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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에녹 Oct 17. 2023

선순환

옷 좋아하시나요?”

 

나는 30년 동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옷에 관심이 생겼다. 초등학교 때는 부모님이 입혀주시는 옷들만 입었고 중고등학교 때는 교복을 입었다. 어른이 되어보니 그냥 남들이 입는 거 대충 사다 입곤 했었다. 그렇다 보니 옷에 들어갈 돈으로 친구들이랑 밥 한 끼 더 먹고, 좋아하는 여행도 가고 종종 책을 사기도 했다. 한 달에 몇십만 원씩 옷을 사 입는 친구들을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나는 요즘 옷에 돈을 꽤나 많이 쓰고 있다. 무ㅇ사에 들어가 쇼핑하기도 하고 요즘에는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는지 영상도 보면서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다. 옛날에는 상의 엑스라지 바지 라지 또는 삼십이 사이즈만 보고 구매했었다. 요즘에는 나에게 맞는 핏을 찾기 위해 어깨, 가슴 허벅지의 사이즈도 알아야 해서 좀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막상 옷이 와서 입어보면 엥? 하는 옷들도 있기 마련이다.


옷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시작했다. 체력이 안 좋아지는 걸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데 운동을 하다 보니 조금씩 몸에 근육들이 생기는 걸 보았다. 몸에 자잘한 근육들이 생기니 예쁜 옷들을 입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리고 예쁜 옷을 내게도 어울리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평소와 다르게 옷이 어울리는 일에 만족을 느끼니 운동에 더욱 욕심이 나더라. 그래서 처음 목표한 체력 기르는 일은 뒷순위로 밀리고 좀 더 멋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매일 운동을 한다.


몸이 좋아지니 옷에 관심을 두게 되고 더욱 예쁜 옷을 입기 위해 운동에 더욱 매진하는 일. 요즘 내 일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선순환이다. 생각해 보니 이런 선순환은 운동에만 있지 않았다.


칭찬도 이와 같은 선순환을 만들곤 한다. 한 번은 어떤 영상을 보고 있었다. 한 아이가 밥을 먹는데 반찬으로 브로콜리를 먹기 싫어하다가도 엄마의 “아구, 우리 ㅇㅇ이 브로콜리 잘 먹네”하는 말들에 조금씩 먹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 공기를 브로콜리와 함께 뚝딱 해치웠다. 나도 그런 칭찬을 들으면 더 잘하고 싶어진다. 영상을 만들고 보내드리면 이 영상에 크게 만족하신다면서 이런 예쁜 영상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 말을 들으면 더 예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글을 쓰는 것에도 좋은 피드백을 받게 되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진솔하고 솔직한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 고민을 하다 보면 좋은 글은 좋은 삶에서 나온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고민으로 바뀌게 된다. 그 건강한 삶이 좋은 글감이 되고 좋은 글감을 찾기 위해 건강한 삶을 살아내려 하는 것. 이것도 같은 선순환으로 생각해도 되는 일이겠지.


세상에는 꽤나 많은 것들이 이런 순환 활동을 하면서 이루어진다. 내가 선뜻 건넨 배려가 누군가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행복해진 마음은 또 다른 사람에게 기분 좋은 말로 되돌아가곤 한다. 한 번은 지하철에서 노인분께 자리를 양보했던 적이 있었다. 옆에 앉아있는 아주머니가 그 모습을 보시고서 선뜻 제게 자리를 양보하려 하셨다. 총각 여기 앉으라고 말씀하시면서. 기분은 좋았지만 그건 또 싫었기에 옆 칸으로 서둘러 도망갔었다.


한가지 꿈을 꾸기로는 내가 쓰는 글들도 이런 선순환이 되는 글이 되기를 바란다. 좋은 삶으로 쓴 글이 누군가에게 좋은 마음이 되어 그 사람에게 좋은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글. 이런 욕심을 부릴만한 글이 되기 위해서 오늘도 좋은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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