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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Aug 13. 2022

밥 먹고 디저트 안 먹으면 어때?

섭섭해. (뇌의 가소성)

 아침에 출근할 때 아이스커피 안 마시면 섭섭하다. 커피 마시고 담배 한 대 안 피면 섭섭하다.

밥 먹고 달달한 디저트 안 먹으면 섭섭하다. 단 것 먹으면 짠 것 먹고 싶다. 안 하면 너무너무 섭섭하다.


 그 이유에 대해서 저번 편에서 이야기해보았다. 우리가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도 알아보았다. (궁금하다면 전 편 '안보고 지나가면 섭섭해'를 보고 오길 바란다.) 그 답은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의식과 무의식이 합작품이 '나'이기 때문에 그 테두리를 바꾸지 않으면 결국 변화하지 못하고 나쁜 습관마저 유지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좋은 습관을 새로 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열심히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전편에서 그렇게 습관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고 이야기해놓고 이번에는 쉽게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라니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습관을 들이기 위해 지금부터 무의식을 다루는 법에 대해서 일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뇌의 사용량을 100%라고 했을 때, 10%가 의식이고, 90%는 무의식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힘들게 반복하는 것은 10%를 가지고 90%를 이기려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다. 결국에는 어떤 이유던 생겨서 습관이 생기기 전에 끝날 확률이 높다. 무의식이 이긴 것이다. 무의식이 무서운 것은 그 습관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습관을 만드려고 할 때는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만드려고 하는 습관을 단순화해야 한다. 전화번호가 왜 010-xxxx-xxxx 인지 아는가? 인간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평균적인 숫자의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습관이 발동되기 전 관여되는 변수가 많다면, 뇌는 이것을 습관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매번 새로운 이벤트라고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쉽고 자연스럽게 그 행동이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나는 어쩌다 보니 이런 것을 활용해서 학창 시절 공부하고는 했다.


 나는 영어단어를 외우는데 시간을 정하지 않았다. 외워야 될 단어들이 있으면 나는 이것을 a4용지를 핸드폰 굵기만큼 접고 단어들을 썼다. 마치 꺼내서 보면 핸드폰을 잡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말이다. 그리고 걸어 다닐 때마다 종이를 꺼내서 단어를 외웠다. 나는 걸으면서 외우는 것이 참 잘 되었는데, 걸을 때 내가 편안해지면서 무언가에 집중이 잘된다는 것을 깨닫고 이동하는 시간을 단어를 외우는데 활용했다. 나중에는 종이를 안 들고 걸으면 오히려 어색한 느낌마저 들고는 했다. 나의 뇌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상태가 변한 것이다.

나는 걷는 상태와 핸드폰을 쥔 느낌과 같이 쉽게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trigger를 활용해서 공부를 했던 것이다.


 거창하게 정하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 무엇이던 반복되는 것이 습관이 되기 때문에,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춰야만 한다. 나는 지금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이 글은 32번째 글이다. 이쯤 되니 글을 쓰지 않으면 하루에 한 끼를 건너뛴 느낌이 든다. 어쩌면 100번째 글을 쓴 다음에도 계속 글을 쓸지도 모르겠다. 뇌 속에서 한 번 회로가 생기면 잘 깨지지 않는다. 단단한 만큼 공사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당신이 이루고 싶은 습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일상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좋은 습관을 짜서 인생을 바꾸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책과강연 #의사가되려고요 #김민규 #습관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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