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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언젠가부터는 혼자 숨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내가 되었다
어른이 된 걸까
글이 내 업이 되면 좋겠지만 여전히 그러지 못하는 요즘은
더 글을 쓸 시간을 내지 않았다
가끔은 그런 내가 예전의 내 모습과 멀어지는 건 아닐까
괜히 생각하다
한 글자도 적지 못하는 내가 된 건 아닐까
무서워하다
다른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스스로를 빗대어 위로하는
버릇이 생겼다
조금이라도 생각과 맞는 누군가의 생각을 읽으면
내가 쓴 글인양 약간의 직무유기에서 벗어난 느낌을 받았다
이런 비겁한 작가가 세상에 있을까 싶은 그런 수치심이
젖은 땅 속에서 누군가 뛰쳐나오려는 듯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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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의 내 모습을 생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평안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이가 없어
스스로 견디어낸 하루하루 속에 알아채는 날이 온다면
꼭 누군가에게 말해줘야지
내가 그랬었다고
꼭 말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