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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신팀장 Feb 14. 2021

왜 나는 나의 일을 사랑하는가?

잘하니까 좋아하니까 자유로우니까

   20대 시절 참 좋아하던 작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알랭 드 보통인데요 오늘 글의 제목을 짓고 보니 그의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문뜩 떠오르네요. (연애 중이신 분들께 추천드려요!)


'일을 사랑하다니 제정신인 건가?' 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저도 항상 제 일을 사랑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아무튼 오늘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제 일을 사랑하는 이유와 사랑하게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고 계신 분들께  조그마한 이정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제 글을 읽으면서 자신에게 맞는 직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사실 저는 이전 회사에서 적잖이 컨설팅이라는 에 질려있던 터였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보고서를 써내도 고객사에서 실천을 하지 않으면 보고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였기 때문에 앉아서 엑셀과 파워포인트에 파묻혀 있기보다는 현장감을 느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해져 있었습니다. 상황에서 저는 일단 원하는 문화예술 분야의 공부를 하는 것을 돌파구로 삼았고 영국 유학에서 돌아온 후 현장의 다이내믹함을 좇아 그간의 경력을 다 버리고 서른 중반의 나이에 L 공연장의 신입 공연기획업무에 지원하기도 했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탈락! 나중에 면접 담당자의 지인인 저의 대학 선배를 통해 들은 바로 신입직인데 제 나이가 부담스럽다고 했다고 하더군요. 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저라도 채용 담당자라면 같은 결정을 했을 것 같으니까요. 제가 가진 공연 관련 경험이라고는 대학 합창단 시절에 공연 기획을 했던 것과 영국 유학 시절에 학교 내 아트 센터에서 공연 안내 아르바이트와 실습 과제로 아트 센터의 SNS 홍보 전략을 수립하는 것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제가 그 일을 한다면 너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에 차 있었고 연봉이 10년 전 제가 받았던 첫 회사의 신입 연봉에도 못 미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다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써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의 공연장 이직 시도는 꽤나 무모한 도전 (발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PwC 컨설팅에 있을 때 프로젝트 매니저께서 해주셨던 이직에 대한 '대명제'와도 같은 말씀이 있는데 바로 이직을 할 때는 산업 또는 직무 사다리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컨설팅에서 화학회사 관련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해 화학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면 화학 회사로의 이직이, 산업을 불문하고 인사 관련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해 인사 부문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면 인사 직무로의 이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죠. 하지만 제가 공연장의 일반 경영 업무 또는 컨설팅 업무에 지원한 거면 모를까 공연 기획 업무에 지원했다는 것은 산업과 직무의 2개 사다리를 다 고려하지 않은 막무가내의 시도였던 것이죠.  


   그렇게 좌충우돌 연이은 면접 실패로 자아비판의 시간을 보내며 다행히도 현재 회사에 지원하여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회사는 제가 공부를 하며 큰 관심을 갖게 된 관광 분야를 다루고 있었지만 어쨌든 보고서를 찍어내야 하는 컨설팅 일을 다시 해야 한다는 그리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큰 회사를 다니다가 직원 규모가 30명 남짓한 작은 회사를 간다는 것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 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은 특이하게 정식 입사 전 프리랜서처럼 일정 액수의 돈을 받고 저의 한국관광개발연구원에서의 첫 프로젝트가 될 '섬진강 문화예술벨트 조성 연구' 사업을 따내기 위한 제안서를 작성해 달라는 대표님의 요청을 받았고, 이 제안서를 쓰면서 같은 컨설팅 업무라도 이런 주제에 대한 컨설팅은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이 회사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지금은 가 그간 쌓아온 컨설팅 역량을 버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저도 모르는 새 저는 컨설팅이라는 업무에 너무 능숙해져 있었고 이 능숙함을 제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활용을 하니 이전 회사에서보다 훨씬 좋은 업무 성과를 낼 수 있었죠. 그러다 보니 대표님의 인정도 받게 되었습니다. 재미있게 일 하는데 인정까지 받으니 일을 사랑하지 않으래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얼마 전에 송창현 님의 (브런치에서는 스테르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 직장내공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인상에 남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해야 하는 일이 되고 해야 하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 된다.


   이를 저의 상황에 치환해 보면 '컨설팅이 너무 하고 싶어 PwC 컨설팅으로 이직을 했는데 컨설팅이 하고 싶은 일에서 해야 되는 일로 변모해 괴로웠고, 지금은 컨설팅의 주제를 바꿔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컨설팅을 하니 해야 하는 일이 다시 하고 싶은 일로 변했다'가 될 것 같네요. 여기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슬럼프를 느껴 다른 일이 하고 싶어도 쉽게 자기가 해 오던 일 (또는 역량)을 제가 그러려고 했던 것처럼 쉽게 버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특히 그 일에 오랜 시간 몸 담아왔을 경우에는 제가 그랬듯이 이미 그 일에 대한 탁월한 역량이 내 몸안에 탑재되어 있을 것이고, 그 역량은 일 하는 환경을 조금만 바꿔주면 날개를 달고 훨훨 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제가 저의 일을 사랑하는 첫 번째 이유가 제가 주욱 키워왔던 컨설팅 역량이 관심 있는 분야 (산업)를 만나 시너지를 만들어낸 것이라면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자율성'입니다. 다수의 능력 있는 직장인들이 창업을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아마도 '자율성' 때문일 것입니다. 출퇴근에 얽매이기 싫어서,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싶어서, 윗사람 눈치 보기 싫어서 등등. 저도 어린 시절부터 독립심 있게 자라와서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잔소리를 정말 싫어하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다행히도 첫 회사부터 지금의 회사에 이르기까지 좋은 리더를 만난 덕에 그리고 컨설팅이라는 업의 특성 덕에 자율성이 크게 침해되지 않은 환경에서 일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자율성의 정도가 현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팀장이 되고 나니 확 상승했습니다. (신라시대로 따지면 6두품에서 진골로의 신분 상승에 견줄만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일단 큰 업무 계획과 스케줄을 제가 짜다 보니 불가피한 야근이 생기더라도 제가 야근을 할 수 없는 날을 피해 야근 계획을 잡습니다. (써 놓고 보니 팀원들에게는 미안하네요. 물론 저는 야근이 생기면 팀원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만은...) 신입 시절에는 6시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오늘은 야근을 할지 안 할지를 (바꿔 말하면 프로젝트 매니저가 정시 퇴근을 하실지 안 하실지를)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보며 오늘은 약속 장소에 제시간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를 마음 졸였었는데 말이죠.

   

   출장도, 인터뷰도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어디든 어느 때든 원하는 대로 계획을 잡습니다. 일의 자잘한 진행 상황을 일일이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제 생각대로 일을 진행시켜 나가죠. 물론 자율성과 함께 책임감도 함께 높아지니 회사 밖에서도 일 생각이 머리에 맴돈다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이 자율성이라는 것은 제 일에 대해 더 애착을 갖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일이 굴러가니 (물론 내 생각이 잘못되면 안 굴러갈 수도...) 남이 시켜서 일을 굴리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는 게 당연하겠죠?


   이 글을 읽고 계신 대한민국의 팀원분들! 일은 할 만한데 (좋아하는 일이면 더 좋고요) 윗사람 때문에 짜증 나시 나요? 빨리 팀장이 될 그 날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합시다! 6두품에서 진골이 되어 자율성을 가지고 일을 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물론 저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팀장님들은 팀원들의 자율성을 높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되겠습니다. 그들의 자율성이 높아지는 만큼 그들은 신나고 재미있게 일하게 될 테니까요!  



제 글과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만한 글을 소개합니다. 제 PwC 컨설팅 후배인 '하늘토끼'님의 글입니다.

일하는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보람 (brunch.co.kr)

그녀가 생각하는 일하는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보람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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