 하나의 문양이라고


겨울이라고 해서 온기가 사라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온기를 담은 손
온기를 담은 말
온기를 품은 사람들이 서로를 마주 보고 녹인다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면 청량한 칼날이 폐를 스친다커다란 꿈을 안고도 얼어붙은 날갯짓을 더듬는다
두려움이 발목을 죄어오지만
낮게 움츠린 숨결을 내뱉으며 더 높이 오르려 한다


겨울의 끝자락, 언 땅에 묻은 씨앗은 깨어날 것이다
얼어붙은 현실 틈새로 희망의 싹을 틔우리
눈 위에 남긴 발자국은 허공에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
선명한 흔적들을 남기고 다시 떠오르리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여름 가을 겨울
돌고 도는 계절 속에서
새는 겨울을 딛고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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