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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udentJ Apr 11. 2021

IKEA in Manhattan

요즘 잘 나가는 기업들의 움직임

맨해튼 이스트 57번가에서 59번가 부근 3rd avenue와 Lexington avenue는 가구 조명등 집과 관련된 물건을 파는 상점이 많다. 전반적으로 대단한 쇼핑구역 이기도 하지만 나는 맨해튼의 서쪽 지역에 살기 때문에 이 근방을 갈 때는 주로 시장조사나 집과 관련된 것을 사려는 뚜렷한 목적이 없으면 잘 가지 않는다. 이 날도 근처에 갈 일이 있어 Design Within Reach, CB2, Container store 등을 둘러보고 다소 지루하고 손님도 많지 않아 생기를 느끼지 못해 좀 실망했었다. 집으로 가려는 길에 나는 그전에 못 보던 IKEA의 간판을 발견하고 흥미와 궁금증이 폭발하는 걸 느꼈다.

IKEA는 세계 어디를 가도 도심에서 잘 찾아볼 수는 없다. 돈을 절약하며 해외전시를 하느라고 IKEA에서 테이블이나 접는 의자, 선반 등을 사본 경험이 있는 나는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는 것 까지는 좋았으나 언제나 배송이 문제였다. 사 들고 오기에는 너무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고생을 했었다. 그때는 잠시 해외전시를 하러 간 것이라 차량도 없어 불편한 것이 당연했고 뉴욕으로 와서도 차가 없었으니 배송이 문제인 것은 여전했다. 뉴욕의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미리 배달시킨 매트리스 하나밖에 가구가 없었지만 그래도 IKEA 덕분에 나는 이제는 제법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도록 꾸며 놓고 살 수 있었다. 내 경우에는 예산이 적고 살 물건이 많아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어떤 경우 물건값보다 배송비가 비싼 경우도 있어 여러 개를 묶어서 사지 않고 한 두 개 사야 하는 물품이 있다면 아예 포기하고 안 샀다. 그런데 맨해튼 한가운데 IKEA라니. 웬일이냐 싶었다. 

https://www.ikea.com/ms/en_US/expansion/planning-studio/upper-east-side-nyc/


나는 이전에 1시간 반을 가야 하는 브루클린이나 뉴저지 IKEA를 한 번씩 이용한 적이 있고 이후에는 온라인 주문만 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리 공간이 넓은 것 같지는 않고 1층에는 안내데스크와 회원가입용 키오스크만 있었다. 2층에는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당연히 물건이 모두 전시될 정도의 큰 공간은 아니었다. 특이한 점은 333sqft, 400sqft 이렇게 작은 공간을 이케아 제품으로 꾸며 놓은 것이 보였다. 뉴욕의 아파트 실정이나 IKEA의 타깃 고객을 고려할 때 맞는 설정이다. 나의 원베드룸 아파트가 550sqft이니 맨해튼에는 나보다 작은 공간에 사는 사람도 많다는 거겠지? 지하는 컨설팅 플래닝의 공간으로 미리 예약을 하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나오는 길에 아직도 완벽히 이 매장의 용도를 이해한 것 같지 않아 안내데스크에 ‘내가 온라인 오더하고 여기서 픽업해도 되니?라고 물어봤더니 “No”란다. 여기는 물건을 팔지 않는 스토어란다. 물건을 팔지 않고 경험을 파는 거였다. 상상 속의 나의 공간을 만들어 가는 재미를 알려주는 곳이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생겼단다. 이 비싼 공간에 주변에 수두룩하게 있는 럭셔리 가구나 인테리어 용품점 사이에서 절대 강자의 여유가 보인다. 


요즘은 오프라인 매장이 점점 힘을 잃어 가고 있는데 5년 전쯤 나는 우리 회사 제품이 미국의 체인스토어에 입점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미국은 넓으니까 물량이 많을 거란 생각으로 미국 시장에 들어오고 싶었다. 바람대로 Crate&Barrel에 한 아이템이 입점하게 되어 내 계획대로 되어가는 느낌에 짜릿했었던 기억이 난다. 미국의 큰 회사랑 계약을 하는 거라 모르는 것도 많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심정으로 꽤 흥분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에 막강한 힘을 가졌던 체인점들이 하나, 둘 매장을 닫고 있는 시점이다. 온라인 판매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뭔가 유통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변화는 큰 회사도 어렵지만 우리 회사 같은 작은 회사 역시 버겁다 하지만 작지만 특이하고 강한 회사를 만들고 싶어 하는 나는 생각이 많아진다.

맨해튼의 IKEA를 보고 뭔가 변화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데 나에게 또 깊은 인상을 준 두 개의 회사가 있다. Warby Parker와 Rent The Runway이다.


Warby Parker는 온라인으로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안경산업에 온라인을 접목시키는 아이디어로 안경업계의 판도를 바꿔버린 회사이다. 안경은 실제 착용을 해야 구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소비자가 원한 모델을 집으로 배송해주고 착용해 본 후 실제 안경을 보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가격도 ‘소비자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낄지’를 기준으로 산정하여 미국 평균 안경 가격의 5분의 1 수준인 95달러(약 11만 원)로 책정했다고 한다. 이들의 명성을 온라인의 기사로만 접하다가 나는 맨해튼의 가장 좋은 자리에 Warby Parker가 그들의 쇼룸을 내는 걸 보고 그들의 성장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매장도 구매가 일어나는 곳은 아니고 일종의 체험관이었다. 이전에 상상도 못 할 방식으로 기업은 이윤을 내는 거다.


나는 명품 옷을 입지 않지만 미국 의류 렌털(대여) 업체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의 승승장구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미국의 의류 소매점이 점점 문을 닫지만 Rent The Runway에서 옷을 빌리는 사람은 점점 늘어간다고 했다. 이 역시 나에게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내가 가끔 가는 창고형 의류 판매 매장에서 Rent The Runway가 샘플세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그들의 영리함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비싼 옷에 대한 욕망은 있지만 가격이 부담되는 요즘 세대들을 위해 옷을 빌려주는 Rent The Runway는 일단 업체로부터 많은 옷을 사기 때문에 아마도 할인된 가격에 옷을 공급받을 것이고 이 옷들을 소비자에게 대여한다. 이후 수명을 어느 정도 다 한 옷은 내가 본 샘플세일 같은 곳에서 할인 판매를 해서 창고비용을 떨고 재고를 없애는 것이다. 실제로 나를 제외한 많은 소비자가 원래 가격의 2~30% 가격에 팔고 있는 Rent The Runway의 여러 번 빌려주고 난 후의 옷들을 많이 사고 있었다. Second hand의류점을 잘 이용하는 여기 사람의 특징도 판매에 한몫 하는것 같았다. Rent The Runway의 체험을 위한 멋들어진 쇼룸도 물론 맨해튼에 따로 있다. 


비즈니스가 변하고 있다. 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또 느낌이 달랐다. 비지니스의 형태가 다양해지면 그만큼 우리 같은 중소기업도 기회가 생긴다. 비지니스에 있어서 제도나 정부 시대를 탓할 명분이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는 사장은 나만 뒤떨어진것 같은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기를 쓰고 뉴욕까지 와서 알면 아는만큼 보면 보는 만큼 마음만 더 급하다. 이럴 때일수록 나를 제대로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잘 알아야 멋지게 앞서 가는 다른 기업이 하는 일들의 일부라도 접목하며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부러워하자. 하지만 낙담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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