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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공주와 백설 난쟁이 3

by 승환

공원 안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란 숲을 사이에 두고 예쁜 길이 길게 이어져있습니다.

겨우내 기다리던 봄이오니 나무들은 가지마다 파릇한 새순을 뾰족하게 피웠습니다.

나무처럼 사람들도 마음이 뾰족해져서 공원으로 나와 산책을 합니다.

산책을 하러 같이 나온 멍멍이들이 목줄을 하고 주인과 걸어갑니다.

예쁜 옷을 입은 멍멍이도 있고 작고 귀여운 강아지는 개모차를 타고 연신 두리번거리며 거리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백설이는 절룩이고 다가가 인사를 하려고 하지만 모두 얼굴을 찡그리고 피합니다.

"어머 얘는 목줄도 안 했네 들개인가 봐 무섭게 생겼어"

사람들은 백설이가 꼬질하게 더럽고 무섭게 생겼다고 이야길 합니다.

"멍멍 저는 들개가 아니에요 저도 좀 예뻐해 주면 안 되나요?"

꼬리를 연신 흔들고 백설이는 가까이 가려 노력했지만 모두들 피해서 도망갔습니다.

백설이는 와우웅 하고 슬피 울다가 막 화가 나서 사람들에게 멍멍 짖었습니다.

"이봐 백설아 진정하라고"

사티는 백설이를 위로합니다.

"우리는 주인이 없어도 괜찮아 혼자 살 수가 있어"

"누군가를 좋아하고 따르는 것보다 혼자서라도 마음을 잘 챙겨야 돼"

"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만히 생각하는 거야 다른 누군가 아니어도 혼자 스스로 생각하고 위로하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우린 좀 더 멋진 고양이, 아니 개가 될 수 있거든"

"정말 그럴까? 난 마음이 불안하고 너무 우울하거든 내가 나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까?"

백설이는 사티의 충고가 그럴싸해 보이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여섯째 언니 고양이 위자야가 백설이 옆에 와서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백설아 마음을 잘 챙기고 항상 흔들리지 않게 나쁜 마음이나 행동을 조심하면 된단다. 무엇이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지."

"우리가 도둑고양이가 되는 것은 처음 한 번의 도둑질이 운명을 그리로 이끄는 거야 개들도 마찬가지지 무서운 들개무리가 되지 않으려면 항상 착한 마음을 지키고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해"

"우리들과 같이 지내면서 너에게 명상하는 법을 알려줄게"

"고마워요 언니"

백설이는 언니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듣자 마음이 평안해졌어요

"자자 이제 명상에 들 시간이 되었어"

둘째 언니 고양이가 이야기했습니다

"어서 자리를 잡자고"

해가 점점 떠오르자 고양이 언니들은 모두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자리로 이동을 합니다.

커다란 단풍나무에 올라가 둘째 언니 고양이가 자세를 잡고 명상에 들어갑니다.

나머지 언니 고양이들이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앉아 눈을 감습니다.

"백설아 너도 이리 와봐 여기 벤치가 따듯해 내 옆으로 오렴"

다섯 번째 언니 고양이 위리야가 백설이를 챙깁니다.

"네 위리야 언니 근데 저는 명상을 어떻게 하는지 모른데요"

"음 처음이니 어쩔 수 없지 내가 가르쳐 줄게"

"자 자 보라고 뒷다리를 쪼그리고 앞다리를 몸 안으로 두발을 다 집어넣어봐"

백설이가 낑낑대며 언니 고양이같이 해보려고 했지만 잘 안되네요

"언니 언니 뒷발은 되는데 앞발을 오므리면 자꾸 머리가 바닥에 쿵 해요!"

"허 이동작이 안된다고 그럴 리가"

"잘 봐봐 백설아 식빵 알지?"

"네 식빵이요?"

"그래 자르지 않은 큰 식빵을 생각해 보라고"

위리야 고양이 언니가 다시 한번 시범을 보입니다.

"난 식빵이다 식빵, 주문을 외우면서 다시 하는 거야"

"아이코 앞다리야 난 너무 짧아서 아픈데요"

"긴 다리보단 더 편할 텐데 웬 엄살이야 잔말 말고 따라 해봐"

백설이는 다리가 너무 아팠지만 고양이 언니들과 같이 길고 하얀 식빵이 되었습니다.


햇볕이 점점 따가워집니다.

백설이는 두 눈을 감고 점점 덥고 다리가 아팠습니다

'그래도 꼭 참아야지'

명상이란 게 원래 이렇게 힘든 걸까?

슬쩍 실눈을 뜨고 위리야 언니를 바라봅니다.

의젓한 자세로 한치의 빈틈이 없이 멋진 포즈로 식빵이 되었습니다.

가만가만 그런데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드르렁, 드르렁" 조그마한 소리는 코를 고는 소리 같습니다.

"위리야 언니, 언니 혹시 주무시나요?"

위리야 언니 고양이가 깜짝 놀라 눈을 뜨며 말합니다.

"으으흡, 무슨 소리야 한참 명상을 하고 있었는데 네 녀석 때문에 망쳤네 망쳤어."

백설이가 무안하게 화를 내더니 위리야 언니고양이가 다시 눈을 감습니다.

"아 명상이란 건 너무 힘들구나"

백설이는 눈을 떴다 감았다 우두커니 벤치옆에 앉아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래도 백설이는 용기를 내서 마음을 다시 단단히 먹고 눈을 꼭 감았습니다.

한참을 조용히 눈을 감고 있자 두런두런 소리들이 들려옵니다.

사르륵사르륵 바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힙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작은 새들끼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백설이가 살짝 눈을 뜨니 푸드득 하고 작은 새는 어디로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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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