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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핀즐 Aug 28. 2019

일상의 의미

핀즐 issue N°1 - 3


반나이 타쿠의 작품을 알게 되고 좋아한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일상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질 때 찾게 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단순하면서도 개성 있고, 깔끔하면서도 때론 거친 표현법이 마음에 들었고, 잔잔한 상황 묘사와 따스한 색감이 주는 감성이 좋았다. 


반나이 타쿠는 본인을 포장하는데 소질이 없다. 인터뷰 내내 조용하고 담담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불필요한 수식어나 제스처도 쓰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드라마틱한 답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가장 많이 돌아온 대답이다. 


그의 주제는 특별한 순간이 아닌, 흘러가고 반복되는 일상이기에 작업 과정 역시 비슷하게 흘러간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작되는 작업은 '심플한 프레임워크'와 '과감한 컬러링'이라는 표현 방식만 유지될 뿐, 여러 오브제를 넣고 빼며 예상치 않았던 장면을 만들어 간다. 아마도 그 장면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그런 장면일 것이다. 





아티스트의 공간 한 편 그리고 『Wall in the Room』
『Bluebottle Coffee』와 블루보틀 오모테산도의 입간판
『Light of the Window』 / 『Way back』 / 『Afternoon in the Park』


영감의 전파


반나이 타쿠의 집은 참 예쁘다. 과하지 않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부분 부분이 그의 그림 속 소박한 표현들과 닮아있다. 집안 곳곳에 놓인, 요즘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 사이에서 세월이 느껴지는 일본화 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외할아버지의 작품이다. 


그의 외할아버지도 아티스트의 삶을 사셨다. 외할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교실마다 한 명씩은 꼭 있는 그림에 빠져 사는 친구, 반나이 타쿠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본다. 외할아버지가 일본화로 본인의 영감을 전하였듯, 어린 시절의 그도 자신의 영감을 전할 수 있는 화풍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반나이 타쿠는 타마미술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였고, 이후 몇 년간 상업광고의 콘티 작가로 활동했다. 본인의 창작보다는 클라이언트의 판단이 우선되고, 정작 광고가 만들어지면 폐기되는 콘티 작업의 숙명이 싫어 과감히 전업 일러스트레이터의 길로 들어섰다. 


"복잡하고 과잉된 표현보다는 단순하고 차분한 작품으로 더 큰 울림을 주고 싶어요."


도쿄의 일러스트레이터, 반나이 타쿠가 영감을 전하는 방식이다. 





테이블 위로 아티스트와 그의 아내가 내어준 마음이 가득하다 


오니기리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 반나이 타쿠의 부인이 묻는다.


"식사는 하셨어요?"


인터뷰가 잘 마무리되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질문과 함께 억눌렀던 허기가 밀려온다. 미안함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읽었는지, 그의 아내가 오니기리 한 접시를 뚝뚝 만들어 내어 준다. 


헤어질 때가 되니 그가 사는 곳과 방식이 더욱 궁금해진다. 아쉬움을 달래려 온 가족과 함께 나선 산책길. 오고 가는 이웃들과 편히 인사 나누는 모습에서 그의 삶이 보인다. 가까워서 소중한 줄 몰랐던 것들,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외면받던 순간들이 반나이 타쿠에 의해 가장 소중하게 다뤄진다. 


반나이 타쿠의 작품은 소중함을 담고 있다. 소중한 줄 몰랐던 순간 혹은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 모든 것이 과잉되고 시끌벅적한 세상이지만, 정작 각자는 외로운 요즘의 우리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가 아닐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작품이 위로의 한 조각으로 다가가길 기대해본다. 




[핀즐이 펴내는 매거진 일부를 발췌  수정하여 브런치에 발행합니다아티스트의 특별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작품들을 핀즐과 함께 경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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