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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최영숙 Oct 31. 2019

데빌스 타워 Devils Tower 트레킹

루나 세계여행/미국 횡단 캠핑여행 17



 잭슨 Jackson - 핫 스프링스 Hot Springs - 버펄로 Buffalo


미국 횡단 14일째.

오늘은 Jackson에서 출발하여 중간 도착지 핫 스프링스 파크 Hot Springs, 그리고  버펄로 Buffalo까지 이동한다. 이제부터 미대륙 중부로 진입하면서 이동 거리가 멀어진다.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 장거리 이동이니 눈은 반쯤 뜨고 비몽사몽이리라.



26, 20 로드를 따라 온천 도시 핫 스프링 온천에 도착했다.

실내 온천에 들어가 오랜만에 묵은 때를 벗기는 날.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뜨거운 풀을 눈으로 구경만 하고 몸 한번 담그지 못했는데

드디어 오늘은 따뜻한 풀장에 입장했다.


실내외 풀장에서 놀다 보니 사우나실도 보인다.

호기심에 문을 여니 수증기가 꽉 차서 바로 옆도 안 보인다.

손을 더듬더듬해서 의자에 앉았다.

시간이 좀 지나고 뿌연 수증기 속에 어렴풋이 사람이 보인다.

어머나, 가슴 털이 시커먼 덩치 큰 백인 아저씨 2명이 앞에 앉아 있다.

참으로 놀랐으나 태연한 척 앉아 있었다.

놀라긴...ㅎ

좀 지나니 그들이 먼저 나갔다.

이제 좀 편히 앉아 쉬자.


야외 풀장에서 한참을 허우적거렸는데 일행이 한 명도 눈에 띄지 않는다.

시간이 지났나.

오랜만에 너무 땀을 흘렸는지 옷을 주워 입는데 좀 어지럽다.

한참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러워 옷을 주워 입고 로비에서 앉아 있으니 괜찮다.

남들이 알까 눈치 보며 원래 상태로 돌아갔으니 다행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과일 먹으며 휴식하고 다시 출발.

버펄로를 향해 3시간 정도 더 가야 한다.

20, 16 도로를 타고 달린다. 와이오밍 대초원 지역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 누른 사진은 계속 흔들린 사진들.


초원을 2시간 정도 달리니 소나무 우거진 국유림이 나타난다.

빅혼 Bighorn 국유림 지역이라고.

어제도 오늘도 미국 산지는 대부분 국립공원, 국유림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사유림은 없는 걸까.

침엽수로 울창한 숲이 계속 끝없이 이어지고 졸음으로 몽롱한데

문득 창밖을 보니 이것이 웬일인가.

와아, 논 덮인 하양 세상.

갑자기 산도 마을도 지붕 위에도 눈이 하얗게 쌓였다.

5월인데 한 겨울 알프스 산이다.

갑자기 겨울 나라에 도착했다.



다시 눈 덮인 삼림이 서서히 사라지고 버펄로 도착하여 캠핑장으로 들어간다.

통나무 집 안내 센터와 나란히 서 있는 나무 방갈로가 보인다.

미국 방갈로는 대부분 침대 외에 아무것도 없다.


버펄로는 서부 개척 시대 모습을 간직한 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빅혼 국유림을 끼고 스키와 같은 겨울 스포츠와 등산, 수영, 낚시, 사냥, 하이킹 등 스포츠, 관광 등이 중요한 산업이다. 이곳에서 1박 하고 내일은 데빌스 타워 Devils Tower를 보러 간다. 저녁은 레스토랑에서 버펄로 스테이크를 먹었다. 버펄로에 왔으니 버펄로(바이슨 Bison)를 먹어야 한다는.


미국은 음식값의 10~15% 정도를 반드시 팁으로 내야 한다.

서빙하는 직원들의 유일한 수입원이기 때문에.

와인 주문 시 10%, 음료는 병당 1~2불 정도.




□ 버펄로 Buffalo - 데빌스 타워 Devils Tower - 라피드 시티 Rapid City


오늘은 Buffalo에서 출발하여 Devils Tower 들어가 짧은 트레킹 하고 Rapid City까지.

90 도로를 따라 와이오밍 주와 이별하고 South Dakota 주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 식사 후 매일 반복되는 출발 준비.

식사-설거지-캠핑차 내부 정리-트레일러와 자동차 연결- 각자 맡은 임무를 순서대로 척척 이어간다. 이제는 6명의 멤버 중 한 두 명 빠져도 전혀 지장이 없다.


중간에 주유하고(대부분 셀프 주유소) 화장실 들러 상점 한 바퀴 돌고 나온다.

화장실 사용도 가끔은 유료도 있었고 물건을 사지 않을 때는 항상 눈치를 보며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왜 그리 사람도 없는지 휴게소에 들어가도 손님보다 직원이 많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규모가 작고 식당을 끼고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겨우 포장 먹거리 정도이다.




□ 데빌스 타워 Devils Tower 트레킹


90 도로에서 벗어나 14번, 24 도로를 바꿔 타며 한참을 달리니 Devils Tower National Moument.

멀리 Devils Tower가 보인다.


데빌스 타워는 루스벨트 대통령 때 미국 최초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거대하게 불쑥 올라온 바위산이다. 약 6천만 년 전 화산 폭발이 원인이 되어 형성된 거대한 화성암 기둥. 63 빌딩(249m) 보다 더 높은 바위산이다.



안내 센터를 지나고 주차하는데 차가 밀려 시간이 꽤 걸린다. 차가 움직이지 않고 정체가 길어져 두 차의 캡틴 둘만 빼고 우리는 먼저 내려 산책에 나선다. 1시간(2km) 동안 데스 빌 타워 둘러싼 트레일을 한 바퀴 돌아볼  예정이다. 사진도 찍으며 천천히 소나무 숲 속으로 입장.


트레킹 코스(구글 인공위성 지도)                                  




데빌스 타워 트레킹


위가 평평한 건물 모양의 바위산을 가까이서 보니 외벽이 세로 줄무늬가 뚜렷한 주상 절리이다. 우리나라 철원 한탄강 유역, 제주도 해안가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주상 절리는 유동성이 큰 현무암질 용암이 분출하며  냉각될 때 수축 작용으로 나타나는 다각형 무늬를 말한다. 화산지형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지형이다



원주민의 전설에 따르면 산을 가다 곰을 만난 소녀 둘이 바위산으로 도망치자 곰이 소녀들을 잡기 위해 산을 오르려고 버둥거리며 생긴 발톱 자국이라는 전설이 있다. 그리고 이곳은 독특한 모습의 지형 때문인지 고대부터 원주민이 신성시하던 땅으로 지금도 6월에 의식을 치르는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영화 '미지와의 조우' 배경이 되었던 곳이란다.


높이 260m의 화강암 암벽을 오르는 두 사람


수북하게 쌓인 침식물


날씨는 쾌적하고 사람이 별로 없다.

트레일은 외길이다.

단체로 입장한 귀여운 어린이들이 즐겁게 재잘거리며 지나간다.



이곳도 옐로스톤 공원처럼 산불 흔적이 눈에 띈다.

쓰러진 채 누워 있는 나무, 타나 남은 검은 거목, 죽어서도 서 있는 나무가 푸른 숲 사이에 함께 살고 있다.

산불 흔적을 방치한 채 자연적인 생태계 회복을 기다리는 듯하다.

그 속에서 다람 쥐도 사람을 반긴다.


데빌스 타워 트레일 주변 쓰러진 소나무
화재로 검게 그을린 나무들



유럽 여행에 비하면 한적해서 얼마든지 일정을 즐기기 좋고 장거리 이동도 그리 지루하지 않은 여행쟁이가 되어간다. 그저 낯선 땅을 밟으며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는 자유로움을 누리려 한다. 그냥 이렇게...

장거리 이동 중 달리는 차 안에서 대학시절 대학 가요제가 나와 나도 모르게 오랫동안 흥얼거렸나 보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 들었는데 갑자기 A의 목소리가 머리를 친다. '대학 가요제 나가지 그랬어요' 하는 말투가 예사롭지 않다. 움찔해서 '아차 소음 공해를 일으켰구나. 흐흐 뭐라 말하리오...' 조용히 가자.


점심은 누룽지를 끓여서 김치와 깻잎을 반찬으로 먹었다. 

역시 구수한 누룽지는 뜨거워도 시원했다.

1시쯤 출발해서 2시간 달려 라피드 시티 Rapid City에 들어섰다.

가랑비가 내리는 도시로 들어와 캠핑장으로 진입한다.


라피드 시티


캠핑장 입구부터 라일락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라일락 꽃나무 사이에 통나무 숙소가 나란히 보이고 캠핑장이 넓어 한참 빙빙 돌아 우리 위치를 찾았다. 차량 위치 정리하고 카메라, 핸드폰 여분 배터리 꽂아 놓고 휴식을 취한 뒤 시내 구경을 나갔다.


Rapid City 캠핑장


라피드 시티Rapid City.

시내로 들어가니 비 오는 거리에 동상이 즐비하다.

동상이 이렇게 많은 도시는 처음 보았다.

이 도시의 역사와 관련된 인물 및 역대 대통령인듯하다.

거리를 걷다가 제일 소박한 원주민 옆에 서 보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내 내린다.

주민들은 비가 오는데도 피하지 않고 우산도 없이 거리를 활보한다.

우리도 우산도 없지만 그들을 따라서 비를 맞으며 거리를 배회했다.


Rapid City


비를 피할 겸 쇼핑센터 건물로 들어갔다.

책, 문구, 액세서리, 가방 등 물건들이 꽉 차 있다.

한참을 눈팅만 하다가 눈에 띈 물건 하나.

바다색 숄더백.

평소 전혀 가방에 욕심 없던 내가 질감도 좋고 이뻐서 구매했다.

라피도에서... 지금도 사용하는 추억 속의 물건.





오늘부터 South Dakota주를 밟는다.

미대륙 중앙 평원에 도착한 것이다.


오늘 저녁은 캡틴의 요리를 맛보는 날이다.

시내에서 6시쯤 모두 모여 월마트에 들러 고기, 야채, 과일 등 먹거리를 구입했다.

역시 캡틴의 요리는 최고 수준.
모닥불 숯을 모아 고기 구워 입에 넣으니

육즙 터지는 부드러운 스테이크.

어느 식당 스테이크보다 훌륭했다.


그리고 새콤 달콤 샐러드.

숙성이 되면 더 맛있다고 누누이 강조했었다.

그런데 샐러드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글을 쓰기 위해 미국에 거주하는 캡틴에게 메일로 물어볼까 하다가... 생각을 접었다.

그가 한국 말을 막힘없이 잘하기에 귀국하고 감사한 마음에 메일 보냈다가 장문의 영어 편지 받고 놀라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말을 한다고 누구나 그것이 글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또한 나 잊을 수 없는 맛.

톡톡 터지는 달고 지근하고 풋내 나는 옥수수 맛, 지금도 생생하다.

옥수수를 껍질 채 20분간 물에 담가놓았다가 모닥불에 올려 껍질이 까맣게 타도록 구워서 벗겨서, 아삭아삭한 식감에 달달한 풋내에 배가 터지도록 계속 먹었던 기억. 난생처음 맛보는 옥수수 맛이었다. 나중에 한번 해봐야지 했는데 3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실행을 못했다.


그런데 지난여름 고향에 가니 농사짓는 친구가 노란 옥수수를 가져왔다.

삶지 않고 그냥 먹어도 되는 옥수수라고 했다.

먹어 보니 바로 그때 먹었던 옥수수 맛이다.

그러고 보니 색도 약간 노란 것이 비슷하다.

이것이 미국에서 건너온 그때 먹던 옥수수 품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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