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사라진 계절

by 승환

단풍이 사라진 계절



마지막까지 한 줌의 사랑도

끝내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

거리에 나무가 되어

줄지어 서 있다.


낯선 불빛 아래,

그들은 조금씩 식어가는 몸을

서로에게 기대어 태운다.


저 산등성이의 그림자도

이제는 불타지 못하네.

가을은 붉은 빛이 아니라

잿빛으로 스스로를 닮아간다.


우리는 왜,

초록의 그림자를 끝내 지우지 못하는가.

잊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람도, 나무도,

한때는 타오르던 것들이었지.

단심도 단풍도

불처럼 피어나지 못해

이내 말라간다.

늦은 겨울 아침,

연탄불처럼 사그라진다.


그 모든 사랑이

꺼진 자리에

매캐한 냄새로

한 줌의 재가 남아 있다면

그건,

아직도 미련인가.

아니면 우리가 견딘

계절의 온도인가.


바람이 불고

그 마음들이 흩어진다.


멀리 가지 않기를,

10월의 불빛들이여,

나의 사랑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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