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으리으리한 팬트하우스는 검은 벽과 어두운 조명으로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커다란 창문 너머로는 도시의 불빛이 흐릿하게 비치고 있었지만, 그 빛조차 무거운 공기를 가르지 못했다.
몇 시간 후 회장이 아끼는 사냥개의 으르렁거림에 오랜 시간 흐르던 정적이 깨졌고 그 곁에서 땀을 흘리며 불안에 떠는 보안과장과 시설관리 과장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리고 분노에 차있지만 최대한 절제한 듯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회장의 모습이 보였다.
"당신들 정말 그렇게 무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회장의 목소리에도 보안과장과 시설관리 과장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차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저 자신들이 이곳에 왜 불려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미 예상하고 있을 뿐이었다.
회장은 천천히 책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골프채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 순간, 과장은 얼어붙은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사고 기록이 담긴 CCTV라.... 그걸 그냥 내놓을 생각을 했단 말입니까.?"
"그것도 노동철 변호사에게... 기록을 내어주다니. 단순히 실수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회장은 중얼거리며 골프채를 바닥에 툭툭 내리쳤다. 그 묵직한 울림에 두 사람은 흠칫 놀랐다. 그러던 중 갑자기 회장은 두 사람을 향해 골프채를 휘둘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들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사냥개들의 으르렁거림과 잠시 흘러나오는 정적뿐 누구도 일방적인 폭력을 막아서는 이는 없었다.
10분여간에 폭력이 끝나고 바닥에는 여기저기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었다. 회장은 땀을 흘리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두 사람은 회장의 일방적인 폭력에 안도하는 듯했고, 나지막한 신음소리만 낼뿐이었다. 그들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노동철 그리고 성가신 어린놈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데, 일단 그 어린놈을 회사에서 내쫓아야 하는데 명분이 없단 말이지."
"이런 자질구레한 일을 일일이 내가 처리해야 하니, 도대체 회사에 쓸모 있는 놈 하나가 없으니. 니 두 놈들 그동안 이 회사에 있으면서 월급 많이 받아갔지.?"
"다음에 또 그런 일이 있으면 길바닥에 나앉을 각오 하라고, 오늘은 그동안 월급을 많이 받아온 만큼에 대한 매값이라고 생각하라고."
무자비한 폭력 후 회장은 골프채를 내려놓고 숨을 고르며 과장들을 내려다보았다.
"그 놈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야겠어. 더 이상 실수는 없어야 하네."
회장은 자신이 아끼는 사냥개를 쓰다듬으며 왼편에 서있는 안경 쓰고 피부가 하얀 남자를 향해 이야기하였다.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끄덕임으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