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지키지 못한 신입의 이야기
"잠깐 이리 와보세요."
"아니 별일은 아니고 설에 집에 있기 싫으면 출근해도 된다고요."
'이건 무슨 신박한 소리지??'
"아니 명절에 집에 있으면 스트레스받으니까 출근해요. 괜찮으니까^^;;;"
"네?? 집에서 있어야죠... "
"힘들까 봐서요. 그리고 권한 열었으니까 집에서라도 설 연휴에도 일은 하세요. 법인세가 코 앞이고 미리 기장 많이 안 했으니까!"(프로그램이 집에서도 가능합니다)
"아... 네... 알아서 할게요..."
설 연휴 전날... 조용히 부르길래 일찍 퇴근하라고 할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설 연휴에 '넌 놀지 말고 일해'가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그만 두기로 마음먹고 나서는 이 모든 시간들이 실습 기간이라 생각하며 일하고 있기에 오히려 새로운 것도 발견하고 스스로 혼자만의 재미를 찾으며 퇴사 전 열공하듯 일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명절 연휴 전날 이런 대화를 나눌 줄 상상도 못 했기에 참 신박하면서 세상에 다양한 사람, 다양한 성격이 존재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인생을 살면서 여러 사람을 경험할 수 있는 건 불안하지만 흥미롭다. '별 인간이 다 있구나.'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마음 하드 트레이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설 연휴 마음 놓고 편히 쉬고 싶었는데 일을 하라는 그녀의 말에 실소가 나왔다. 속으로 생각한다.
'티 난 건 아니겠지...'
작년 설 연휴도 마음 편히 보낸 기억이 없다. 워낙 상반기는 개인의 자유를 찾기 힘들 정도로 바쁘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올해는 걱정해 주는 척하며 '너 일 많이 안 했으니 더 해!'라는 말을 위하는 척 가면을 내세워 말할 필요는 없었다.
요즘 깨달은 것이 있다. 왜 퇴사를 마음먹으니 오히려 심리적 불안도가 줄고, 일하는 것이 조직이 괴롭지 않을까?! 정답은 채우지 못한 [인정욕구]였다. 난 이곳에서 일하는 1년 동안 전혀 인정 욕구를 전혀 채우지 못했다.
- 세무 회계 사무실에 출근해 일하면서 왜 그토록 마음이 힘들고 괴로웠을까?
-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왜 그녀들은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맘에 들지 않을까?
-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 할까? 더 이상 힘든데... 언제쯤 만족스러울까?
- 어느 하나는 잘하고 있지 않을까?
- 이 업종이 나와 맞지 않은 건 아닐까?
수많은 질문을 내게 던졌고 생각했다. 질문이 많아질수록 인정욕구는 바닥 그 밑바닥까지 떨어져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인정받으려 노력하지 않으니 마음이 오히려 자유로웠다. 설 연휴에 일하라는 사무장의 말이 평소 같았다면 억울하고 화가 났을 법도 했지만 희한하리만큼 전혀 마음의 진동이 없었다. 오히려 이 때다 싶었다. 일을 찾아서 하면 잘 못 한다, 혼날까 미리 안 하면 생각이 없냐!라고 참견하는 그녀가 없을 때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실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어차피 설 연휴 집에서만 있을 나였기에 까짓 거 일 하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이곳을 떠나면 어디서 나만한 신입을 또 구할까?라는 마음이 들도록 나의 빈자리가 아쉽게 주어진 일 군소리 말고 하자는 마음이 자리했다.
마음이라는 게 어떤 생각으로 기준을 잡느냐에 따라 상황을 대하는 사람의 행동과 기분이 180도 달라진다.
내가 있는 곳이 지옥이라 생각하면 그곳은 벗어나고픈 최악의 형벌이고, 지낼만하다 생각하면 그저 돈 받고 실습도 가능한 최고의 훈련소가 된다는 사실!
지금 신입으로 입사해 힘들다면 더군다나 나이 사십 대가 넘어 새로운 업종에 취직해 낯설고 막막하다면 열심히 하지 말고 그저 그날의 주어진 일을 펑크 내지 않을 선에서 노력해 보자. 그리고 그곳은 월급까지 주는 실습 장소라 생각하자. 인정받으려 부단한 노력을 최선을 다하진 말자. 이것만 기억해도 오히려 퇴사하고픈 욕망보다 버텨보자!라는 마음이 조금씩 피어날 것이다.
회사도 신입을 뽑을 때 수습기간을 갖는다. 월급도 당연히 경력자를 따라갈 수 없다. 그러니 우린 조금 부당해도 조금 억울해도 '월급 받으며 오늘도 실력을 키우는 실습 중'이라 생각하면 조금은 숨 통이 트일 것이라는 뜻이다. 결코 일을 대충 하자는 말이 아니다.
세무 대리인의 바쁜 상반기. 설 연휴에도 달려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이 시기를 잘 버티고 또 한 번 성장하는 시간으로 내 커리어를 만드는 기회로 삼아 보면 좋다고 말하고 싶다.
why? 피할 수 없으면 꾹꾹 밟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으므로.
P.S
설 연휴네요. 얼굴 한번 보지 못 한 우리지만 2026년 가정의 평안과 행복, 무엇보다 건강 기원드립니다.
우리 항상 행복하만 하면 좋겠습니다.
2026년 대박 기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