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결혼식 대소동

참 안 맞는 부부

by 오렌지양


우당탕당 결혼식 대소동

드디어! 대망의 결혼식 날이 밝았다.

우리의 결혼식은 짱구는 못 말려, 우주 대소동(이런 게 있나?)에

버금가는 우당탕탕 결혼 대소동이나 다름없었다.


우당탕탕 대소동의 서막을 연 건 우리 남편이다.

우리 남편은 당시 한 예능프로그램의 PD였는데 PD의 업무는 뭐다!?

바로 편집이다. 예를 들어 4시간 촬영분을 20분으로 편집하거나 2시간 촬영분을 10분으로 편집하거나 등등

자기에게 주어진 분량의 편집을 다 해야 방송이 나가고 업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남편은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회사에 약 2주 간의 휴가를 냈고 무급휴가는 아니었기 때문에 2주 간의 일을

그전에 다 끝내야 했다! 그래서 결혼식 전 약 한 달간은 매일 밤을 새우며 편집의 노예가 되었다.

뱃살과 볼살이 통통했던 남편은 거의 좀비 몰골이 되었다.

덕분에 자동 다이어트 효과는 좀 있었던 것 같다. 눈이 퀭하긴 했지만...


그렇게 남편의 얼굴을 일주일 내내 못 보다가 결혼식날 아침 6시!

남편은 편집을 끝내고 하얗게 불태운 채 집으로 귀가했다.

반가워할 겨를도 없이 우리는 메이크업 샵으로 향했다.

남편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먼 여행을 떠난 뒤였다.

한 마디로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그는 그렇게 각성된 상태인 초사이언이 된 채로 결혼을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결혼식날 기억이 군데군데 없다며...)


그런데, 남편 못지않게 나 역시 우당탕탕 대소동 서막에 일조를 했다.

나는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밝은 갈색 머리색이 신경이 쓰였고 (갑자기???)

즉흥적으로 혼자 염색약을 사서 어두운 갈색으로 염색을 했다. (갑자기????)

그런데 말이 어두운 갈색이지, 그냥 검은색으로 염색이 됐는데 어느 정도냐면 당장 다크 나이트 영화에 출연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주 무섭고 공포스러운 검은색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식 헤어로 반 묶음 머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결혼식날 머리를 묶고 옆에 잔머리를 조금 남기는 식의 스타일이 하고 싶었다. (진짜 왜 그랬을까? 누가 좀 알려주소)

근데 생각해봐라, 머리는 시~~ 꺼멓고 드레스는 하~~ 앟고 이미 이거부터 이상한데 잔머리를 남기겠다고 양옆의 머리를 조금 잘랐더니 내가 생각하는 부스스~한 여성스러운 잔머리가 아니라 뭉텅이의 잔머리가 되어서

이건 마치......

백과사전에 나오는 곤충의 더듬이 같았다. 왠지 바 선생 같기도 하고...?

나는 시꺼먼 색의 쌍 더듬이를 단 채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결혼식장에서 친구들한테

"야! 나 더듬이 생겼어~ 이거 이상해!"

라고 했는데 보통 결혼식날 신부가 이런 소리를 하면 친구들이

'괜찮아, 예뻐~'라고 해줄 법도 한데 내 친구들은 다들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이로써 나는 진짜 더듬이가 생겼구나를 실감할 수 있었다.


더듬이도 힘들어 죽겠는데 날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뭐만 하면 다 힘들대, 인생 어떻게 사냐?)

바로 결혼식 사진 되시겠다.

이건 진짜 엉엉엉... 곡소리를 내며 울고 싶었다.

아마 나 같은 사람들이 꽤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나는 평소에 셀카는 잘 찍는데 남한테 사진 찍히는 건 굉장히 싫어한다.

포즈를 취할 때면 딱딱이가 되고 표정이 너무 부자연스러워서

남이 찍어주는 사진에서는 목각인형이 따로 없었다.


그렇다고 결혼식날 사진을 안 찍을 순 없고 일단 찍긴 찍는데...

나는 웃고 있는데 자꾸 웃으라고 하고

주변에 사람들은 와서 자꾸 구경하고.... 셀프 웨딩 지옥편보다 더 지옥 같았다.

성격은 참 안 맞는 우리지만 이상하게 싫어하는 건 똑같은 우리,

사진이라면 치를 떠는 우리는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는 사진 기사님에게 한 마음으로 외쳤다.

"사진 좀 그만 찍으면 안 되나요?"


사진 기사님은 당황하며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조금만 더 찍자, 아직 할 포즈가 많다' 라며 우리를 설득했고 우리는 오히려 '한 번뿐인 결혼식, 우리의 의견을 들어달라. 우린 못 하겠다' 라며 기사님을 설득했다.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는 이 상황, 과연 승자는?!


사진 기사님은 크게 당황하며 '아직 뽀뽀 사진 안 찍었는데...' 아직 손 잡고 마주 보는 사진 안 찍었는데...' 라며 물러서지 않았고 치열한 밀당 끝에 결국 우리 부부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20분으로 예정되어있던 사진 촬영을 국수 말아먹듯 5분 만에 후루룩 끝냈다.

나중에 찍은 사진을 보니 둘 다 억지로 끌려와서 결혼하는 사람처럼 표정이 아주 죽상이었다.


aaaaaa.jpg
결혼.jpg


(사진 뒤에 숨겨진 표정은 알아서들 상상하길 바란다...)



그렇게 우당탕탕, 국수 말아먹듯이 정신없는 결혼식을 무사 마치긴 마쳤다.

사실 에피소드가 굉장히 많았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신랑은 '신랑 입장'할 때 춤(?)을 추며 입장했다.


결혼식 도중 우리 아빠가 진땀을 뺐다. 이유인즉슨, 축사로 편지를 두 장 썼는데 긴장해서 그런지 손을 덜~덜~ 떨 떠셨다. 한 장을 다 읽고 편지를 다음장으로 넘기려는데 이게 안 넘어가는 거다! 그래서 침을 묻혀 넘기려고 했는데 입이 바짝 말라서 침이 안 나와 편지를 계속 다음장으로 넘기지 못해 진땀을 뺐다.


시아버님이 슬픔의 어조로 축사를 읽으셨다. 시아버님이 키가 좀 작으신 편인데 축사를 읽으러 단상에 올라가자마자 본인 키가 너무 작아서 하객들이 안 보였단다. 그래서 갑자기 자신감이 실추되고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며 기쁨의 결혼식에서 슬픔의 어조로 축사를 읽으셨다.


결혼식 도중 남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빠샤) 축가 순서 전에 우리의 연애 시절 사진과 동영상을 남편이 아기자기하게 편집해서 영상으로 틀기로 했는데 남편이 너~~~ 무 바빠서 결혼식 전날 부랴부랴 영상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영상을 결혼식날 처음 봤는데... 내 못생긴 사진을 잔뜩 넣어서 결혼식 도중 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남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우리 엄마가 신부에게서 뒷걸음질 쳤다.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할 때 우리 엄마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사위는 안아줬는데 나는 갑자기 밀쳐내고 뒷걸음질을 치더니 그대로 자리에 앉으셨다. 당황한 나는 눈물이 쏙 들어갔다. 나중에 물어보니 엄마가 원래 시력이 안 좋아서 안경을 쓰는데 그날은 안경을 벗고 있어서 앞에 보이는 게 없었단다. (아무리 그래도 딸을 밀쳐내다니...)


우리는 결혼을 하는 이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서도 재밌기도 해서 넋 나간 사람처럼 계속 웃었다.


다음 편은 우당탕탕 결혼식 대소동의 연장 편인

우당탕탕 신혼 배낭 여행기가 이어진다.


늘 그렇듯이 우리의 신혼 배낭 여행기는 고난과 역경으로 가득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했다.

우리는 신혼여행에서 20편 정도 시리즈의 로맨틱, 공포, 호러, 스릴러 등등을 다 찍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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