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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방인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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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Dec 18. 2023

냄새


 




친구들과 함께 회사의 이곳저곳을 탐방하였다. 중소기업에서도 우량기업 그리고 수많은 특허출원으로 동종업계 사이에서도 전망이 밝다는 평이 많은 회사였다. 그래서인지 회사 내부는 규모가 컸고 자동화된 기계음과 사람들의 활기찬 움직임들이 어울려 큰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며 지내게 될 일상의 기대감과 설렘이 피어나고 있었다.   



우리를 인솔한 선생님은 회사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마치 업무적인 관계 이상으로 친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둘 사이에 어떤 모종의 관계(?)가 있지 않았었나 생각이 든다. 왜 그러한 생각이 들었던 걸까? 당시 나의 심정은 설렘이 가득했던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낯섦과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나와 아이들은 어떤 불합리한 일이나 그에 따른 피해를 입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풍경들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때 우리는 너무나 어린 나이였고 순진했기 때문에 사회 물정에는 어두웠다. 아니면 그동안 내가 배워온 주입식 교육과 잘못된 시스템을 개인과 가족에게 떠넘기는 사회에 무뎌진 것도 있었다. 아무튼 다시 그날로 돌아가 우리는 공장 내부 탐방 후에 숙식을 해결하게 될 기숙사에 도착하게 되었다.               

 


“너희들이 앞으로 지내게 될 기숙사다.”



우리를 인솔하던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기숙사 건물에서 덩치가 크고 얼굴이 검게 그을려있는 사내가 우리 앞에 나왔다. 아마도 기숙사 사감인 것 같았다. 현장 실습을 간다고 했을 때 기숙사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집을 따로 구해서 지내려고 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야 기숙사를 나와 외부에서 살 수 있다고 하였다. 학교 그리고 집에서의 간섭과 속박을 벗어났다는 생각에 들떠있었지만 도착한 이곳마저도 '어른이라는 사람들의 감시와 통제가 있는 곳'이었다.               



여기는 내가 지금까지 성장해 온 환경과 전혀 다른 곳이었다. 내가 살던 집에는 편하게 쉴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전혀 모르는 아이들 7명이 먹고 자는 방이었다. 방에는 자그마한 TV 하나와 낡은 옷장만이 전부였다.



내가 살았던 집에서 느꼈던 따뜻한 공기와는 다르게  컨테이너 구조물에는 차가운 공기가 가득했다. 또한 충분한 여유 공간이 없이 많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기숙사의 풍경은 모든 것이 낯설었고 이상했다. 기숙사 건물에서 풍기는 '냄새' 마저도 내가 여태 지내던 곳과는 달랐다. 코를 찌르는 듯한 쾌쾌하고 기분 나쁜 냄새가 가득했다.


               

마음 한편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가 발을 들이지 말아야 할 곳에 도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할 시간이 없었다. 이미 회사 안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공장에서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부속품이 되어버린 듯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의 상황과 맞춰서 현장 실습생들의 스케줄도 바쁘게 돌아갔다.


내일은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차갑고 낯선 장소의 밤이 깊었다. 피곤한 몸은 불안한 마음과 다르게 금세 녹아내려갔다. 하지만 여전히 기분 나쁜 쾌쾌한 냄새는 계속 코를 자극해 오며, 앞으로 있을 많은 이야기들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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