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테마 기행에서 보았던 야자수로 둘러싸인 이까 사막 입구의 오아시스(샘) 마을로 출발한다. 페루 사막 중 이까 시내에서 가까운 오아시스라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휴양지이다. 버스에서 내리자 여행자를 기다리던 주민들이 앞 다투어 몰려든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무표정한 주민들이 목청을 높이며 서로 버기 Buggy Car투어를 권한다. 우리 한 팀 도착했는데 골목이 시끌벅적하다. 멋진 사막 가운데 오아시스를 그리며 가슴 가득 부풀어 도착했는데, 내리자마자 고달픈 그들의 삶의 현장을 목격한다.
이까 와카치나사막의 오아시스
와카치나 사막 버기 Buggy 투어
지붕까지 만들어 씌운 쇠파이프로 개조한 튼튼한 버기에 올랐다.
버기는 모래사막을 달리기 위해 트럭을 개조하여 만든 그곳만의 특수 차량이다.
마을을 둘러싼 모래 언덕, 처음 대하는 사막 모습이 그저 신기하다.
우리 일행은 두 팀으로 나누어 타고 덜컹거리며 모래사막으로 들어간다.
버기 탑승
와카치나 버기 투어
버기는 서서히 사구의 경사지를 올라간다.
4륜 구동 네 바퀴는 모래에 빠지지 않고 잘 달린다.
한참 지나니 모래 언덕 너머로 이까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건조한 사막 사이에 작은 도시 이까가 뿌옇게 보인다.
구름 낀 뿌연 날씨에 구름과 햇살이 숨바꼭질을 한다.
노래 제목 같은 빛과 그리고 그림자.
구름 사이로 빛이 새며 달려가 사진을 찍었다.
그저 사막을 즐기지 못하고 찍는 것에 정신을 빼앗기는 건 아닌지.
여기저기 관광객을 태운 버기가 사막을 곡예하듯 위태롭게 달린다.
와카치나 사막
와카치나 사막
사막 한가운데 버기가 멈추고 모두 내려서 샌드 보딩을 준비한다. 서서 탈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모두 보드에 배를 깔고 보딩을 하기로 했다. 엎드려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샌드 보딩 Sandboarding. 초등학교 시절 겨울에 눈이 쌓이면 언덕에서 비료 포대로 미끄럼을 타던 장면이 떠오른다.
보드를 하나씩 받아 타는 방법을 간단히 듣고
손잡이를 움켜쥐고 준비 자세로 들어간다.
일단 출발하면 가파른 경사를 순식간에 내려간다.
보드에 엎드린 자세로 내려가며 점차 가속도가 붙으면
발끝을 꺾어 모래에 닿게 하고 속도를 늦춘다.
두 발이 브레이크를 하는 것이다.
일행 중 겁이 많아 마음이 불안한 이는
시작부터 발을 모래 속에 처박고 내려오니 속도가 붙질 않는다.
모래언덕 경사를 거의 내려오면
평지에 이르기 전 발 브레이크 꼭 잡아야 한다.
멈추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다.
한번 내려오면 다시 버기를 타고
더 높은 사구로 이동하여 또다시 시도했다.
와카치나버기 투어
샌드 보딩Sandboarding
1차, 2차, 3차... 거듭될수록 경사는 높아졌다.
마지막에는 경사가 제일 급하다.
서로 용기를 내지 못하고 망설인다.
에라, 일단 내려가 보자. 내가 제일 먼저다.
먼저 내려와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이걸 어쩌나.
평지까지 다 내려온 김포 사모님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이다.
다리가 들려있는 가운데 가속도가 붙어 멈추질 않는다.
브레이크, 브레이크를 모두가 외쳐도 잔뜩긴장한 사모님은 같은 자세로 계속 앞으로 전진이다.
놀란 남편께서 급하게 잡으러 뛰어 나갔다.
그러나 옆으로 쓰러지며 놓쳐 버렸다.
브레이크 브레이크. 쳐다보고 있는 이들은 고함을 치며 웃음보를 터트린다.
타는 이는 불안한 상태로 계속 미끄러지고 옆에서 보는 이들은 발을 구르며 웃었다.
잡으러 달려 나간 남편께서는 잡지 못하고 넘어졌고 현지 가이드가 가까스로 잡았다.
조금 더 지나면 다시 급경사인데... 다행이다.
마지막 보드 타며 너무 재밌었다.
타인의 고통은 나의 즐거움.
내가 타는 것도 스릴 있지만 타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다.
웃음 속에서 전신이 먼지와 모래 범먹이 되었다.
양 주머니와 운동화에 모래가 그득하다.
털어도 털어도 계속 신발에서 모래가 나온다.
나중에 집에 와서 신발을 빨 때도 모래가 나왔다.
미끄럼을 마치고 다시 버기에 올랐다.
서서히 속력을 내더니 언덕을 빠른 속도로 올라간다.
아구 무서워라. 곡예 운전을 한다.
오르막 내리막을 거침없이 나간다.
그아앙~ 부아앙~.
차는 가파른 경사를 마구 휘저으며 달린다.
내리막은 차가 뒤집어질 듯한 낭떠러지다.
어머나~ 망설이지 않고 그냥 마구 내려간다.
놀란 가슴에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버기 위에서 가슴이 울렁거리고 온몸이 미친 듯이 흔들거린다.
오래전 학생들과 수학여행 가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린 뒤
평소 목이 시원치 않던 나는 목이 아파 혼난 적이 있는데 오늘도 목 부러지는 줄 알았다.
출렁이는 버기 타고 고함을 지르다 보니 어느새 다시 출발한 오아시스 마을에 도착했다.
목도 팔도 뻐근하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와카치나 사막 오아시스에서
푸른 호수와 호수를 둘러싼 야자수가 어우러진 아담한 동네. 사막에서 샘물이 솟아 샘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오아시스 촌락이다. (오아시스촌 : 사막 가운데 지하수가 솟아 형성된 마을) 건조 기후 수업할 때마다 나오는 용어다. 오아시스, 와디(일시적 하천), 대추야자... 소리 높여 설명하던 그 오아시스 마을이다. 눈으로 보지도 못하고 이론으로 가르친 내용을 이제야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지리 교실 수업을 다 마친 후에... 왜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자세한 변명 기회를 따로 만들어야겠다.
가르친 내용과 실제 모습을 잠시 비교해 본다. 그리 크게 어긋나지는 않은 것 같다. 처음 15년은 교과서와 책으로, 나중 15년은 여건이 나아져 사진과 영상으로. 건조 기후 지역의 오아시스를 를 함께 공부했는데. 나중에 배운 학생들이 좀 더 이해가 잘 되었을까.
페루도 기후 변화로 사막의 오아시스가 점점 줄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워낙 세계적으로 알려진 관광객이 많이 찾던 곳이다. 페루 정부가 특별히 관광자원 보호 차원에서 오아시스 샘물로는 부족하여 인공적으로 물을 채우며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매우 신경 쓰고 있는 오아시스 중 하나란다.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야자수와 호텔과 식당이 위치하는 아름다운 동네. 사막의 높은 언덕 위를 걷는 나그네도 여유로워 보이고 호수에서 한가로이 보트를 즐기는 여행객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