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있다
by
글빛 지니
Apr 21. 2026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꺼내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어찌 보면 요즘의 아이들은
자기와 대화가 통하는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특히 사춘기 청소년들은
또래와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친구와의 연결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려는 마음이 강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부모에게는 하지 못하는 말도
친구에게는 하고,
친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어른에게
조심스럽게 꺼내놓기도 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아이들은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해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오랫동안 우리 교습소를 다닌 한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 교습소에 다녔고,
영어도 잘하고 친구도 많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또래 친구들이
우리 교습소로 함께 모이게 되었다.
한동안은 그 아이를 중심으로
또래 무리가 형성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면서
조금 다른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학생들은 특히 함께일 때 더 편안해진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가며 학교가 나뉘고,
자주 보지 못하는 친구들이 생기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서
언제나 함께 다니던 또래들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아이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 결석도 잦은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미 형성된 무리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 같았다.
학원에도 혼자 오는 날이 많아졌고,
친구들과 어울려 들어오지 않다 보니
교습소 결석도 점점 잦아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먼저 내게 말해주기 전까지는
쉽게 티를 내지 않으려 했다.
그것이 그 아이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때 함께 몰려다니던 친구들이
다른 무리로 학원을 오고,
그 아이는 혼자 문을 열고 들어올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그 아이가 어색해지지 않도록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자연스럽게 학습을 이어가려 했다.
어머님과도 자주 연락하는 편이었지만
이 아이의 교우관계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이 없었다.
나 역시 특별히 먼저 묻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늦게 와서 혼자 공부를 하던 그 아이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 친구가 없다고.
왜 그런 것 같으냐고 내가 묻자
아이는 조용히 말했다.
여학생들은 한 번 무리가 생기면
같이 다니는 흐름이 분명한데,
자기는 결석도 잦았고
몇몇 친구들과도 어색해지면서
이미 만들어진 친한 무리 안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그래서 학교에서는
점점 말이 없어지게 된다고 했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아이의 입으로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아직 남아 있는 학기가 많으니
쉬는 시간이나 학교가 끝난 뒤에라도
조금씩 친해지려는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말했다.
아이는 아예 말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 말을 하는 표정은
너무 심각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지만
나는 그 안에 담긴 외로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날 아이의 고민보다도
그 말을 내게 털어놓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했을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알고 있으면서도
먼저 이 아이의 마음을
노크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와 어른 사이에는 분명 큰 간격이 있다.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고,
말을 꺼내는 타이밍도 다르다.
그래서 그 사이의 고리를 먼저 잇는 일은
어쩌면 어른의 몫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언제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으면서도
그 말을 꺼낼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가끔 학부모님들이 이런 말씀을 하실 때가 있다.
“우리 아이가 말을 안 하네요.”
“선생님께는 말했어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아이들이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이 없을까.
아마 하고 싶은 이야기는 훨씬 많을 것이다.
다만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고,
꺼냈을 때 이해받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할 뿐인지도 모른다.
나 역시 아이들과 소통이 되지 않으면
학습적인 요구도, 필요한 지도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그 연결을 놓치지 않으려고 늘 애쓴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쉬운 일은 아니다.
부모님들 역시 매일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으니
아이들의 마음까지 다 헤아리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혹시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나 역시 면밀히 살피고 함께 고민하며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마음이 조금 늦게라도
안전하게 닿을 곳을 찾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어른의 언어로 번역해 보는 글빛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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