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지켜보는 시간 속에서 성장은 시작된다."
“기다려 보세요.”
상담을 할 때, 그 말을 들으면
부모들은 더 불안해진다.
지금 하지 않으면 늦을 것 같고,
뒤처질 것 같고, 놓치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아이들의 영어 학습을 지켜보며
나는 한 가지를 느꼈다.
외국어 영역인 영어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작하는 것이 분명 유리하다는 것.
흥미를 잃지 않은 상태에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쌓아가면
고학년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그 결과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그렇게 준비된 상태로 시작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늘 늦게 시작한 아이들을 마주할 때면
어느 지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우리 교습소에도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 되어서야
영어를 시작한 아이가 있다.
아이도, 어머님도 그제야 필요성을 느끼고
상담을 받으러 오셨다.
나는 처음부터
한 가지를 분명히 말씀드렸다.
지금 당장 성적 향상을 기대하기보다는
이 아이가 영어를 이해하고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먼저라고.
교과서를 따라가기만 한다면
이 아이에게 영어는
부담으로만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교과서를 완전히 놓지는 않되
아이의 수준에 맞게 조절하고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최대한 줄여보자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지 이제 세 달이 조금 넘었다.
처음에는
이 아이가 잘 버틸 수 있을지
나와의 수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꽤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배우고,
문제를 풀어가는 모든 과정에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선생님이 기뻐하셨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하며
어느 날은 잠을 줄여서라도
공부를 하고 학교 단어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기다려준 시간은 결국 이렇게 웃음으로 돌아온다."나는 그 아이에게 시험에 대해 부담 갖지 않도록 여러 번 당부했다.
돌아오는 중간고사에서
몇 점을 받아야 하는지 기준을 두지 않겠다고.
잘했다, 못했다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그랬더니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선생님이 기뻐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볼게요.”
어머님 역시
결과보다 아이의 태도를 먼저 보셨다.
매일 숙제를 하고
공부를 하겠다고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대견하다고 하셨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느꼈다.
시기가 조금 늦었더라도 아이를 기다려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물론 답답할 때도 있다.
지금 시작해서
과연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어쩌면 어른의 기준일지도 모른다.
아이에게는
지금이 가장 빠른 시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일 와야 하고 공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 번씩은 꾀를 부리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은 쉬어갈 수 있도록 허락한다.
그리고 그 쉼이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다시 나아갈 수 있는
다른 방식의 시간이 되도록 돕는다.
결석이 하나의 핑계가 되지 않아야 하기에
나는 지금도 아이들마다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기다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속도를 보며 방향을 잡아주고,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옆에서 지켜본다.
기다림은 방치가 아니다.
아이를 믿고 그 아이의 속도를 존중해 주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언젠가 반드시 아이에게 남는다.
아이들의 마음을 어른의 언어로 번역해 보는 글빛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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