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문을 두드리다
유튜브에 강박장애를 검색하고 한 영상을 클릭했다. 한 의사 선생님이 원인과 효과적인 치료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이었다. 약물과 적절한 인지행동치료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했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곧 지나갈 기차라고 생각하세요. 실제로 생각은 계속 머무르지 않고 언젠가는 지나갑니다. 찜찜한 것을 허용해보세요. 나의 걱정보다 괜찮다는 것을 발견할 겁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찜찜한 것을 꼭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인지해 강박증상이 줄어듭니다. 삶의 에너지를 나에게 집중하세요.’
이거구나! 안개 낀 어두운 숲길에서 좀 더 나아가 분명한 길이 보이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다녔던 병원에서 ‘인지행동치료’에 관한 상담을 받아본 경험이 없던 나는 먼 거리를 감수하고 마지막 전원을 하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병원을 찾아오게 되었을까요?”
“이전에 두 군데의 병원에서 큰 도움 말씀을 받지 못해서, 선생님 영상을 보고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나는 솔직하게 답변했다. 나의 발병(?) 이력을 다 듣고 나신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많이 힘드셨겠네요. 제가 보기엔 일상생활에는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아 강박장애나 불안장애 등으로 진단할 만한 상황으로 보이지 않고,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쌓여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스트레스의 신체화’로 보여집니다. 물컵에 물이 거의 차 있는 상태에서는 조금만 흔들려도 물이 넘칠 수 있잖아요? 스트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가 거의 차올라서 조그만 자극에도 호흡이 어렵거나 불안을 느끼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거죠. 약을 아주 조금만 써서 반응을 지켜보고, 어떤 신체 증상이 나타나면 내 물컵에 물이 가득 차서 조금 찰랑거리는 것이구나. 이해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상담을 마치고 약을 받아 나오며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다. 별일 아니었구나! 거대한 진단명을 들으며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기지개를 켰다. 나는 짝꿍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나 별거 아니래. 공황도 아니고 불안장애도 아니래.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그렇대. 잘해, 임마.’
플라시보 효과가 이렇게나 무서운 것이다. 말이 가진 힘이 이렇게나 무거운 것이다. 어떤 일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했던 경험. 남에 대해 확신하며 선택했던 단어. 말이 마음에 미치는 영향과 마음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경험하며, 나는 좀 더 신중하게 말하고 신중하게 듣고자 하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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