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못해요

-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아이의 마음

by 글빛 지니
ChatGPT Image 2026년 4월 24일 오후 06_10_39.png "“못해요”라고 말하던 아이에게 다시 시작할 용기를 건네는 순간."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 요즘,
우리 교습소에는
조용한 긴장감이 흐른다.


최근 들어온 아이들 중에는
영어를 늦게 시작한 중학생들도 있다.


늦게 시작한 만큼
교과서를 따라가는 일은 쉽지 않다.


학습을 시작할 때
부모님께도, 아이에게도 분명히 설명했던 부분이지만

막상 시험을 앞두고 나면 누구나 잘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현실은

그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을 때가 많다.


완벽하게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시간도, 여유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을 조금 비우고 시작해 보자고 말하지만

시험 준비를 할 때면 아이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자주 나온다.


“나는 못해요.”
“하기 싫어요.”

그럴 때면 아이들과 보이지 않는 긴장 속에서
한 번씩 부딪히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말이 정말로 하기 싫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그 사이에서 수위를 조절하려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항상 고민하게 된다.


나는 아이들의 시작 시점을
정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늦게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온 아이들을
단기간에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건 현실이기도 하고 한계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다닌 아이들 중에도
언어적인 부분에서 조금 더딘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일수록
오히려 더 선생님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한다.


그래서일까.


점검을 할 때 대답을 하지 못하거나

시험에서 하나라도 틀리는 것에 유난히 민감하다.


그 마음이 쌓이다 보면
아이들은 시험 자체를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시험을 보기 전부터 미리 말한다.


“나는 못해요.”


나는 이제 안다.


그 말이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는 것을.


그건 어쩌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미리 스스로를 지키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넘기지 않는다.


선생님으로서
아이의 학습을 이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아이의 마음이
닫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처받지 않도록,
의욕이 사라지지 않도록

아이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붙잡아주는 일.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
늘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나는 그 역할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ChatGPT Image 2026년 4월 24일 오후 06_18_23.png "결과보다 먼저 아이의 노력을 알아봐주려고 노력한다."

“나는 못해요”라는 말 뒤에 숨어 있는
아이의 진짜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 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요즘 더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아이들의 마음을 ‘번역한다’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는 것.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 모두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더 스스로를 믿기보다 의심하려 한다.


나는 아이들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기 위해

지금도 아이들의 마음을 읽기 위한 배움과 노력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어떤 것이 이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택일까.


그 질문을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


그것이 아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아이들의 마음을 어른의 언어로 번역해 보는 글빛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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