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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

by 승환

책을 사거나 읽을 경우 선택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제목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작가명이다.

작가명 이름은 사실 브랜드이다 유명작가일수록 정체성과 브랜드가치가 있다.

글을 쓰다 보면 글 본문보다 제목을 지어야 할 경우 뭔가 그럴싸하고 내용을 관통하는 그런 제목을 남다르게 작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글 본문 쓰기보다 너무나 지난하고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그냥 무제라는 만병통치약 같은 유혹에 휩싸이기도 한다.

제목을 지으면 제목에 글이 함몰되어 작위적으로 가기도 한다고 하는데 사실 제목과 구성을 하고 글을 써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지만 초보라이터인 입장에서는 글이 가지는 목적성이 없다 보니 제목이 항상 목에 걸린 가시처럼 성가시고 힘들다.


요즘은 웹소설의 유행이다 보니 읽는이 만큼 쓰는 이들이 많아졌다.

글의 무게나 값어치를 정량적으로 정성적으로 재볼 수 없지만 그래도 쓰는 사람입장에서 익명을 고수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로는 등단한 유명작가(?)이거나 무명이어도 등단 내지 나름 순문학에서의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것을 뭐라 하기에 나 자신이 그 내부의 일은 알 수 없기에 어떠한 편견과 경계가 있는 모양이다.


두 번째는 유명세나 누군가 알아보는 것이 싫은 경우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누구에게 읽히고 다른 이들에게 회자될 수밖에 없는 일이라 그런 부담을 피하려는 의도일 듯하다.


또 다른 하나는 아마도 꿈이 원대하여서 에레나 페란테 같이 여러 장르에서 성공과 인정을 꿈꾸며 작품으로 인정받으려는 욕구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하나의 목적이 아니라 두루두루 편한 방법으로 선택하였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지 익명의 작가는 필명을 사용한다.

국내보다 외국의 유명작가 중에는 마크 트웨인이나 조지오웰 같은 작가같이 필명이 더 보편적으로 사용을 하는 것 같다.

섹스피어가 본명이 아니라는 설도 분분하지만 필명의 용도는 단순히 익명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능적이고 상업적인 역할도 있는 것 같다.

박참새 시인의 경우는 이름 하나로 작가로서 50프로는 성공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시야 말할 것도 없지만.

대부분 평이하고 익숙한 그래 흔해빠진 이름을 가진 사람은 어떤 지면에서 자신의 이름을 어필할 필요가 있을 법도 하다.

특이한 이름 중에는 과일의 이름들이 필명으로 많이 쓰인다. 여성일 경우가 많겠지만 어찌 되었든 이름이 가지는 힘과 호기심유발은 사뭇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맨스작가인데 이름이 김춘자 라던지 정봉출 이런 이름이면 아무래도 안 어울릴 것 같기는 하다.

독립출판 작가이거나 웹소설작가일 경우는 단순 이름이 아니라 어떤 사물이나 외래어를 쓰기도 한다.

밤토리, 은빛늑대, 꽃피는 밤, 은하수, 하늬바람, 달빛조각사, 낙타, 별빛가람, 모래숲, 파란 수염

청춘위험 , 도깨비불, 사막여우, 유리안 , 푸른별, 검은여우, 하얀마녀, 가을비, 황금가지, 어니언, 불꽃검, 철새, 박봉숭아 등등

연세가 있으신 작가분들 시인 분들이나 작가분들 중에서는 아호를 가진 분도 있고 알게 모르게 무수히 많은 필명들이 있을 것이다.


나의 필명은 본명 같은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원래가 뭘 이름을 짓거나 작명을 못하는 터라 동생의 예전 바꾸기 전 이름을 사용했다.

동생의 사주가 그리 평이롭지 못하다 해서 원래의 환자 돌림이름을 없애고 새로 이름을 개명했다. 그 이름이 좋지 않다고 해서인데 나는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이 이름으로 성공을 하면 어떨까 싶은 망상과 헛된 바람으로 사용했다.

물론 동생이나 가족들은 모르는 필명이다.


그런데 요즘은 좀 젊고 예쁘고 감각적인 필명을 쓰면 어떨까 욕심이 난다.

요시모토 바나나나 박복숭사 작가처럼 과일이름을 한 여성작가들의 이름이 너무 귀엽다. 남자라면 좀 더 큰 수박이나 파인애플을 해야 하나 싶다가 몸에 좋은 견과류를 생각 중이다

맛으로 치면 국산 땅콩처럼 맛있는 게 없으니 김땅콩으로 할까 아님 강렬하게 외자로 잣으로 할까 이것저것 찾아봤다가 아무래도 어감이 안 좋다. 좀 가격 있고 있어 보이는 견과류로 김피스타치오나 아내가 좋아하는 김 마카다미오는 어떨까?

물론 글을 잘 써야지 필명이고 본명이 고는 나중문제인데 그냥 잡생각이 났다.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필명의 사연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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