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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로 꽃구경 가세-  산수유, 화엄사 매화

봄날에 꽃구경

by 정석진 Mar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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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점령한 아침이다. 흐린 건지 안개가 끼었는지 도무지 분간이 되지 않는 오리무중의 날씨다. 이런 날 화엄사 매화와 산수유 꽃 사진을 찍으러 버스에 몸을 싣고 구례로 향한다.


남쪽지방에 다다라 우중충한 기운이 점차 걷힌다. 밝은 원색의 꽃들이 하나 둘 버스 차창 등장하며 생기 없던 공간에 활기가 돈다. 푸른 풀밭도 분위기를 돋운다. 남쪽나라는 이미 꽃사태가 시작되었다. 산수유를 비롯해 매화, 개나리, 진달래, 산당화, 목련이 제각각 얼굴을 내밀었다.


산수유를 보기에 앞서 화엄사먼저 들렀다. 신라시대 건립된 대가람 화엄사는 입구부터 역사만큼이나 장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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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사이로 분홍빛이 어렸다. 부끄럼 많은 시골처녀 같이 담장 밑에 숨어  꽃이 핀 것이다. 화엄매가 아직 다 피지 않아 상춘객은 그다지 많지 않다. 가람입구를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은 꽃이 모습을 드러낸다.  매화 한 그루가 서 있다. 펼친 가지마다 꽃송이들이 조록조록 달렸다. 홍매는 아니지만 붉은빛이 감도는 분홍 꽃빛이 활짝 웃는 미소 주위를 물들인다. 향기에 이끌려 벌과 나비도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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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의 매화나무가 정자와도 잘 어우러지고 처마의 단청도 멋진 배경이 되어 고운 자태를 뽐내는 중이다. 절에 들어선 사람들은 모두 예외 없이 꽃의 매력에 빠진다. 한참을 이리보고 저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화엄매를 보러  자리를 뜨는 길, 뒤돌아 보면 핀 꽃은 빛깔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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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는 유서 깊은 절이라 국보를 여럿 소장하고 있다. 그중 각황전은 대표적인 국보다. 이중의 거대한 전각이 정갈하고 단아하다. 단청이 바랜 이유도 있지만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담 자연스러움이 한몫을 하는 듯하다. 그 옆에 장대한 화엄매 고목 한 그루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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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황전

매화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당당한 모습이다. 용틀임하듯 뒤틀린 주지가 인상적이다. 하늘을 향해 피는 꽃과 가지를 늘어뜨려 피는 꽃이 있어 마치 두 그루인 듯 보인다. 이제 피기 시작했지만 화한 꽃송이는 붉은빛이 정열적이다. 그렇지만 요란하지는 않다. 고요하고 우아한 품위가 껴진다. 각황전 처마에 달린 풍경이 매화가지에 닿을 듯 하다. 화엄매는 한국 전통 매화 품종의 하나다. 일부만 피었지만 꽃의 아우라는 강렬하다. 가까이서 멀리서, 이모조모로  바라보는 화엄매의 자태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만개하면 정말 황홀할 것 같다.

화엄매화엄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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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국보 사사자 석등은 신라시대의 뛰어난 석조기술을 보여준다. 석등의 자리에서 화엄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각에 안치된 불상들은 크고 부드러운 인상을 지녔다. 목조로 조성된 까닭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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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내려와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왔다. 절을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으로 마음뿐이다. 식당 입구에 목련과 산당화가 곱게 피었다. 점심을 들고 산수유 축제 마을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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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당화/목련
매화매화

입구부터 만개한 산수유가 우리를 반긴다. 주위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었다. 원래는 산수유 축제가 끝나는 기간인데 연장으로 인해 사람도 많고 주위 소란다. 하지만 곧바로 꽃구경에 빠져서 소음은 애교 수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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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는 아주 은 꽃이 여럿이 뭉쳐 차례를 이룬다. 우리가 보기에 한 송이는 꽃 한 다발인 셈이다. 꽃잎도 작아서 꽃차례도 빈약하다. 하나는 연약하지만 여럿이 힘을 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떼로 뭉친 미약함의 힘은 놀랍다. 샛노란 빛으로 세상을 바꾼다. 작고 연약한 것들의 반란이다. 구례 산수유는 정성 들여 잘 가꾼 탓인지 꽃송이도 크고 빛깔도 더 진한 것 같다. 전망대에 올라 산수유 군락지를 내려다보면 감흥은 더 커진다. 노란 꽃대궐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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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꽃길 따라 마을을 돈다. 담장에는 영춘화도 한창이다. 작은 연못이 조성되어 운치를 더한다. 샛노란 빛깔은 동심을 불러낸다. 어린아이의 마음이 되어 발길이 경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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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는 산수유 구경도 좋지만 멀리서 보이는 풍경도 매혹적이다. 집집마다 산수유가 피어있는 마을의 풍경이 바로 그것이다. 홍매화가 변주를 주고 느티나무 나목이 빚는 산촌의 풍경은 다정하고 다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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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정으로 빠듯했지만 꽃구경은 제대로 했다. 꽃이 주는 감흥에 푹 젖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고 애썼지만 핸드폰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다. 그래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풍경을 담으려 애를 썼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봄꽃 #구례 #산수유 #화엄사 #구례산수유축제 #화엄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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