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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최영숙 Sep 06. 2020

불타는 티티카카호의 코파카바나

루나 세계여행

남미 여행 9/볼리비아


아직도 황홀한 코파카바나 Copacavana 항


오래전 남미 여행을 꿈꾸게 된 것은 티티카카호와 우유니 사막의 사진 때문이다.

지금 남미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그 티티카카호에 머물고 있다.

안데스 해발 3,800m에 위치한 바다 같은 호수.

이 호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이다.


티티카카호와 태양의 섬(구글 지도)


오늘 푸노를 떠나는 것으로 페루 일정을 끝내고 볼리비아 코파카바나로 이동한다.

시골길을 달리는데 산맥은 높으나 한국과 비슷한 풍경이다.

지금은 2월,  여기는 적도 아래 남반구이다.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이고 여름인데 서늘다.

고산 기후의 특징인 연중 서늘한 기후가 몸에 와닿는다.


전깃줄 사이로 옥상에 마무리되지 않은 삐죽삐죽 서 있는 철근이 보인다. 집 한층 올리기도 힘들지만 한층 올리고 가능하면 빨리 2층을 짓고 싶은 조급함에 2층 철근까지 미리 박아 놓는 페루 집짓기.  시내를 벗어나면 이런 집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재산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거주 목적이 아닌 차익을 노리는 아파트를 몇 채씩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 집을 재산을 늘리는 수단으로 하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인 듯... 올해, 우리나라도 수도권 아파트 값 상승으로 난리를 겪고 있지 않은가. 들판을 달리면서 집 짓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저 블록으로 사각형 벽을 쌓으면 된다. 참 쉽다.


페루 보리밭
도로변 시골 마을
페루 시골집짓기


페루 버스로 국경까지 왔다. 차에서  내리니  출국 사무실과 환전소가 있다.

그런데 페루 돈이 남은 일행 한분이 환전을 하고 돈을 받았는데 큰 단위 화폐가 없다며 잔돈으로 한 봉지 가득, 부피가 장난이 아니다. 한 손 가득 볼리비아 화폐를 들고 당황해하는 그이를 보며 우리는 놀리 듯 페루에서 왜 안 썼냐고 한 마디씩 던진다. 특히 페루와 볼리비아는 환전 시 위조지폐인가 꼭 확인을 해야 한다. 공항 등 환전소에서 받은 돈도 위조지폐가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페루 볼리비아 국경의 페루 상징 설치물




볼리비아 국경을 육로로 걸어서 이동한다.

국경을 넘는데 많이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버스에서 내려 잠시 걸으면 바로 볼리비아 땅이다.

벽돌로 둥글게 쌓은 게이트 지나 좀 걸으면

바로 볼리비아 출입국 사무실이다.

모두 슬슬 걸어서 국경을 넘는다.

이 문을 넘으면 볼리비아 여행 시작이다.


국경
국경 게이트

우리를 태우고 온 페루 버스와 가이드는 떠나고 볼리비아 현지 안내인이 게이트까지 마중 나온  볼리비아 가이드의 안내를 받는다. 게이트를 지나면 볼리비아 입국 사무실. 입국 서류를 작성하고 입국 절차를 밟고 대기하던 차에 올랐다. 출입국 관리소에서 코파카바나까지 약 20분 이동이다.


간판을 지나면 출입국 관리 사무소


출발 전 무거운 캐리어를 4륜 지프차 지붕 위에 올리느라 힘들었는데 호텔 도착해서 내리느라 또 한 번 법석이다. 물론 기사님들이 올라가 내려 주고 끌어 주었는데도. 모두의 가방이 특히 무거운 이유가 있다. 남북으로 긴 대륙이라 이동할 때마다 기후 변화가 심하다. 적도에서 시작하여 변화 심한 고산 기후부터  빙하지역까지 여행하니 얇은 옷부터 오리털 파카까지 사계절 옷을 준비해야 하니 모든 이의 가방이 크고 무겁다. 한 살림 실고 다니느라 여행 내내 고생 좀 했다.


짐 출고 창밖을 보니 코파카바나 항이 참 예쁘다.

바람도 없이 잔잔하고 호수 색이 멋지다.

작고 아담한 항구이다.

푸노에서 즐긴 티티카카를 여기서 또 만났다.

호숫가 바로 옆에 호텔이 있어 호수를 충분히 즐길 수 있어 좋았다.

호텔 담장에 부조가 재미있다.

표정 없는 이곳 원주민을 닮았다.


코파카바나항
코파카바나항 호텔 도착 짐 내리기
호텔
호텔 담의 부조


밖에서도 방안에서도 눈앞에서 빛나는 푸른 호수.

호수 끝은 보이지 않는 큰 호수.

항구 규모에 비해 의외로 배가 둥둥 많이 떠 있다.

여행객을 위한 보트가 이리 많은가.

주변이 편안하고 평화롭다.

그러나 이곳은 해발 약 3,800m, 고산증으로 속이 울렁거리고

몸은 무겁고 눕고만 싶다.




디션을 달래며 씻고 누웠다.

소화가 안되고 두통도 있어 약을 먹었다.

볼리비아 비자 발급 때문에 출국 전 황열병 예방 접종을 하고

고산증에 좋다는 비아그라(?)와 소화제, 두통약을 한 보따리 챙겨 왔는데

먹으나 먹지 않으나 증세는 계속된다.


여기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보는 곳이라는데...

화려한 노을을 보면 고산증이 좀 나아지려나.

궁금하여 창밖을 보니 약간의 노란 노을이 구름 속에 숨어있다.

그냥 그렇게 해가 넘어간다.


비몽 사몽 한참을 헤매다가

창밖을 보니 아까보다 노을이 좀 더 넓게 퍼지고 있다.

노을이 궁금하여 다시 한번 보고 또 누웠다.




잠시 졸았다 싶었는데 갑자기 옆 방 베란다에서

'오, 마이갓' 외치는 소리에 놀라 깨었다.


저거 봐요. 저기.

벌떡 일어났다.

노을이 벌겋게 불타고 있다.

하늘과 호수가 온통 불이 났다.


노을이 멋진 곳 맞는구나.

모두 감탄하며 베란다 난간을 잡고 감탄사를 외친다.

선착장 끝에 붉은 노을 속 실루엣 두 쌍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시내로 나가기는 힘들고 바로 옆 식당에서 송어 스테이크를 먹었다.

속이 부글거리고 생선 비린내가 비위에 거슬렸다.

구수한 닭 수프를 먹고 좀 편해진다.

역시 마음과 몸을 안정시키려면 남미 수프가 최고다.

다른 음식 사진은 없고 수프 사진만 눈에 띈다.

고산지대 페루 볼리비아에서 나의 구세주였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구수하고 담백한 국물 맛.


끼누아 수프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서는데 노을이 사라진 코파카바나 항에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해발 2,000m~4,000m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고산 기후 지역.

연중 서늘하고 종종 비가 내리는 날씨.

낮에는 햇살이 뜨거워도 해만지면 쌀쌀하다.

30년 가르치던 내용을 몸으로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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