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가을

by 승환

아내의 가을



아침.

익숙하지만 낯선이와

거울 앞에 마주 앉는다.


아내는 물 위에 배를 띄운다.

바른다. 두드린다. 문지른다.

입술에 태양.

그러나 곧 떨어질 붉은 잎들,

언제나 빛은 오래가지 않는다.


잠시 멈춘다.

좁은 사각의 방에선

아내를 흘기는 낯선 여자가 눈을 깜빡인다.

민낯으로는 만날 수 없는 계절.

바람이 불었고

계절은 창으로 들어와

언제부터 이 집에 살고 있었다.


하루는 버티는 것이고

세월은 흘러가는 것이지만

이 둘은 어째서 같은 강에서 만나는가.


밤.

지운다. 닦는다. 훔친다.

얼굴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남아 있다는 사실이 더 애잔해서

자꾸만 쓰담는 손이 굽어진다.


아내는 떠내려가지 않는다.

거슬러 오르지도 않는다.

강의 한복판,

가만히, 노를 놓는다.


거울은 물결처럼 흔들리고

그 속에서 오래된 그녀가

그림자 위로 떠 있다.


손끝에 닿은 윤슬처럼

빛나던 그녀.

가을로 천천히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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