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 동화)
"백설아, 이리와라 이리오렴 어서"
침대위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엄마는 힘이 없어 보이네요
오랫동안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점점 말라갔습니다.
몸이 아팠고 사람들에게서 점점 멀어졌습니다.
늘 외롭고 슬퍼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유일한 친구이고 자식같은 아이는 백설이 뿐입니다.
엄마는 백설이가 달려오는 것을 물끄러미 보고 어릴때 생각이 났습니다.
처음 백설이는 아기때 눈처럼 하얗고 빛나는 털을 가진 강아지였습니다.
꼬물거리며 자기에게 다가와 쳐다본 얼굴에는 보석처럼 크고 반짝이는 눈이 있었어요.
엄마는 이아이를 백설이라고 불렀어요
백설공주처럼 예쁜 공주가 될거라 믿었답니다.
그런데 백설이는 한달 두달이 되어도 키가 크지 않네요
몸이 통통해지고 살이오르는데 다리는 아기다리 같이 짦아서 뛰둥거립니다.
다른 가족들은 처음에는 웃기게 생겼다고 깔깔거렸답니다.
백설이가 제법 커서 소녀처럼 수줍은 나이가 되었지만 다리가 짦고 못생겼다고 아무도 놀아주지 않았습니다
"우, 뭐야 너무 못생겼어!"
"난장이에 하얀털이라니 너무 징그러워"
"저리가"
"저리가"
미움받는 천덕꾸러기가 되었어도 백설이는 늘 행복했습니다
그 이유는 엄마가 백설이를 너무 예뻐하고 사랑해줬기 때문이랍니다.
엄마가 왜 부를까
맛있는 간식을 주려나 백설이는 방 밖에서 엄마 목소리를 듣고 마음이 급합니다.
자기를 부르는 소리라는 것을 알고 백설이는 끼우둥거리며 있는 힘을 다해 뛰어 갑니다.
어이쿠 몇번을 넘어질때마다 오뚝이처럼 발딱 일어나서 엄마 옆으로 왔어요.
엄마는 백설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한 동안 말이 없이 꼭 안아주었습니다.
'이렇게 예쁜 너를 두고 내가 차마 눈을 감을 수 없겠구나.'
엄마는 백설이를 꼭 안고 있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엄마의 앙상한 팔뚝이 힘없이 툭 늘어졌다.
백설이는 엄마를 바라보았습니다.
너무 조용하게 숨소리도 없이 잠을 든 엄마의 품에 다시 뛰어 올라갔어요
백설이가 연신 손등을 핡고 얼굴을 부벼거렸지만 엄마는 말이 없네요
엄마는 말이 없었고 백설이를 더 보지않습니다.
둔 눈을 감은채 옅은 미소를 띤 엄마의 얼굴을 보며 백설이는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밤은 깊었고 백설이 울음은 방안을 감돌다 집안을 넘어 마을어귀로 자꾸 퍼져나갔습니다
동그란 달이 떠오르고 저물때 까지 백설이는 늑대처럼 슬피 울었습니다.
백설이는 홀로남아 몇일 동안 낮이고 밤이고 늑대처럼 고개들고 울었습니다
백설이는 너무 슬펐습니다.
엄마는 보이지 않았어요
다른 가족들도 한동안 보이지 않았습니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른데도 꼭 참았습니다.
엄마가 다시 오면 주실 거니까요
그런데 왜 엄마는 백설이를 보러 오지 않을까요?
한참을 기다리다 지쳐서 백설이는 잠이 들었습니다.
웅성웅성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낯선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 여기 이 침대랑 가구들을 얼른 내버리자구"
"이 옷가지들도 전부 버려야지"
낯선사람들이 와서 엄마의 물건에 손을 대자 백설이는 화가 났습니다
"이봐 이건 우리 엄마 꺼라고 "
"당장 손을 떼지 못해!"
"확 물어줄거야 물거라구 어서 고만 둬!"
백설이가 아무리 이야길 하여도 사람들은 들은채 만채 합니다.
엄마의 짐들이 모두 사라지고 사람들도 사라졌습니다
엄마가 없는 집에 가족들이 뜨믄뜨믄 오더니 이제는 오지 않습니다.
집안에는 오직 백설이만 남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오빠랑 언니가 찾아 왔습니다.
"아 귀찮아 백설이를 니가 좀 데려다 키우는게 어때?"
"난 싫어 싫다고 그렇게 걱정되면 오빠가 키우던지."
"젠장 어떡하지 누가 키울사람이 없나 이렇게 못생겨서 개장수도 안 사겠지 애는 아무도 안좋아할거 같아"
백설이는 둘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지만 오빠랑 언니가 너무 반가워서 뛰어 갔습니다.
"아이쿠 허리야"
오빠가 백설이를 발로 툭 찼어요
백설이는 너무 슬프고 아파서 구석에 앉아서 있습니다
백설이는 자꾸 눈물이 나네요
밤이 깊어지고 울고 있던 백설이가 결심을 했습니다
'여기는 너무 외롭고 배가고파
그리고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걸
이렇게 기다리는 거 보다
내가 엄마를 찾아서 갈테야'
처음 집을 나서는 백설이는 너무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백설이는 집밖으로 나왔습니다
엄마의 냄새가 희미하게 나는 거 같네요
백설이는 뒤뚱거리며 마구 달렸습니다.
엎어지고 쓰러져도 아픈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어둠속으로 사라졌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