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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엄마곰 Jun 06. 2022

오늘도 엄마가 되어갑니다.

엄마라는 이름을 선물해준 귀한 너.

햇살 같은 나의 아가,

지식보다는 지혜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렴.





세상에는 수많은 명언들이 존재하지만, 오늘의 글만큼은 늘 육아일기에 적어두던 문구로 시작하고 싶다. 6년 전 오늘, 나는 마지막 태교일기를 썼다. 첫 출산이라 정확한 날짜를 추정할 수 없어 6월 4일엔가부터 "마지막일지도 모를 태교일기"라고 적었으나, 진짜 나의 마지막 태교일기는 6월 6일이 되었고, 6월 7일부터 나의 일기장은 육아일기로 이름을 바꾸었다.


아기를 까만 사진 위의 흰 점으로 아기를 '증명'받고 나오던 날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오래도록 기다린 아이였기에, 병원을 예약해두고도 산부인과 진료대기실을 쉬이 들어가지 못했다. "죄송하지만" 따위의 말을 들어야 할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하느님 은총 속에 "축하합니다."로 시작되는 말을 들었고, 그렇게도 가지고 싶던 까만 사진이 번지기라도 할까 흰 종이에 고이 싸서, 함께 받은 엄마 수첩 사이에 고이 끼워 나오는데 30분 전과는 공기 자체가 다르게 느껴졌다. "저 엄마래요, 저도 엄마 되었데요."하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던 욕구를 간신히 참고 병원 밖으로 나오던 나는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구급차에서 작은 아이를 실은 휠체어가 내렸고, 곧이어 아빠로 짐작되는 이의 울부짖음이 모두를 침묵하게 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 생과 사는 함께 하겠지만, 그날 공기 중을 떠돌던 부모의 사랑과 회환 등이 뒤섞인 무엇인가는 여전히 내게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자극을 주고 있다. 그날 나는 아이 태명으로 새로운 기부계좌를 열었다. 내게 온 귀한 아이처럼, 세상 모든 아이들이 배고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사랑이 충만한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간절함을 하느님께서 알아주셨는지 아이는 사랑이 충만하고 건강하고 긍정적인 아이로 잘 자랐다. 늘 나보다 넉넉한 마음으로 매일 저녁 나를 반성하게 하고, 햇살에도 감사하며 눈을 뜨는 아이이기에 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아이. 잠자리에서 오늘은 '엄마의 잠 잘 오는 이야기' 대신 본인이 태어나기 전날에서 태어나던 날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는 그때도 나를 정말 많이 사랑했구나. 나를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해 나를 눈물짓게 만드는 아이.


이 아이가 없었더라면 나는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를 뻔했다. 이 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엄마라는 이름이 얼마나 묵직하고 다양한 감정인지도 모른 채, 그저 고마운 사람(나의 엄마)인 줄만 알고 살 뻔했다. 이 아이가 아니었다면 주는 행복을 모를 뻔했다. 이 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보다 귀한 사람이 짜 존재할 수 있음을 모를 뻔했다. 잠든 아이 얼굴을 바라보며 속으로 말해본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게 해 줘서 고맙다고, 나를 이렇게 가득 차게 해 줘서 고맙다고, 나를 매일매일 성장하게 해 줘서 고맙다고.


이 소중한 아이 덕분에 나는 오늘도 엄마가 되어간다. 엄마로 자란다.








사랑하는 나의 아가, 어느새 네가 6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너를 품던 날부터 너를 낳는 날, 그리고 너와 보내온 6년의 시간은 단 하루도 감격스럽지 않은 날이 없었단다. 그저 작은 점으로 엄마에게 온 날부터 너의 심장소리를 처음 들은 날, 초음파 영상 안에서 넘실대던 너의 머리카락, 진통 끝에 만난 너의 첫 목소리, 처음으로 품에 안았던 작은 생명의 따뜻함까지 여전히 엄마에게는 어제처럼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어. 네가 입을 옹알거리며 모유를 먹던 첫날, 너의 첫 방귀, 너의 미소, 너를 안고 들어서던 현관의 온기, 네가 손과 발을 움직이던 것, 손가락을 빨고, 물건을 만지고, 모빌을 바라보는 것들 하나하나 엄마에게는 소중한 기억이란다.



햇살 같은 나의 딸아.


너는 존재 자체로 축복이었다. 그러니 네가 힘든 순간마다 네가 얼마나 귀한 존재였는지를 잊지 말기를.

너의 첫울음은 엄마에게는 온 우주가 바뀌는 소리였단다. 그러니 네 목소리에 담긴 강한 힘을 기억하기를.

너와 첫 눈 맞춤은 엄마가 처음 느끼는 진심의 순간이었어. 네 눈빛의 따뜻함을 항상 간직하기를.


너는 그저 박수만 쳐도, 응가만 잘 싸도, 밥만 잘 먹어도,  엉덩이를 한번 흔들기만 해도 온 가족의 박수갈채를 받던 귀한 아이란다. 그러니 네가 지치는 날, 가족들의 응원을 떠올릴 수 있기를.


사랑하는 나의 딸아. 너의 생일을 가득히 축하해. 나를 엄마로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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