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에도 진정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심정으로 부드럽게 대화할 것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이 강원도 원주에서 1박 2일 모였습니다. 동기 중 한 명이 원주로 재취업하여 그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었고, 이번 모임 진행을 맡아 전국에 있는 동기들이 원주에서 만나기로 하였지요. 이번에 모임 대표를 맡아 행사를 주관한 동기는 역시 CEO답게 행사 준비부터 실행 사후처리까지 정말 정교하고 전개하더군요. 우리 모임 생기고 난 이래 가장 많은 친구들이 원주로 모였습니다. 모임 회장의 일처리 방식은 그야말로 프로더군요. 흔히 1박 2일 하면 모여 저녁 먹고 술마시고 떠들썩하니 회포를 푼 뒤 2차 심지어 3차까지 이어지고 노레방까지 가는 등 지나고 나면 약간은 허전한 행사가 되기 십상이지요. 나이가 들어 그렇게 보내는 것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원주 행사는 특별했습니다. 사전 연락을 아주 치밀하게 하여 친구들이 웬만하면 참석할 분위기를 조성하였고, 펜션과 현지 식당 특산물을 우리 모두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원주의 ㅁ명물 '뮤지엄 산'을 관람하는 특별한 기회도 가졌습니다. 이 친구 기획 실력은 정말 탁월했습니다.
동기들 대부분이 거의 동시에 제대하여 복학한 스물 다섯 살에 모임을 결성하여, 매년 여름 겨울 각각 한 번 정기모임을 자여왔는데, 지금껏 지내왔습니다. 여자 동기들은 제외하고 말이지요. 원주에 간 김에 현지 명물 '뮤지엄 산'을 방문하여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 작품도 감상하고 제임스 터렐 공간도 직접 보았습니다. 부산 노포동 고속버슽 터미널에서 원주까지 우등 고속 버스가 4시간 걸립니다. 집에서 노포동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주말에 집을 떠나 먼 곳에서 1박 하려니 아내와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집을 나설 때 아내가 현관 문을 연 채로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라고 말했을 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물론 정말 고마운 일이지요. 그렇게 원주로 가는 내내 버스 안에서 제 마음도 정말 좋았습니다. 어떨 때는 시내에 누군가를 잠깐 만나러 갈 때 아내에게 잠깐 다녀올게 라고 하면 좀 불편한 기색을 보이던 사람이 멀리 1박 2일 가는데는 오히려 잘 다녀오라고 말하면서 걱정해 주니 기분이 특별했습니다. 제가 나이를 먹어서 예민해진 것일까요. 나이가 들면 이렇게 사소한 표현도 중요해집니다.
그렇게 토요일 일요일 1박을 하고 집에 무사히 도착했는데, 아내와 딸 아이가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복숭아를 사가지고 왔는데, 현지 복숭아가 진짜 크고 탐스럽더군요. 아내가 복숭아를 보고 정말 고맙다며 환하게 웃는데, 저도 갑자기 행복해집니다. 아내가 요즘 손흥민 축구에 깊이 빠져 있는데, 어제 경기에서 토트넘이 이겨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손흥민이 얼마나 잘 했는지, 토트넘의 승리 비결이 어디에 있는지 등등에 대해 전문가 못지 않은 평가를 들려 줍니다. 토트넘 승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아내 표정이 연신 싱글벙글합니다. 저로선 아내의 건강이 아직 여의치 않아서 저렇게 웃어 주기만 해도 고맙기 그지없지요.
나이가 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집을 떠나 새로운 공간으로 둥지를 옮깁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가정을 이뤄 살아갑니다. 그래서 집안에는 저와 아내만 남게 됩니다. 좀더 지나면 누군가 하나는 사라져 남은 사람이 독거노인이 되겠지요. 둘이 남았을 때든 아니면 그 전에라도 나이가 들었을 때 부부 사이에 살갑게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도 지금껏 그리 잘 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가급적 아내나 아이들에게 보다 친절하고 살갑게 표현하려고 합니다. 특히 말 한 마디라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갑자기 김삿갓 한 시가 생각나네요.
五福誰云一曰壽 오복 가운데 수(壽)가 으뜸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堯言多辱知如神 오래 사는 것도 욕이라고 한 요임금 말이 귀신과 같구나.
舊交皆是歸山客 옛친구들은 모두 다 저승으로 가고
新少無端隔世人 젊은이들은 무단히 세상과 멀어졌네.
筋力衰耗聲似痛 근력이 다 쇠해서 앓는 소리만 나오고
胃腸虛乏味思珍 위장이 허해져 맛있는 것만 생각나네.
內情不識看兒苦 애 보기가 얼마나 괴로운 줄도 모르고
謂我浪遊抱送頻 내가 그냥 논다고 아이를 자주 맡기네.
흔히 오복(五福)으로 수(壽), 부(富), 강령(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듭니다. 천수(天壽)를 다 누리다가 가는 장수(長壽)에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풍요로운 부(富) 그리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깨끗한 상태에서 편안하게 사는 복(福)을 말합니다. 게다가 유호덕(攸好德)은 남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돕는 선행과 덕을 쌓는 복(福)을 가리킵니다. 마지막으로 고종명(考終命)으로 일생을 건강하게 살다가 고통없이 평안하게 생을 마칠 수 있는 죽음의 복(福)을 지칭하는데, 요즘 급격한 고령화 영향으로 평균 수명이 매우 높아진 상태에서 장수(長壽)가 과연 오복 중의 처음으로 보아야 하는지 의아합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80세는 흔한 나이가 되었고, 여차하면 90세를 넘어 100세 시대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냥 나이만 먹는 삶은 무의미하다는 점입니다. 건강한 장수가 뒷받침 되어야 하며, 무료한 삶이 아니라 하루 하루가 즐겁고 행복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살아가되, 서로에게 진짜로 정겨운 말을 주고받아야 하지요. 그래서 더욱 노력하려 합니다.
* 오늘 낮에 대학 동기들 헤어지기 직전에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면서 제가
"나이 들어보이 부부끼리 진짜 말 한 마디라도 살갑고 친절해야 되겠더라."
고 했더니, 동기들 몇이서 그러데요.
"그건 나이가 든 우리만 그런 기 아니나, 이제 갓 결혼한 신혼부부도 마찬가지 아닐까. 부부는 나이가 많고 적은 것 관계없이 다 그렇게 서로 존중하고 친절해야 할 거다. 안 그렇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