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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Jan 07. 2023

[100-7] 올해 나의 화두 중 하나는

(feat. 질문과 경청)


문제 찾기


나는 문제를 잘 찾는 편이다. 이런 성향은 어릴 적에는 인간관계에서 불편함으로 그리고 부정적으로 작용하곤 했다. 결과적으로 화살은 주로 내 쪽을 향했다. 나의 문제를 끊임없이 발견하고 나를 비난하고 지탄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꽤 잔인한 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답을 찾기 위한 노트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이것저것 떠오르는 것들을 끄적거렸다. 끄적거리다 보니 때때로 쓸만한 나만의 의견들이 찾아지기도 했다. 이렇게 나의 의견을 찾아가는 일이 즐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제는 어딜 가나 노트할 곳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이런저런 삶의 경험과 고민들로 나의 생각들이 조금씩 쌓여가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경험들을 통해 이제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 줄 수도 있게 되었다. 그래서 글도 한번 써보고 싶었다. 물론 때로는 누구나 다 아는 얘기를 뒤늦게 잘난 척하듯 하게 되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리는 날도 많았지만, 누가 뭐라든 최선을 다해 이제까지 찾아온 내가 가진 생각과 정보들을 잘 정돈해서 자랑스럽게 꺼내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이런 과정들이 잘 훈련이 된다면, 혹시라도 꿈이 이루어질까. 내심 기대도 한다. 내 말년에는 정말 날카롭게 잘 갈려 ‘촌철활인’할 수 있는 비평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런 전문적인 지식이나 안목이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그런 글이 나올 리가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생각만 해왔던 글 쓰는 일, 그 훈련을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고민들이 생긴다.


그래서 다시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질문을 계속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답을 하는 글이 아니라 질문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는 뭉뚱 그러진 아이디어 상태라 생각처럼 잘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작금의 문제 중 하나가 사람들이 서로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데 있다고 본다. SNS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소통을 원하지만, 소통은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그 이유가 계속해서 사람들이 자신의 말만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말할 수 없는 사람은 그저 듣고만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서로의 관심 분야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데, 그저 각자의 말만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물론 그러다 보면 좋은 정보를 얻게 되기도 하고, 좋은 생각을 이끌어내게도 되지만… 뭔가 소통이라기보다는 아직까지는 일방적으로 느껴지는 이 분위기에 대해 생각한다.


정보가, 나라는 사람이, 내가 가진 콘텐츠가 상품이 되는 시대다. 무엇이든 내가 가진 것을 팔아야만 생존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온갖 마케팅들은 쏟아져 나오고, 그 마케팅의 대부분은 질문하지 않는다.  ‘나는 나는. 나는… 나를 봐야 하는 이유는…. 나를 사야 하는 이유는‘ 에 대해 말할 뿐이다.


대부분의 글들도 실상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도 뭐 물론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얻은 답들을 그저 끊임없이 토해 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물론 그런 과정도 필요하다. 또 그중에는 참고하고 배워가야 할 좋은 생각들, 좋은 표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것들을 소화시켜 나의 의견으로 나의 표현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 그리고 또 그냥 ‘좋아요 싫어요 대단해요 엄청나요’보다는 좀 더 이해하고 경청하여 소통해보려는 연습들이 아닐까.


아래는 이전에 한번 썼던 글인데,


박서보 화백은 20세기의 예술을 매우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온갖 감정들, 생각들이 마구 튀어나와 자신을 주장하는 경향들이 없지 않은 거다. 여과 없이 토해낸 감정들을 바라보아야 하는 그 자체를 폭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자신의 그림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온갖 스트레스와 피로함 들을 온전히 흡수해 내며 ‘여기 와서 쉬어라’ 할 수 있는 그런 숨구멍 같은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따라서 그 과정 역시 구상적인 의미와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나의 생각을 주장하기보다는 수신의 과정 자체로 삼게 되는 것이다. 찢어지기 쉬운, 물에 젖은 한지를 사용해 힘을 조절해가며 묵묵하게 자신의 아집과 생각과 감정들을 계속해서 비워내어 가는 단순한 행위의 반복. 밭을 갈듯 마음을 갈듯 그렇게 그의 작품은 만들어진다.


박서보,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중


내가 원하는 답을 이끌어 내기 위해 혹은 나를 모르는 타인에게 답을 노력 없이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경청하기 위해, 이해하기 위해 그렇게 함께 협력하기 위해 서로에게 질문하는 법을 좀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올해 조금 더 구체화된 나의 화두이다.

‘질문과 경청’.


얼마나 배워 익힐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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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묵묵하게 #곰이되자

#질문과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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