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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분홍 Nov 20. 2024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가을 천수무로 김치 담그기


무청시래기를 얻었다. 집 앞에 있는 과일야채 가게에서 단감을 사려고 담고 있는데, 다발로 된 무를 사면서 무청을 버려달라고 하는 분이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저 주세요”라고 큰 소리로 말하고 말았다.

어제 나도 무청이 달린 다발무를 사긴 했는데, 무청이 죄다 누렇게 떠서 쓸만한 게 없었다.

에구 무를 잔뜩 사놨으니 무청 때문에 또 살 수도 없고 어쩌지... 싶었는데

무청을 버리다니.

가게 사장님이 손님께 물었고, 나는 무청을 얻어왔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라는 책이 있다. 그 책 제목을 볼 때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제철음식

생각이 난다. 바로 요즘은 가을무가 제철이다.

무는 사실 사시사철 언제나 나오지만, 무청까지 달린 다발무는 딱 지금이다.

요즘 다들 다이어트한다고 나포함 식구들 모두 밥을 많이 안 먹으니까

밥반찬이 될만한 건 많이 하지 않는다. 그저 다발무에 달린 무청이면 겨우내 시래기로 먹을 분량이다. 삶은 시래기를 사도 되고, 무청시래기를 위해 잘 말려진 건조 시래기를 사도 되는데  그냥 가을마다 한 번은 무청 달린 무를 사서 잎은 데쳐서 저장해 두면 무언가 든든한 느낌이다. 김장도하고, 무청도 삶아두고 뭐 이러면 겨울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어제는 천수무를 사놓았다.

천수무는 작고 단단한 가을 무의 일종이란다. 내가 즐겨가는 요리레시피 인터넷동호회에서 요즈음 천수무로 섞박지를 담그는 걸 유행처럼 하고 있다. 천수무라니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군.

그런데, 출근길에 무청을 얻은 그 야채가게에 “천수무”(동치미 만들기 좋음)이라고 써놓은 걸 봤다. 오, 저게 바로 천수무라는 건가

얼마 남지 않았길래 얼른 사다가 집에 가져다 놓고 출근했다.

무도 품종에 따라 단단한 무가 있고, 물이 많고 시원한 무가 있다고 한다.

작고 단단한 천수무는 금방 무르지 않아서 동치미에 딱 적당하다고 하는데 나는 요리카페의 유행을 따라 섞박지를 담그기로 했다.(큼직한 무 김치를 섞박지라고 하는 듯)


천수무, 무도 이름이 있구나. 쌀도 그냥 쌀 하는 것보다는 고시히카리 라고 하면 뭔가 더 있어 보이고 사과도 그냥 사과하는 것보다 시나노골드를 좋아한다고 하면 뭔가 취향이 있어 보이고 그렇긴 하다. (나는 시나노골드 사과는 좋아하지 않는다 ㅎ 고구마는 베니하루카 고구마를 알고 있긴 하다)

재작년이 아는 지인이 무청이 달린 작은 솎은 무를 잔뜩 준 적이 있다. 무청과 함께 그 작은 무들을 가지고 김치를 담갔는데, 정말 평생 먹어본 무김치 중 최고였다. 그 맛을 기대하고 있다.     


오늘 오전에 다시 나가서 (오후에 출근함) 돌산갓도 한 단 사 왔다.

천수무 섞박지도 무청까지 넣어서 담그고, 돌산갓김치도 담갔다.

집 앞 야채가게에는 주로 어르신들이 장을 보러 오시는데, 갓을 한단만 사가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우리는 세 식 구라서 딱 그만큼이면 적당하다. 요즘 탄수화물이 다이어트의 적이 되는 바람에 밥을 부르는 맛있는 김치도 맘 놓고 실컷 못 먹는 형편이다.      

무김치는 익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앗, 그냥 무김치가 아니라 천수무김치다.

김장을 하려면 아직 2주가 남아있긴 한데, 갓김치랑 무김치까지 다 해놓아서 든든하다.

내년부터는 절임배추는 20킬로 한 박스만 하고

갓김치 무김치 파김치 그렇게 담거야겠다.

제철무김치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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