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D-day 3개월!
우리가 준비할 건 뭐다?!

by 오렌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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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D-day 3개월!
우리가 준비할 건 뭐다?!

장장(?) 3개월 간 준비했던 결혼식.

결혼을 준비하면 '많이들 싸운다더라'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줘라'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우리는 평소에 많이 싸워서 그런지 오히려 결혼식이라는 큰 일을 준비할 때는 좀 덜 싸운 것 같다. 하지만 겪어 보니 싸움이 날 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긴 했다.

결혼식은 너와 나의 결혼이 아니라 양가 어른들을 위한 자리이기 때문에 양가 어른들이 원하는 것들이 조금씩은 있었고 서로 납득이 되는 선에서 그것들을 수용하고 이행했던 것 같다.


# 친정, 시댁! 이건 부담스럽다

먼저 친정에서는 이것저것 자꾸 돈을 보태주시는 것

이게 참 고마운 일이긴 한데 남편 입장을 생각해보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받는 사람은 받은 만큼 해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서 심적으로 엄청 부담이 됐을 것이다.

그리고 말은 아니라고 해도 이것저것 살림살이에 간섭하는 것.

아무래도 딸이라 그런지 살림살이를 어떻게 했는지 자꾸 물어보시고 그건 어떻다, 이건 어떻다 잔소리를 폭격으로 날려서 그런 부분이 살짝 힘들긴 했다.


그리고 시댁에서는 시어머님이 귀농해서 시골에 계시는데 시골 어르신들에게 피로연 잔치를 하고 싶으니

둘 다 한복을 입고 시골에 와서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던 것.

그리고 결혼식 끝나고 폐백은 없어도 부부가 한복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던 것


양가 어르신들이 말씀하셨던 것들을 우리는 대부분 수용했고 나도 효녀, 남편도 효자(?)라서 어르신들 말에는 크게 반발하지 않고 말씀하셨던 부분들은 대부분 받아들였다. 결혼을 준비하는 부부들에게 물어보면 이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땐 '어르신들이 하라고 하는 거는 웬만하면 다 해드려라'라고 조언해준다. 하면 할 수 있는 건데 지는 것 같아서 괜한 자존심을 내세우기도 하고 우리 부모님은! 하는 마음에 너네 부모님, 우리 부모님 이렇게 싸우기도 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 발자국만 물러나면 사랑받는 사위, 사랑받는 며느리가 될 수 있는 KTX 급행열차를 타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한 발자국만 물러나면 정말 쉽고 간단하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다.


# 결혼식 3개월 전, 준비 과정

결혼식 3개월 전

상견례

결혼식장 예약

신혼집 대출

신혼여행 비행기표 예매


결혼식 2개월 전

본식 드레스 셀렉

청첩장 주문, 발송

한복 맞추기

신혼집 이사

혼수 가구 채워 넣기

신혼여행 숙소 예매


결혼식 1개월 전

결혼식 준비

급 다이어트, 피부 관리

지방 버스 대절

버스 음식 준비

고양이 맡길 호텔 예약


방송작가와 방송 PD에게 집은 '잠시 머물렀다 가는 쉼터'와 다름없었다. 때문에 아무리 결혼식 D-day 3개월 계획을 세우고 들어가도 결혼 준비와 일을 동시에 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웨딩 플래너를 쓴답시고 썼지만 결혼식이라는 게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가 직접 결정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업무 중간에도 전화를 할 일이 많았고 계속해서 뭔가를 결정하고 빨리 알려줘 하는 것들이 많았다.

여기에 더해 신혼집으로 이사까지 가고 나니 집 정리해야지, 가구 받아야지 가스, 전기, 수도, 인터넷 등등등!!!! 24시간이 부족하게 나를 찾는 분들 덕분에 결국, 내가 일을 잠깐 쉬기로 했다.


# 결혼식 퀘스트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어머나~ 이걸로 할까? 저걸로 할까?' 하는 분들은 그 과정이 즐겁겠지만... 나처럼 '결혼은 대충하고 치워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 분들은 그 모든 과정이 에베르트 산 너머 또 에베르트산이었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당신의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골라주세요!


�NPC : 결혼식장에 온 당신, 어떤 꽃을 장식할 건가요?

1. 분홍 계열 꽃

2. 노란색 계열의 꽃

3. 흰색 계열 꽃

4. 색색별로 섞기

*. 생화로 하면 추가 요금 발생.


�NPC : 결혼식 행진곡은 무엇으로 선택할 것인가요?

1. 클래식

2. 성악

3. 즉석 연주곡은 추가 요금 발생


�NPC: 결혼식 예상 인원은 몇 명으로 하실 건가요?

1. 200명

2. 250명

3. 300명

ps. 처음에는 200명 했다가 나중에는 300명으로 했는데 결혼식이 끝나고 보니 350명이 왔다.


�NPC : 결혼식장 퀘스트를 무사히 완수하셨네요.

이번에는 청첩장입니다. 청첩장을 다음과 같이 골라주세요


� NPC : 청첩장의 종류와 문구를 골라주세요


�NPC : 모바일 청첩장에 들어갈 사진을 골라주세요


�NPC : 다 끝난 줄 알았죠? 가장 어려운 퀘스트가 남았습니다. 웨딩드레스를 골라주세요


# 본식 웨딩드레스

수많은 퀘스트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단연코 웨딩드레스였다.

왜냐고? 난 진짜 아무거나 입어도 상관없는데 주변에서 자꾸 '그래도 되냐'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더 생각해봐라'라고 해서 제일 힘들었다. 나는 원래 화장도 잘 안 하고 치마도 잘 안 입는다. 어릴 적엔 귀염 뽀작한 공주 놀이 대신 어떻게 하면 로봇을 더 멋있게 합체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아이였다 (K캅스라고...) 덕분에 자연스레 예쁘게 꾸미는 일에도 관심이 없었다.

평생에 한 번 입는 웨딩드레스라지만 나는 아무 흰 드레스를 입고 재빨리 끝내고 싶었다 (엉엉) 일단 드레스 샵에 가긴 갔는데 원하는 스타일을 말해보래서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한 머메이드 드레스를 얘기했더니 얼추 비슷한 스타일을 보여줬다. 이제 드디어 드레스를 입어 볼 시간. 하, 정말 싫은 순간이다.

드레스를 입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어찌나 웃기는지,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끼워 입은 것 같은데 드레스 샵 직원들은 옆에서 '어머, 예뻐요~ 인형 같아요~ 아름다워요~' 찬사를 날려주시는데 이게 무슨 인형일까, 처키인가?라고 속으로 혼자 생각하기도 했다.


드레스를 입고 커튼을 젖히면서.... 정체를 공개해주세요!!! 하면 하면 남편들이 보통 우와~ 이야~ 키야~ 요정이네~ 이런다고 하지만 우리 남편은 무표정이었다. (딱딱이 같으니라고)


"오빠, 어때?"

".... 다른 옷은 없어요?"


2번 드레스를 입고 커튼을 젖히면서.... 정체를 공개해주세요!!

".... 다른 옷은 없어요?"


그렇게 4번까지 무표정으로 보던 남편이 마지못해

"마지막에 입은 게 제일 낫네"


한 마디 해주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그래? 그럼 4번으로 하자"

라고 초고속 결정을 내렸다.


웨딩 플래너도, 웨딩 샵 직원들도 모두 당황했다.

나는 결정을 내리자마자 얘기했다

"이거 빨리 벗겨주세요!!! 벗고 싶어요!!"

25299625_1542669805824322_1724592650998997537_o.jpg 당시 오빠가 내가 드레스 입은 모습을 그린 그림


대략 이런 드레스를 입고 결혼했다.

(가만 보니 생선 같기도 하고...)


그렇게 나는 드레스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이제 3개월 간의 대장정 끝에, 대망의 결혼식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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