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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방인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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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Dec 25. 2023

시계






길었던 밤이 지나고 어느새 아침해가 밝았다. 기숙사 사감은 복도를 지나다니며 방마다 문을 열고 일어나라며 소리쳤다. 솔직히 말이 사감이지 생긴 건 영락없는 깡패였다. 사감의 목소리에 누구나 할 것 없이 서둘러서 옷을 차려입고 나왔다. 그 와중에 부지런한 녀석들은 벌써 옷을 입고 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오랜 시간 기숙사 생활을 해온 사람들은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사감의 무례하고 독단적인 행동에 불만을 품고 대들었다간 큰일 난다는 것을. 사감보다 나이가 많거나 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사감에게 미운털이 박히는 순간 고생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출근 전 삼삼오오 모여서 식당을 향했다. 아침을 먹은 후 회사 내의 교육 담당자 인솔 하에 강당으로 이동하였다. 부서에 배정되기 전 일주일 동안 교육이 예정되어 있었다.               



기업의 역사와 반도체의 미래 그리고 인재상에 대한 교육들을 받았다. 어느샌가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일주일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일하게 될 부서에 배정받게 되었다. 성민이와 나는 서로 어디 부서에 배정되었는지 확인을 하였다.



"성민이는 디스플레이 3팀 자재부, 나는 디스플레이 3팀 3번 라인이구나."



우리는 서로 좋아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말이 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숙사에 돌아온 후 우리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했다. 때마침 같은 부서에 배정된 다른 방 아이들이 우리 방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야~! 디스플레이 3팀에 2명이나 여기 방에 있던데, 우리도 디스플레이 팀에 배정받았으니까 잘 부탁해."


       

방에 들어온 아이들은 총 3명이었다. 개개인마다 개성이 강해 보였다. 2명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며 소위 통과 부통으로 불렸다. 또 다른 한 명은 바로 옆동네 통이라고 하였다. 서로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치고받고 싸우느라 정신없이 고교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반갑다. 나는 진우고 같은 학교 다녔던 저 녀석은 대한이야."     

"저기 키 작고 야무져 보이는 놈은 승찬이야."



자기네 학교에서 아무도 건들지 못했던 친구들이라 그런지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졌다. 전라도 특유의 강한 어조가 있긴 했지만 악의가 없는 친근한 인사였다. 앞으로 이 녀석들과 놀다 보면 재밌는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3명의 녀석들과 같이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래, 반갑다."



길게만 느껴졌던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고 한 달 두 달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만 갔다. 공장의 시계에 따라서 돌아가는 일상이 우리를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이끌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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