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괴롭히는 이들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이제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생긴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당황스러웠고, 그 후에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대체 왜 나를 미워하는지가 궁금해서 여러 책을 탐독하면서 그 원인을 찾아 보기도 했다. 각종 성격장애에 대한 책, 특정 성격장애가 있는 이들을 대하는 법을 처음에는 유투브로 보다가 나중에는 책을 통해서 공부하게 되었다. 유투브는 비교적 접근성이 좋고 짧은 시간에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 깊이가 얕고 대중적이었다. 하지만 책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또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찾아 읽어야 한다는 점에서 접근하기는 좀 어려웠으나 깊이가 있었다. 오늘은 그 책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악성 나르시시스트와 그 희생자들 - 장 샤를르 뷰수 지음 바다 출판사
이 책은 한창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알아보던 중 도서관에서 보게 되었다. 나르시시스트 중에서도 '악성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읽어보면 모든 '나르시시스트'의 특성, 그리고 비단 나르시시스트가 아니어도 '저 사람 왜 저래?'라며 궁금증을 품을 수밖에 없는 행동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해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나르시시스트가 특정 대상을 혐오하고 배제하면서 미워할 때, 그 미워하는 대상은 실은 그 대상이 아니라 자기자신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니 엉뚱하게 외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서 미움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래 전에 나를 미워했던 이도, 그리고 최근에 나를 미워하는 이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었다. 오래 전에 나를 미워하던 사람은 내가 직장을 떠나고 나서 내 후임자를 똑같이 미워했다고 한다. 최근에 나를 미워하는 이 역시 내가 문제 해결을 하려고 했음에도 나를 미워하는 감정을 풀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미워하는 대상이 외부가 아닌 자신 안에 있으니 외부가 변하거나 외부에서 노력을 해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오늘도 이상한 사람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 정희정 지음. 꿈의 지도 출판사
이 책은 열 가지 성격 장애에 대한 설명을 담은 책이다. 그런데 독특한 점은, 각 성격 장애에 대한 비교 분석 또한 잘 해놓아서, 성격 장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하기 쉽게 해 놓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미지의 인물을 설정하여 그 인물의 행동을 제시하고 그것을 통해 성격 장애를 이야기한 것이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열 개나 성격 장애를 소개하고 있다 보니 각각의 설명은 아무래도 깊이가 깊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성격 장애에 대해서 입문하는 정도로 읽는 데에 좋고, 더 깊이 알기 위해서는 다른 책을 참조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당신 옆에 사이코패스가 있다 - 존 비비악, 로버트 D. 헤어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
꽤나 두꺼운 책임에도 가독성이 좋았다. 사이코패스의 특성에 대해서 조목조목 설명해 놓은 책인데,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챕터 사이사이에 다른 색지로 '실제 사이코패스의 사회 생활'에 대해 소설 형식으로 적어놓은 부분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이코패스는, 뉴스에 나오는 연쇄살인마가 아니라 오히려 회사나 학교 등에서 흔히 볼 만한, 사회 생활 잘 하고 잘 어울리는데 알고 보니까 집단에 큰 피해를 주었던, 혹은 주고 있는 존재를 말한다. 그 색지에 나오는 사람도 처음에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그려졌지만 각종 술수와 농간으로 회사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워서, 혹 책이 너무 두껍고 지루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색지 부분만 읽어도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는 되리라 생각한다.
거짓의 사람들 - M. 스캇 펙 지음. 비전과 리더십
<아직도 가야할 길>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스캇 펙 박사가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만난 '악인'들에 대한 보고서이다. 여기서 말하는 '악인'이란, 무슨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 그들은 굉장히 교양이 있는 중산층 양육자이기도 했고, 사회적으로도 명망 있는 이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특성은 바로 '특정인에 대한 공감 결여'였다. 스캇 펙 박사는 '악인'의 특성을 '자기 자신의 악은 돌아보지 않고 특정인에 대한 공감을 하지 않은 채 그 악을 그 특정인에게 해결하는 이들'이라고 풀어내고 있는데, 이것이 가장 위에 소개했던 책과 상통하는 면이 있어서 놀랐다. 스캇 펙 박사는 실제의 경험을 통해서 그들이 왜 악인인가를 증명해내는데, 솔직히 끔찍한 범죄가 벌어진다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나는 읽으면서 굉장히 소름이 끼쳤다. 어떤 성격 장애에 대한 설명보다도 더 잘 와 닿아서, 내가 주변의 '악인' 때문에 고생한다 싶은 사람들은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아쉬운 점은 있는데 그 악인을 상대하는 방법으로 '사랑'을 꼽았으면서 그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아서, 좀 모호한 해결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이 책 말고도 여러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악인'의 특성에 대해, 그리고 성격장애에 대한 탐구를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나를 미워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나 역시 성격장애가 있고 또 '악인'의 특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악인이 자신이 악인임을 알면 해결이 되는 셈이니, 무언가 화가 나거나 원망스러울 때, 타인이 미울 때에 모든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는 대신 '나는 책임이 없는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