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일합니다
-
언제였지
카페라는 공간에서 일을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을까
카페라는 공간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공간을 즐기고 커피를 즐긴 건 언제부터였나
19살 처음으로 일하던 아웃백이라는 공간은 정말 너무나도 바빴다
아웃백에서 마시던 커피는 일명 '커피물'이라 불리던 커피는
얼음 가득 물 가득 커피 향이 슬며시 풍기던 물이었다
정말 정말 당이 떨어지면 옆에 커피빈으로 달려가 '카라멜 많이 넣어주세요'
그땐 카라멜 추가금이 없던 시절이라 카라멜마끼아또에 카라멜을 잔뜩 추가해
카라멜 맛으로 커피를 마셨다
20살 불안장애와 약간의 공황으로 사람을 만나지도
사람들의 소리를 듣는 것도 힘들던 추운 겨울날에는
카페로 숨어 들어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세상을 등지고 앉아
치즈케이크에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켜
뜨거운 물을 리필해가며 오랫동안 그 공간에서 글을 적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애가 와서 하루 종일 있으니 얼마나 진상이었을까 )
21살 다시 일을 해보자며 지원한 동네 카페는 정말 작은 공간에서 로스팅도 하고
교육도 하시는 자유로운 사장님이 계신 곳이었는데
그때 마침 마포 한 아파트 단지 내에 한옥카페를 오픈하게 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매니저로 보내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마음에 들으셨던 걸까..?)
아주 빠르게 에스프레소와 추출을 배우고 필터도 그곳에서 처음 접했다
잠실에서 마포까지 오픈을 하려면 새벽에 일어나 나갔는데
지옥철에서 기절해가며 꾸역꾸역 일했던 기억이 난다
카페 이곳저곳 좋은 사람 별로였던 사람들을 지나쳐 현재까지 일을 하면서
이 공간이 내게 주는 의미 , 커피가 내게 줬던 위로를 다시금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돈도 안되고 노동집약적인 이 일이
왜 좋았을까
삶의 모든 낭만을 나는 카페와 무대에서 쏟았다
지쳐있을수록 바쁠수록 현재의 삶에 안주하기 싫을수록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거 글이 길어지겠네
오늘은 이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