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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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지나가면
준비된 봉우리들이 피어나겠죠
저들은 고민하지 않아요
그저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때가 되면 땅 위의 거름이 됩니다
눈이 오는 그 겨울날도
고민하지 않아요
자신이 피워낼 그 일에만 집중합니다
그 시간을 준비해
찬 봄비의 기운을 지나면
빛이 비치는 그 일도 놀라지 않고
때에 피어날 뿐입니다
주변의 어떤 이야기에도 놀랄 일이 없어요
내 삶을 나대로 준비하며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피어나는 저들을 보며 하게 된
오늘입니다
나는 잘 안 되는 그 일을
세상의 만물이 충실히 해내기에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힘을 얻게 된
오늘입니다
오늘은 그런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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