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에게 특정 정치적 입장 강요는 절대 하지 말 것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정치의 역할은 지대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정치인들을 욕하고 미워해도 우리들의 삶을 결정하는 그들의 역할까지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선거할 때 유권자로서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정치인을 잘 뽑아야 합니다. 그런데 세대 간의 갈등 중에 정치적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젊은 날엔 정치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그냥 제 마음 속에만 간직할 뿐입니다. 그래서 가끔 주위 사람들이 정치적 입장을 물으면 명확하게 답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제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서요. 정치적 무관심이 왜 문제인가를 들면서 저에게 어리석다고 비난해도 그냥 감수하려 합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 사람들과 모임에서 만나면 정치 이야기가 단골 소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 보면, 젊은 세대들은 그들의 현재 삶이 바쁜 탓인지 정치 이야기를 화제에 잘 올리지 않는데, 60대 넘어가는 노년 세대들이 유난히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저 또한 이 세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다 보니 그런 상황이 되면 주위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게 됩니다. 물론 제 자신은 웬만하면 정치 이야기는 입에 올리지 않지요. 그리고 노년 세대 중에서도 정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입에서 "빨갱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자신과 견해가 다르면 그냥 사정없이 빨갱이라고 몰아부치는 것 같아요. 젊은 세대에겐 '빨갱이'란 단어가 매우 낯설고, 입에 올리기기 영 부담스럽지요. 그 단어를 평소에 깊이 생각하지도 않았고, 노년 세대가 그 말을 하면 거부감이 앞서서 그렇겠지요. 그래서 건강한 토론이 되지 않더군요. 애초에 그런 말을 꺼내면 사람들이 외면해 버립니다. 그래서 제가 어떤 행사를 주관할 경우엔 미리 언질을 줍니다. 우리가 이렇게 바쁜 몸들이 이렇게 귀한 시간에 만났으니 얼마나 귀한 인연인가를 강조하면서 "정치, 종교, 상술"은 가급적 화제에 올리지 말 것을 당부하지요.
정치적 입장을 갖는 것이야 각자의 자유니까 큰 문제가 아니지만, 굳이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사람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마련이고, 어쩌다 동조하는 사람도 만날 것이고 또 어떤 경우엔 극단적인 정치적 입장 차이를 목격할 때도 있겠지요. 어쨌든 그렇게 상이한 입장을 서로 존중해 줄 뿐이지, 상대방을 비난하고 특정 입장을 강요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그렇게 하다가 심하게 다투고 결국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원수 같은 관계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시각이 어떻든 간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큰소리로 떠들면 정말 그건 최악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각자가 가진 정치적 입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젊은 세대에게 강요할 필요가 없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의 삶에 관한 정책을 실제로 입안하고 실행하는 자들이 바로 정치인이라는 엄연한 현실에서 현명한 투표가 요구될 뿐입니다. 특정 정책에 대해 건강한 토론이 되려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다른 이들의 주장에 극단적인 비난을 가하면 절대 안 됩니다. 모임에서 유난히 목소리가 크고 남의 주장을 폄하하는 노년 세대를 보면 그런 사람은 이런 말도 자주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도무지 고생을 하려고 하지를 않아. 우리 젊었던 시절은 뭐든 해서 이겨낼라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힘든 일은 절대로 안 하고 편하려고만 해. 아르바이트도 노가다 같은 힘들지만 돈을 많이 주는 그런 거는 안 할라 카고, 카페 같은 데서 깨끗한 옷 입고 폼나는 거 같은 거만 할라 카대. TV에서 그런 거만 비쳐 줘서 그런가. 일자리가 없다고? 아니야 녹산 공단 같은 데는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리라 안 카나. 요새 젊은 아~들은 옛날 우리 클 때캉 너무 달라."
그래서 딱 한 번 그런 노년 세대의 말이 귀에 거슬려 조용히 말을 건넨 적이 있습니다. 저도 평소에 '충고'는 가급적 하지 말라고 많이 강조하기 때문에 충고를, 더욱이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충고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웠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현실을 너무 함부로 비난하는 것 같아 그렇게 했지요. 아무래도 젊은 세대와 그분이 정면 충돌하는 것보다 제가 그래도 그분과 나이가 가깝기도 했고, 오래 인연이 있기도 하지요. 그리고 모임에서 노년세대가 그런 말을 목청껏 큰소리로 마음대로 하게 되면 모임 분위기도 엉망이 되고 오랜 세월 맺어 온 회원들과의 관계도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기에 그분께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는 것이 요즘 젊은 세대들이 가장 싫어하는 바로 꼰대'라 카는 깁니다. '라떼'라 카는 말도 들어보셨지예. 내가 젊을 때는 뭐든 하려고 했다는 말을 나이 먹은 사람들이 많이 하면 젊은 세대는 거부감을 갖게 마련입니다. 오늘 당장 집에 가서 아드님이나 따님에게 그런 말을 한번 해보시면 자제분들도 거부감을 표현할 걸요. 그 자제분들과 같은 나이 대가 바로 여기에 있는 이 젊은 세대입니다."
당신의 자제들 앞에서 같은 말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슬쩍 말하면 그분은 그제서야 침묵을 지키더군요. 저도 사람이라 왜 모자란 구석이 없을까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젊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너무 세우거나 강요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 앞에, 아니 모임 같은 데서는 '정치' 이야기를 하지도 않게 되지요. 이런 현상이 일반화되어 정치가 엉망이 되어도 침묵을 지켜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요. 그건 또 결이 다른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엔 기성세대들이 입에 흔히 올리는 '노가다'라도 해라는 말도 해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거대한 절벽 앞에 서 있거나 높은 벼랑 위에 처한 그런 현실을 살아갈 정도로 세상이 암담합니다. 그들에겐 진짜 고달픈 세상입니다. 우리 젊은 시절에야 공부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어쨌거나 일자리가 많아 어느 회사라도 들어가서 일할 수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결혼도 하고 가정도 이루었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현실이 정말 가혹하고 암담합니다. 버젓한 일자리도 제대로 없고, 취직한다고 해도 보수가 적어 당장 살아가기도 힘듭니다. 줄가는 좀 비쌉니까. 그래서 결혼도 출산도 다 포기한다 안 하던가요. 우리가 할 것은 젊은 세대들 격려하고 응원하거나 그들의 현재 힘든 삶에 공감해야 한다고 봅니다. 무작정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나이 든 사람들이 할 태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젊은 세대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질 좋은 일자리 정책이 많이 나오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기성세대의 역할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집 아이들 3남매도 선호하는 정치인들이 각양각색입니다. 투표할 때도 굳이 누구를 찍으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저와 아이들이 나중에 선거 끝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면 표를 던진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상황에서 내가 옳니, 네가 옳니 하는 것은 정말 비생산적인 논쟁이지요. 세대간의 불필요한 갈등만 조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정치 이야기는 금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히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여 여러 사람이 둘러 앉았을 때 대뜸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 노년세대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어느 선배님께서 선거가 끝나고 아들 딸과 정말 심하게 싸웠다면서 우리들 앞에 당신의 자식들을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세상에 정치 그게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