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할 때마다 연봉이 깎였다니... 웬 바보 천치가 다 있나 싶으실 거예요. 그런데 그게 바로 제 이야기입니다. 저의 사연 속으로 고고씽!
저의 이전 글을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저는 stx팬오션 공채로 2006년에 입사했습니다. 지금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신입 연봉이 퇴직금, 인센티브 등을 제외하고 4천만 원 정도였으니 인센티브를 연봉만큼 주는 삼성 같은 대기업을 제외하면 신입에게 꽤 높은 연봉을 지급했던 것이죠.3년을 나름 높은 연봉을 받다가 PwC 컨설팅으로 신입 공채를 통해 들어갑니다. 경력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몰랐고 공채가 떴을 때 불나방처럼 몸을 던진 것이죠. 지금은 PwC 컨설팅 연봉이 경쟁사 수준으로 인상되었기 때문에 신입 연봉도 올랐을 테지만 저는 기존 연봉의 약 20퍼센트 깎인 연봉으로 새로운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일은 많아졌는데 돈은 더 적게 버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거죠.
제 기분이 어땠냐고요? 그저 일이 재미있던 터라 돈을 적게 받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열정 페이 수준의 터무니없는 급여를 받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그리고 다행히도 컨설팅 회사는 승진에 필요한 최소 기간이 타 기업 대비 짧은 편이라 (예를 들면 대리에서 과장으로 진급 시 일반 기업이 5년 소요된다면 컨설팅 회사는 3년 소요) 입사 2년 내에 예전 연봉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7년여간의 회사 생활을 유학을 앞두고 접을 때 즈음에는 제 연봉이 입사 때 연봉의 2배 정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회사는 바로 지금의한국관광개발연구원입니다. 경영 컨설팅 회사가 기업들로부터 프로젝트 수행에 대해 큰 금액을 지급받는 것에 비해 연구원의 고객은 거의 중앙부처, 지자체 등의 공공기관으로 프로젝트 금액이 컨설팅 회사와 비교하면 매우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의 급여 수준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연구원 대표님께서는 면접 당시 제 이전 직장 연봉을 물어보시고는 답을 들으시더니 매우 곤란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저도 회사의 수익 구조를 훤히 아는데 받았던 만큼 받겠다고 주장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면접을 본 2017년 11월은 제가 영국에서 돌아와서 사업을 하겠다고 일을 벌여놨다가 나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1년째 방황하던 질풍노도의 시기였습니다. 간간히 봤던 면접에서 몇 차례 미끄러진 후였고 수입은 제로에 자신감은 바닥을 치던 때였죠. 어쨌든 수입 제로 상태에서 이전만큼의 연봉을 못 받더라도 월마다 몇 백만 원이 들어온다는 사실이 기뻤기 때문에 흔쾌히 제시한 연봉에 사인을 했습니다. 제가 해왔던 어떤 일보다도 재미있는 일을 하게 되어 이전보다 연봉이 적어도 직장 만족감은 거의 열 배에 달했습니다. 극심했던 스트레스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요.
이러한저의 경험을 반추해 볼 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연봉을 직업 선택의 우선적인 기준으로 삼지 말라는 것입니다. 독자분들 중에는 빨리 돈 많이 벌고 40 전에 은퇴하기와 같은 인생 목표를 설계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런 분들은 연봉이 직업 선택의 우선 기준이 될 것이고 이것이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직업에 대해, 인생에 대해 다른 가치관을 지니고 사니까요. 하지만 은퇴 후 편한 여생을 보내는 것보다는 일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기 원하시는 분(저처럼 70이 되어도 평생 일하고 싶으신 분)들은 연봉을 직업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지 마시기 바랍니다.
재미와 의미를 좇아 일을 할 때 여러분의 일은 지속 가능하며 지속 가능하다는 것은 꾸준히 돈을 번다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보면 경제적으로도 남는 장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