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가을
가을이 깊어간다. 날이 많이 차가워졌다. 아침에는 제법 쌀쌀하더니 낮에는 기온이 올라 봄날처럼 화창하다. 가는 가을이 아숴워 조금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에 지인들과 점심 후 집 근처 의릉으로 산보를 나섰다.
의릉 주변 숲은 천연색 물감으로 채색한 듯 알록달록하다. 특히 은행나무가 샛노란 성장을 하고 밝은 햇살 아래서 화려한 빛을 뿌리고 있다. 노란색이 원래 밝은 이미지이지만 가을날 완전히 물든 은행잎이 보여주는 선명한 색조는 무엇과도 비교불가다. 은행나무가 주는 강렬한 인상이 주변을 압도한다. 누구나 그 장면을 바라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우러러보고 사진을 찍으며 저마다 즐거운 추억을 마음에 담는다.
단풍나무도 제 몫을 단단히 해내고 있다. 선홍색과 주황색 그리고 여전히 푸른 잎들이 한데 어울려 원색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이미 잎을 떨군 단풍은 바닥에 붉은 물을 들였다. 눈을 두는 곳마다 단풍이 강렬하다. 진한 감성의 가을이 곳곳에 펼쳐졌다.
예종 캠퍼스를 돌려다가 의릉으로 길을 바꿨다. 병풍을 두른 듯 야트막한 천장산이 감싸고 있는 의릉은 너른 솔밭을 끼고 있어 산책하기 알맞다. 산자락에도 가을이 익어 울긋불긋하다.
의릉 입구부터 탄성을 자아낸다. 줄지어선 단풍이 절정이다. 찬란하다는 표현이 기막히게 어울린다. 소멸의 직전에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을 장식하는 순간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동이 인다. 꽃대궐 속을 입성해서 소요하는 기분으로 걷는다.
소나무숲은 청량하다. 그늘길이어서 더 차분한 분위기다. 솔향기가 상쾌함을 더한다.
천장산 산허리 둘레길에 접어든다. 낙엽이 깔린 길은 가을이 진하게 묻어난다. 저 멀리 햇살에 비친 단풍이 매혹적이다. 빛은 색을 황홀하게 만든다. 마치 조명이 환하게 켜진 듯 밝고 선명한 자태가 눈이 부시다.
숲 언저리마다 색색 단풍이 숨어 있다. 길지 않은 거리지만 곳곳에서 다채로운 단풍을 만나는 즐거움을 누린다.
넓지 않은 장소지만 아기자기한 풍경을 만난다.
단풍으로 옹위한 의릉의 정자각과 동그란 봉분이 눈길을 끈다.
올해 단풍을 제대로 만났다. 아내도 흡족한 모양이다. 함께 동행한 이들도 만족한 시간이었다.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찾을 때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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