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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May 28. 2022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희망이 없어졌다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른손이 펴지기 시작하니 (내가 폈을지도 모르지만) 뭐든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문자를 보낼 때 오른손을 써 보고 글씨를 쓸 때 오른손으로 했다. 꿈을 꿨다. 내가 학원에 있고, 책상에 앉아 자유롭게 오른손으로 글자를 쓰고 있었다. 스스로 놀랐다.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는데도 무시하고 계속 썼다. 계속 쓰지 않으면 못 쓰는 때가 올 거란 듯이. 이런 꿈은 세 번째다. 하나는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 친구 앞에서 글자를 쓰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어제의 꿈처럼 한없이 글자를 썼었다. 세 꿈의 공통점은 글자를 쓰는 나를 기뻐하고 놀란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쓰고 싶어 하는 줄 몰랐는데 꿈을 꾸고 나니 오른손으로 글자를 쓰고 싶고 오른손을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래서 좋아진 줄 알았다.


어느 날은 꿈에서 언니에게 절뚝거리며 걷다가 "이거 다 연기야~" 하면서 제대로 걷기 시작했다. 그것처럼 괜찮아지고 있다며 행동한 모든 것들은 다 연기인가 보다.


오늘, 엄마를 위해 책상에 앉아 전기 코드 쪽으로 손을 뻗었는데, 그만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오른팔을 보니 두 군데나 상처가 나 있었다. 엄마가 소리를 듣고 뛰어와 넘어졌냐면서 걱정을 했다. 나는 넘어져 아픈 것보다 희망이 꺾인 것이 더 아파, 서럽게 울었다. 엄마도 그런 나를 보고 울었다.


단순히 오른쪽을 못 쓰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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