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논쟁에 휘말리지 않게

by 길엽

나이를 먹어가면서 주위 사람들과 인간 관계를 형성할 때 논쟁의 중심이 서면 곤란합니다. 다른 사람의 허물이 눈에 분명하게 보일지라도 나이를 먹은 입장에선 가급적 그 문제의 중심에 서서 발언하지 않아야 합니다. 대신 언쟁하는 사람들과 좀 떨어져서 제3자의 객관적 입장에서 냉정하게 판단하되, 현명한 제안을 슬쩍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니다. 어떤 모임에 가서든 돌아가며 발표를 할 때 가장 먼저 말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한 마디를 해도 임팩트 강한 내용을 아주 간결하게 말해야 합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임팩트가 별로 없다고 판단되면 발언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요즘 SNS 홍수 시대에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직접 말할 기회가 의외로 적습니다. 그래서 발언 기회가 생기면 지금껏 못다한 말을 다 해버리려는 듯이 조급하게 말을 하면서 길게 하려 합니다. 나이 먹은 사람이 그런 이미지를 주면 정말 꼴불견입니다. 젊은이들이야 젊음 그 자체가 아름다우니 설령 좀 나서서 말을 해도 봐줄 만합니다. 그런데 매월 모이는 자리에서 참석만 하면 어떤 핑계를 대든 일어나서 마이크를 잡고 꼭 한 마디 해야 속이 풀리는 사람이 있더군요. 본인은 아주 진지하게 발언하는데, 같은 내용을 반복하여 몇 번 들으면 후배들이 나중에 질려 버리기 때문에 짜증내기 시작합니다. 나이 먹은 사람이 어쩌다 한 마디 했는데, 울림이 큰 내용을 간결하게 말하여 참석한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 피어나는 정도의 임팩트가 있지 않다면 그건 곤란한 일이지요.



퇴직 후 만나는 사람들이 이젠 상당히 나이든 선배님들이지요. 오랜만에 반갑다고 떠들썩하니 반겨주는 것은 그나마 참을 만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주 불필요하고 사소한 내용을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말을 쉽게 쉽게 뱉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나이든 사람을 제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실제로 모임에 가보면 식당에서 다같이 식사를 하고 2차에 가면 평소에 쓸데없이 말많은 사람은 잘 안 보입니다. 나이가 들면 그런 자리에서 계산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 많은 사람치고 2차에서 넉넉한 사람이 의외로 적더라구요. 그래서 나온 말이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고 하던가요.



나이가 들어 말이 유난히 많은 것도 큰 허물이지만 논쟁의 중심에 서면 그건 더욱 최악이지요. 다른 사람의 발언을 지나치게 막으며 자신만이 이 상황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듯이 전체 분위기를 주도해놓고선 결국은 죽도 밥도 안 되는 식으로 되어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심지어 남의 약점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면서 논쟁을 더욱 격화시키기도 합니다. 나이 든 사람은 애초부터 논란이 되는 문제를 해결한다고 나서지 말고 사람들의 대화가 격화되면 조용히 나서서 양쪽 말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지요. 자신의 말은 최소한으로 하되 다른 사람이 충분히 각자의 생각을 내놓을 수 있도록 유연하고 능숙하게 분위기를 끌어가는 자세가 필요한 겁니다.



가끔 문제를 해결하는데 탁월한 분들을 보면 얼굴에 풍기는 이미지가 상당히 부드럽고, 웃음띤 모습이 참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역시 관록을 무시할 수 없더군요. 학력과는 별로 관계가 없었습니다. 평소에도 후배들과 둘러앉아 대화를 나눌 때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말을 더 많이 하도록 표 안나게 리드하더군요. 세상 사람들 누구나 자기가 잘난 듯이 마구 떠들어도 역시 역량을 갖춘 사람이 어딘가는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들의 공통적인 태도나 자세는 배울 점이 많습니다. 어쨌든 나이가 들어 논쟁의 중심에 서거나 문제를 유발하는 못난 사람이 되어선 결코 안 되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